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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키우는 한 해
희망을 키우는 한 해
  • 교수신문
  • 승인 2013.12.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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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甲午年 새해 첫 아침입니다. 좋은 꿈 꾸셨는지요? 2013년, 한 해가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와 함께 희망의 사자성어를 교수사회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해왔습니다. 희망의 사자성어는 말 그대로 우리가 한 해를 살아가면서 희망처럼 품고 살았으면 좋을 그런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저는 이 ‘희망의 사자성어’ 설문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2012년, 2013년, 그리고 올해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꼽힌 사자성어가 아니라, 아깝게 몇 표에서 몇 십 표 차이로 首位에 들지 않은 사자성어 ‘與民同樂’입니다.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는 ‘破邪顯正’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교수들이 꼽은 것은 ‘生生之樂’이었습니다. 『시경』에 나오는 말로, 중국 고대왕조인 상나라의 군주 반경이 ‘너희 만민들로 하여금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게 만들지 않으면 내가 죽어서 꾸짖음을 들을 것이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교수사회는 2013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除舊布新’을 꼽았습니다. 역시 그 다음에는 ‘여민동락’에 많은 교수들의 시선이 가 있었습니다.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하다’는 뜻이지요.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자세를 비유한 이 말은 『맹자』 「惠王章句 하편」에서 유래합니다. 2012년의 ‘생생지락’과 같은 맥락에 놓이는 사자성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14년 ‘전미개오’가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될 때, ‘여민동락’이 비록 수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또 다시 많은 교수들에게 호명됐습니다.
신년사 자리에 제가 이렇게 길게 ‘여민동락’을 언급한 것은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하다’라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의미의 울림 때문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에 의하면 오직 한 사람만 자유로왔던, 강직된 전제사회에서도 사람들의 소망은 ‘더불어 함께 즐거운’ 삶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3년 새정부가 꾸려지면서 우여곡절 많은 혼란과 시련, 갈등과 상처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점점 더 경색돼 가는 세계 정세까지 겹쳐졌습니다. 안팎의 여러 가지 사건과 사태, 갈등 등을 지켜보면, 결국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곳곳에 따뜻한 온기가 도는 跳躍은 불가능할 것일까요? 저는 2014년 갑오년이 희망의 불씨, 화합과 평화가 깃드는 원년이 됐으면 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본다면 ‘여민동락’은 깊은 의미를 주는 말입니다.


올 한해를 ‘좋은 씨앗’으로 삼아, 우리사회가 더욱 성숙하고 어려운 경제 여건을 딛고 도약할 수 있으려면 ‘여민동락’의 지혜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칭찬과 격려, 관용과 양보, 타협과 상생, 이런 단어들이 올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주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문제 해결의 힘을 지닌 정부와 여당은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함께 지혜를 모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 그것이 ‘여민동락’으로 가는 첫걸음 아닐까요?
‘百尺竿頭 進一步’의 지혜를 통해 희망이 자라는 2014년 갑오년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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