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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뤄져 국민과 위정자 함께 즐길 날 오기를 … ”
“자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뤄져 국민과 위정자 함께 즐길 날 오기를 … ”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2.3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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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 2, 3위 선택 이유 있었다

1표 차로 순위를 다퉜던 희망의 사자성어 2, 3위의 출전은 어디이며, 교수들의 어떤 이유로 추천했을까. ‘격탁양청’은 그 출전이『唐書(당서)』「王珪傳(왕규전)」이다. 흐린 물을 씻어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한다는 의미의 격탁양청은 그 풀이 자체에 부패에 찌들었던 2013년의 정치권을 바라보는 교수들의 시각이 담겨 있다.

공기업 비리, 원전 비리, 학연·지연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갈등과 반목의 근원을 ‘불신’에서 찾은 이대식 경인교대 교수(초등특수교육과)는 현 정권의 인사 난맥에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원칙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모든 일을 알음알음 제한된 인맥으로 해결하려 하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은 물론 국민들의 신뢰도 얻기 어렵다. 사회 지도층과 가진 자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지역에 구분이 없었다. 고봉운 제주국제대 교수(전기에너지공학과) 역시 “지연, 혈연, 학연과 관계없이 중용할 수 있는 덕망의 큰 정치를 기대한다. 공무원 및 사회 각처의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신념과 직위에 걸맞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제투명성 순위가 30위인 아프리카 보츠와나보다 16계단이나 떨어진 46위를 기록했다며 부패척결에 목소리를 높인 의견도 있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과)는 “원전 검사합격증 위조사건은 우리의 부패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도덕적 후진국가를 벗어나기 위해 격탁양청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재헌 건국대 교수(지리학과)는 “甲午는 五行으로 보면 나무에 불이 붙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해 어둡고 흐린 물을 맑은 물로 갈아야 한다”고 2014년에 거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3위를 차지한 ‘여민동락’은 그만큼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의 삶과 ‘대한민국’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들의 삶이 괴리돼 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여민동락을 선택한 교수들의 의견 중에서는 측근정치에 대한 우려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측근정치로 대변되는 집단의 독점이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노영근 국민대 교수(교양과정부)의 선택 이유처럼 양해림 충남대 교수(철학과)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네 편, 내 편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재곤 한국외대 교수(일본어통번역학과)는 “2014년에는 여당만이 주도가 되지 않고 야당과 협의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여민동락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평의회장(사학과)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안만 나서고 불리한 사안들에는 일체 반응하지 않는 구태를 벗어나 국민들과 진정 소통하고 고통을 나누는 대통령으로 변신하길 기대한다”라며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여민동락을 추천한 이동철 용인대 교수(중국학과)의 추천이유에서처럼 지난해의 반성이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조형예술학부)를 비롯해 많은 교수들이 “민주와 복지를 갈망하는 국민과 함께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르기 바란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전미개오의 유래 : 전미개오는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다. 또한『원불교대사전』(원불교사상연구회 刊에)서는 “중생이 삼계에서 윤회생사하는 미혹을 버리고 열반의 깨달음을 얻는 것. 번뇌망상을 해탈해 보리의 깨달음을 얻어 보살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어내고 있다. 석길암 금강대 HK교수(한국불교철학)는 “‘위로는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上求菩利下華衆生)’는 의미와 전미개오가 일맥상통하고 있다”며 “유식학에서의‘轉識得智(전식득지)’와도 맞닿은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석 HK교수는 “선사들의 말들을 기록한 선종어록에 완전한 형태의 전미개오라는 말이 나타나긴 하지만 기본적 개념 형태는 오래 전 불교 기본적인 사고방식에서 온 것으로 특별히 유식학이나 선종의 한 종파로 나누기보다는 불교 용어로 보는 것이 좋다”고 전미개오의 유래를 정리했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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