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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자유의 공간을 찾아서』, 『다르게 사는 사람들』 잇달아 펴낸 윤수종 전남대 교수
저자 인터뷰 : 『자유의 공간을 찾아서』, 『다르게 사는 사람들』 잇달아 펴낸 윤수종 전남대 교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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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3 01:39:18
‘정치의 전복’ ‘제국’ 등 번역활동을 통해 맑스주의 사회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온 윤수종 전남대 교수(사회학)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자유의 공간을 찾아서’(문화과학사 刊),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학사 刊) 등 잇달아 펴낸 저(편)서를 통해 ‘밑에서부터의 사회개혁’이라는 그의 이론적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 과연 그가 꾸준히 번역소개해온 이탈리아의 자율사회 운동은 무엇인지, 또한 그 운동의 구체적 실천인 ‘소수자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겪을 ‘난항’에 대해 어떤 대비책들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한다.

△이탈리아 아우토노미아(자율사회) 운동의 전개과정을 줄곧 소개해오셨는데.

“아우토노미아는 지배권력의 작동방식과 대립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보편성을 찾고 대표자를 내세우며 권력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비판해 나갑니다. 오히려 보편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특이성에 주목하고 대표되지 않는 욕망의 직접성을 중시하며 초월적인 권력보다는 자유를 향한 내재적인 능력을 중시합니다.”

△소수자 운동이 아우토노미아와 갖는 관계는.

“맑스주의를 비롯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갖는 문제는 그 아래가 다시 공간적으로 중심화되?권력화되는 것이지요. 노동자계급 안에서 순수한 주체를 뽑아내려다가 여타 다양한 주변층들을 배제하게 된 것입니다. 이 주변성을 담아내면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자율성을 증대시키려는 것이 자율운동의 출발이었습니다. 소수자운동은 주변을 강조하고 중심을 해체함으로써 전체 지형도를 바꾸고 소수자 집단 자체의 자율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자율성을 확장해 나가는 운동입니다. 따라서 소수자운동은 바로 자율운동과 손을 맞잡고 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이 서로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연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전에는 특정한 주체(예를 들어 노동자계급)가 주도해 다른 집단들 및 계급들을 이념적으로 획득해 나가면서 기존의 지배권력을 파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주도 집단의 특권화였습니다. 자율사회에서는 그러한 헤게모니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주도적 이념이 없으면 오히려 다양한 운동들이 각자 자율성을 지니면서 지배권력과의 싸움에서 연대전선을 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냄으로써 지배권력이 자의적으로 개입해 들어올 수 없게 한다면 ‘서로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수자 운동이 여타 소수자 권익보호 운동 및 시민운동, 대안운동과 갖는 차이점은.

“소수자권익보호운동은 소수자의 권익을 방어적으로 지키자는 방향에 斂?다수자의 지배를 전제로 합니다. 또 시민운동은 정치적 지배에 대해 시민적 자율성 영역을 확장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상에 집착합니다. 특이성이 무시된 개인들로서의 시민에 의거하면서 다수의 공통성을 찾아서 운동화하려고 합니다. 국가권력을 부드럽게 만들면서 말이지요. 그에 반해 소수자운동은 특정한 사람들 및 집단들의 특성에 기반하면서 그들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오히려 긍정해 나가려고 합니다. 개별자들의 특이성을 표준화하려고 하지 않고 서로 차이를 극대화하면서도 오히려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수자들을 특정한 틀에 묶으려는 즉 그들을 포획하려는 국가와 충돌합니다. 그렇지만 소수자운동의 발전은 시민운동의 영역을 더욱 넓혀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안운동 가운데는 현재의 지배체제를 거부하지만 과거의 생활이나 더 억압적인 방식으로 되돌아가려는 것도 있습니다. 기존의 지배적 생활방식을 거부하고 색다른 생활방식을 실험하면서 내부의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는 대안운동은 바로 소수자운동의 발전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학문활동 및 저술(번역) 계획은.

“일단 번역은 가타리의 세 권의 저서(‘기계적 무의식’, ‘세 개의 에콜로지’, ‘카오스모제’)를 작업하는 것으로 일단락하려고 합니다. 지금 출판준비중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좀더 현실적인 문제와 운동에 대해 연구하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소수자운동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영역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각 영역에 관심이 있고 실천적으로 개입하는 분들과 함께 소수자들의 상태와 소수자운동에 대해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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