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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청년실업과 대학의 책무
교육단상_ 청년실업과 대학의 책무
  • 최기원 한양대 커리어개발센터장
  • 승인 2014.01.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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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원 한양대 커리어개발센터장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대자보가 지난해 12월 10일 한 대학교에 붙은 이후 전국 청년계층으로 확산됐다. 이 ‘안녕 신드롬’은 사상 최초로 청년 고용률이 40% 아래로 떨어지리라는 전망을 알리는 아득한 취업의 낭떠러지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청년층들에게 불길을 지르기에 충분했으리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바람을 우리 대학은 어떻게 해소해 줄 수 있을까? 왜 20대 젊은 인재들이 10만 명당 24명이 자살을 택하는지. 왜 입사전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는지 우리 대학은 이해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대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는지 고민해야만 한다. 대기업, 공무원, 번듯한 직장 입사라는 제로섬 게임에 빠진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하는 크나큰 책무가 우리 대학에 있다.

고도성장시대를 살아왔던 산업화 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IMF와 IT버블이 꺼지고, 급기야 미국발 모기지론 사태나 세계적인 금융위기, 유럽 재정적자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면서 청년실업의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러한 취업대란이 발생하게 된 근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첫째 사회구조적인 문제, 둘째 진로지도의 한계, 셋째 채용시장의 빠른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우선 우려스러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자. 1980년대까지 학력에 맞춰서 직장을 찾던 사회에서는 실업계 고교, 전문대, 대학의 진로가 나름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점차 가계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대학진학률은 1970년대 9%대에서 1990년 33.2%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8년에는 무려 83.8%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나타냈지만 이에 맞먹는 고학력 중심의 사회로는 변화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1998년 IMF사태부터 시작한 세계 경기의 침체와 일자리 창출 없는 성장시대의 도래는 만연적인 대학의 취업난과 위기를 도래했다. 이에 따라 자연히 대학진학률은 2010년 79%, 2011년 72.5%, 2013년 71.3%로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대학 위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진로교육의 한계와 함께 채용시장의 빠른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초중등 단계에서 직업교육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북유럽 같은 조기진로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소리는 있지만 한국적 대학입시교육이라는 함정에 바로 파묻히고 만다. 여기에 한국 학부모들의 체험적 직장관은 또다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학부모들은 자녀가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과 능력보다는 안정된 생활과 높은 보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72.7%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괜찮은 일자리의 수요자를 살펴보면, 20~35세 가운데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의사가 없는 취업준비생이 약 70만명이라고 한다. 반면 괜찮은 일자리의 공급은 500대 기업 3만7천300명, 60대 주요 외국계 기업 1천200명, 초중등교사 1만1천100명, 중앙 및 지방공무원(일반직) 1만3천600명, 공공기관 1만5천400명 등 7만8천600명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간극을 좁히기 힘든 ‘일자리 불일치’의 극명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청년들이 삼성 직무능력검사(SSAT, 5천500명 모집)에 10만명이 지원하고,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1천446명 모집)에 12만6천명이 지원하는 모습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현 정부에서 내놓은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을 보면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창업’을 통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뤄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 대학도 기존의 틀 안에서만 대안을 찾기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향 수립,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적극적 수용, 그리고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국가적 사회적 요구에 앞서 먼저 학생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찾아 나설 때 비로소 우리의 책무를 다하게 될 것이다.

최기원 한양대 커리어개발센터장
고용노동부 옴부즈만 위원, 사학연금공단 연금운영위원을 지냈고, 전국대학교 취업관리자협의회장, 한국진로교육학회 대학취업진로위원장, 한국취업진로학회 부회장, 한국직업교육진흥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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