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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학회와 소통하는 母학회 역할 할 것 …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
“지역 학회와 소통하는 母학회 역할 할 것 …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2.30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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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 학회장에게 듣는다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박근혜정부 임기 2년을 맞아 국내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과 더불어, 국외에서는 영토분쟁으로 치닫는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상황까지 급박한 2014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4년 국내 학계는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까. <교수신문>은 여섯 곳의 주요 학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4년을 준비하는 이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2014년 상반기까지 대한건축학회를 이끄는 서치호 건국대 교수(건축학과)는 지난해 회원이 중심이 되는 학회로 만들기 위해 지회와의 지속적 교류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의 공언은 회원 간의 다양한 만남의 장과 학문적 교류로 이어졌고, 지난해 11월 아키콰이어(대한건축학회 합창단)의 정기연주회는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또한 학회 건축센터가 ‘2013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으로 건축학회는 대내외적으로 호사가 많았던 한 해였다.

하지만 서 교수는 얼어붙은 건설경기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학회의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건축분야는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고용확대,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으로 교량이나 댐에 비해 주택이나 건축물은 건설 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부동산업계, 가전업계, 유통업계, 제조업계 등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며 여러 분야로 경제적 효과를 파급시키는 건축 경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선진국에 비해 다양한 문화시설물이나 복지시설이 부족한 국내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콘텐츠에 부합하는 자연사박물관, 역사관, 여성사 박물관, 과학관 등 건축 분야의 다양한 공공건축물의 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건립해가야 한다”라며 대한건축학회가 2014년에 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공공건축물 공급 계획 수립할 것

2014년 8월 서울에서 세계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 이하 ICM) 개최라는 과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한수학회의 회장을 맡은 김명환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는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ICM는 스포츠로 비유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견줄 수 있는 큰 행사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2014년 ICM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ICM 조직위원회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예산 확보 및 기금 모급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개최되던 아시아수학대회(Asian Mathematical Conference)를 지난해 부산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해 2014년 IMC 개최에 그 역량을 쏟아붙겠다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세계 수학자들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는 2014년 서울 IMC를 틈타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of Basic Sciences)에 새로이 둥지를 튼 국가수리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athematical Sciences)를 수학계의 대표연구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 분야 정부지원 R&D 예산 1조 5천억 원 가운데 3.1%(466억 원) 수준(2010년 기준)인 수학 분야 정부지원 연구비를 5%까지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세계수학자대회 준비에 박차 가해

또한 신진수학자의 일자리 창출 및 지원에도 신경 쓴다. 학문후속세대의 일자리를 확충하지 않고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김 교수는 “현재 70여 개의 기초과학연구소, 자연과학연구소와 KIAS, NIMS, IBS 등 주요 연구소에 박사 후 연구원 자리를 확충하고 대학강의전담교수 정원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산학연의 협력을 통해 합리적 정책을 개발해 정부를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의 차기 회장은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다. 오는 2월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전임회장단이 지난 한 해 주력했던 유럽과의 학회 연계활동을 계승해 교류를 지속할 것이며 더불어 미국의 경제학회와 교류하는 부분도 증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경제학회 간 교류다. 그는 “유럽, 미국의 경제학회가 많은 반면, 아시아 지역의 경제학회가 별로 없는 편이다. 동아시아 삼국이 교류를 늘리면서 국제학술대회에 서로 세션을 만들어 초청하고 교류하다보면 앞으로 한중일 국제학술대회로 확장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동아시아 삼국의 경제학자들의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경제학회의 화두였던 ‘연금’과 ‘일자리’에서 ‘일자리’는 여전히 한국경제학회의 2014년을 고민하게 할 화두가 될 것 같다. 그는 “단기적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고 장기적 과제로 성장 동력 확보다. 저성장에 빠지지 않도록 어떤 정책을 써야 할지 한국경제에 어떤 처방이 필요할지 학회의 역할이 크다”라며 한국경제학회 회원들의 치열한 연구를 주문했다. 격년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한국경제학회는 2014년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일자리’를 고민하는 연장선상에서 김 교수는 “외국의 저명 학자들을 초빙해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과제라던가 미국의 출구전략과 연관된 부분, 그것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학술대회의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일자리’화두는 2014년에도 이어져…

지난해에 이어 2014년 12월까지 한국물리학회를 이끄는 이철의 고려대 교수(물리학과)는 2013년을 물리교육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의 말대로 물리인증제가 활성화됐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2014년에는 물리인증원을 설립하려고 준비 중이다. 연 1회 실시하던 중학생 물리대회도 2회로 확대했고, 지난해에 대학생 UCC 경진대회를 개최해 ‘생활 속의 물리’를 영상으로 잘 표현해 물리 대중화에 앞장선 대학생들에게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고교생을 선발해 소외지역 중학교로 파견, 중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도록 격려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기초를 닦은 물리교육을 2014년에는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교육부와 연계해 진행하는 여고생 물리캠프를 2014년에는 전체 고교생으로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한국물리학회의 올해 가장 큰 화두로 기초과학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기초과학자들이 완전히 궤멸 직전에 간 상황에서 연구 생태계 복원이 가장 큰 화두다”라고 말하며 연구비 편중현상 개선이 시급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리에 대한 인식이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물리를 하지 않고도 대학을 가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많이 어둡다. 물리교육의 원년을 선포했던 지난해에 이어, 연구생태계 복원을 위해 한국물리학회는 2014년 물리교육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언론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규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54년 역사를 가진 한국언론학회의 40번째 회장이다. 한국언론학회는 산하 22개 전문 연구회와 5개 지역언론학회를 포괄하며 1천4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영문학술지 <Asian Communication Research> 등 3개의 전문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한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不惑에 해당하는 40번째 회장이라 더욱 강한 소명의식을 느낀다는 김 교수. 전임회장이었던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의 독자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만들기 위해 ‘인문학적 접근’을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김 교수는 2014년을 어떤 해로 구상중일까.

물리학계 연구 생태계 복원 시급해

김동규 교수는 2014년을 외형상 규모에 만족해서는 안 되는 질적 도약의 시기로 규정하고 학회의 모토를 ‘근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으로 정했다. 그간 학회가 외형적 성장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는지 또 산업계, 정책당국과 너무 가까웠던 것이 아닌가 반성해보자는 의미다. 그는 “특히 융합과 통섭을 특징으로 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말맞춰 언론학도 학문적 경계 세우기와 허물기를 동시에 시도해야 한다”며 뿌리내리기를 굳건히 하면서 타 학문과의 과감한 교류로 지평 넓히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디지털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본격적으로 진단하는 연구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미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로도 학회 자체 기획 세미나를 다양하게 개최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술활동의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이사를 신설하고 재외 한국언론학자들과의 교류를 확대할 것이다. 이미 재미 학술단체인 KACA(Korean American Communication Association)와는 봄철학술대회 세션 참여와 영문학술지 ACR의 편집진 및 논문응모 참여를 확정해 놓은 상태이다. 추후 이런 교류를 일본이나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김 교수는 “학회 소속 23개 하부 연구회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역언론학회 및 유관 학회와의 공조를 확대해 ‘같이 가는 母학회’로서의 모습을 구현”하며, “한국언론학회의 아름다운 전통인 원로 회원 및 신진학자에 대한 지원과 배려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타 학문과 교류로 언론학 지평 넓히기

지난해 8월부터 한국철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강영안 서강대 교수(철학과)는 2014년을 다음 세대의 철학하기를 위한 준비의 해로 보낼 계획이다. 강 교수는 “한국에 철학이 도입된 년도를 1926년 경성제대로 잡으면 80년이 넘었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철학자들이 생산한 철학적 작업이 단 한 번도 정리되지 않았다. 2014년은 이 방대한 작업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대철학, 영미철학, 독일철학 등 각 지역이나 시대와 관련된 분야뿐만 아니라 인식론, 윤리학, 과학철학 등 각 영역에서 이뤄낸 성과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구슬들이 한 줄에 꿰어져야 비로서 한국에서의 철학적 사유가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에 강 교수는 이 작업을 그가 회장으로 있는 동안 시작할 생각이다.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 철학을 위해 80년간 생산된 철학을 집대성하자는 원대한 계획인 것이다.

80년 한국철학사 집대성 시작

더불어 강 교수는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수많은 인문학 강좌들 중에 기초적인 인문학 강의가 대부분이었다고 평하는 그는 “철학을 중심으로 한 고급 강좌를 학회 중심으로 공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한국철학회 회원들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학에서 생산된 지식, 전공으로서의 철학과는 달리 삶과 죽음, 노동과 휴식, 시간과 돈 등 삶과 관련된 문제 중심의 강좌가 학회 차원에서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현재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최고 인문학강좌와 구별되는 지점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2008년 서울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철학자대회 이후 지역과 중앙(수도권)의 철학자들의 교류가 적어진 것을 타파할 수 있도록 母학회로서의 역량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학회장들의 포부가 갑오년에 어떻게 이뤄질 지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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