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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욕망하는 것들에 대하여
한국이 욕망하는 것들에 대하여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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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제3호 출간
반년간 사회비평지 ‘스모그’ 제3호가 나왔다. 한국사회의 뿌리 구조로서의 ‘비동시성의 동시성’, 역사적 상황으로서 ‘신자유주의의 반자유적 귀결’ 등 두 번에 걸쳐 한국사회를 묵직하게 진단해온 이 잡지가 이번호 특집으로 ‘한국인의 욕망’을 준비했다.

사이버 공간, 노무현 현상, 교육 과열, 윤대녕, 신경숙, 배수아 등 최근 젊은 작가들의 소설 등을 들여다봤는데, 세계화, 정보화, 이념화 등 시대사적 현실 앞에서 욕망의 주체들이 겪는 갈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화비평가 마동훈은 “욕망이라는 개념의 차용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간행위를 하나의 비현실적, 일탈적 행위가 아닌 ‘의미 있는’ 문화적 실천으로 이해하는 설명의 단초를 제공한다”며 버추얼 공간 속의 인간에 대한 기억할 만한 통찰을 하나 선사한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국민윤리교육과)는 노무현을 내세웠던 진보진영의 욕망이 “보수진영과의 이념적 대결에서 적대적 성격을 띠었을 뿐, 경합적 성격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며 한국사회에서 이념적으로 대결한다는 것의 열악성을 지적해 씁쓸함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진취와 반동, 역동과 경박이 한국 사회 구성의 모든 영역에서 혼재돼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를 준다.

‘한 걸음 물러서서’에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고려대 김인환 교수(국문학)의 관찰과 고백이 실렸다. 인문학 위기의 원인으로 고전의 중요함을 무시하고, 글쓰기에 불성실하고, 언어력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솔직한 내적 직언이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동양철학의 창을 통해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동양철학과)의 논문도 음미할 만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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