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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시간강사 강의시간 17% 감소 … 비정년트랙은 32% 증가
2년새 시간강사 강의시간 17% 감소 … 비정년트랙은 32% 증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1.13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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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이슈진단 ②강사법_ 현행 ‘강사법’ 마련 이후 시간강사 해고 현실로 나타나

“문제는 비정년트랙 등 비정규 교수가 대폭 늘고 있으며, 강사의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시간강사들의 이런 우려는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교수신문>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서울 송파갑)을 통해 입수한 ‘2011년 이후 대학 교원별 강의담당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사법’(고등교육법)이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이후 실제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현실로 나타났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 126개 4년제 대학(국공립 29개, 사립 97개)의 교원별 담당 강의시간과 과목 수를 비교한 결과다.

강사법이 마련됐다가 유예된 사이에 대학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강사법이 처음 국회를 통과하기 전인 2011년 1학기와, 2013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강사법이 2012년 11월 1년 유예된 직후인 2013년 1학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맡은 강의시간 수와 과목 수는 크게 증가한 반면 시간강사가 맡은 강의시간과 과목 수는 감소했다.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 시간강사는 강의시간이 줄면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13년 1학기 전체 강의시간 수는 2011년 1학기에 비해 1만3천56시간(1.2%) 증가했다. 교원의 종류에 따라 명암 대비가 뚜렷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은 31.6%, 초빙교원의 강의시간은 82.3% 증가했다. 강의전담교원과 겸임교원의 강의시간도 각각 19.5%, 11.6% 증가했다. 반면 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은 2011년에 비해 16.5% 감소했다. 강의시간 수로는 5만6천699시간 줄었다. 사립대 시간강사의 주당 평균 강의시간이 5시간인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1만명 정도가 강의를 잃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경향은 시간강사들이 주로 맡는 교양과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초빙교원이 담당하는 강의시간이 153.6% 증가했고, 겸임교원 강의시간도 24.8% 증가했다.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도 강의시간이 각각 21.3%, 22.8% 늘었다. 반면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시간은 18.2% 감소했다. 강의전담교원의 강의시간도 전체적으로는 19.5% 증가했는데, 교양과목(5.3%)에 비해 전공과목(56.9%)에서의 증가폭이 더 컸다.

물론 시간강사의 강의시간 수가 줄었다고 해서 모두 해고됐다고 볼 수는 없다. 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존 시간강사 가운데 강의전담교원이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빙교원이 담당하는 강의시간이 증가한 경우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임 전 위원장은 “일부 대학은 강의전담교원을 초빙교원으로 뽑는 경향이 있다”라며 “초빙교원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나 강의전담교원과 비슷하게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을 비교해 보면, 수도권 대학은 초빙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지역대학은 비정년트랙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은 수도권(-15.2%)보다 지역대학(-17.8%)에서 더 많이 줄었다.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경우 수도권 대학은 강의시간이 0.3% 줄어든 데 비해 지역대학은 13.2% 늘어나 대조를 이뤘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역대학이 새로 전임교원을 뽑기보다 기존 전임교원에게 초과 강의를 맡기는 경향이 많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은 수도권 사립대와 지역 사립대를 비교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수도권 대학은 전체 과목 수가 3.3% 늘었지만 강의시간은 1.6% 감소한 것도 눈에 띄는 차이 가운데 하나다. 지역대학은 과목 수도 늘고, 강의시간도 늘었다. 특히 수도권 사립대는 전체 강의시간이 2.4% 감소했다. 임 전 위원장은 “많은 대학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강좌 수는 확대하면서 분반 수는 줄이는 대신 수강인원 제한을 없애 대형 강좌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비정년트랙 등 지위나 처우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수가 늘고 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이나 과목 수가 줄어드는 것을 오롯이 강사법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나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 등 대학평가지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임교원 확보율과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높이기 위해 비정년트랙을 많이 뽑아 강의를 맡기거나 기존 전임교원에게 강의를 추가로 맡기는 식이다. 겸임교원이나 초빙교원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주로 활용하는 교원확보율에 반영된다. 임 전 위원장은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에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반영하는 게 치명적”이라며 “수도권 사립대의 전체 강의시간이 줄어든 것도 대학평가가 한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걸렸다가 2013년 탈출한 8개 대학을 보면 이 같은 경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 8개 대학의 2011년 1학기와 2013년 1학기를 비교해보면 전체 강의시간이 6.8% 줄었다. 정년트랙 전임교원 담당 강의시간은 2.4% 증가한 반면 비정년트랙 담당 시간은 80.8%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강의전담교원은 67.7%, 초빙교원은 38.1%, 시간강사는 35.2% 강의시간이 감소했다. 강의전담교원은 대학에 따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임용하기도 하고, 비전임 교원으로 임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짝퉁’ 교원제도 남발, 교원 위계화 심화, 시간강사 해고 등의 문제는 현행 강사법과 정부의 대학평가지표, 교직원 연금법 등이 함께 얽혀 있는 문제”라며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는 강사법뿐 아니라 대학설립운영규정, 대학평가제도, 연금법 등 대학교원제도 전반에 대한 대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라도 임 전 위원장은 강사법 시행 2년 유예 이후의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지금의 강사법을 폐기하고 대체입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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