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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경제 - 한국경제의 진로
[신년특집] 경제 - 한국경제의 진로
  • 교수신문
  • 승인 2001.0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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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04 14:46:12
김영호 / 경북대 경제학, 전 산자부장관

한국의 경제위기 재발을 우려하는 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있다. 최근의 분위기로서는 이미 위기적 양상이다. 지금의 내리막길이 어디까지 내려갈까.
사실 우리는 금년 상반기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을 때 이상증세는 곧 꺾인다고 예상했고 위기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왜냐하면 급격한 회복이 경쟁력의 상승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발동되는 헝그리정신, 공적자금 투입이나 재정적자 발동 그리고 정리해고 에 대한 노동코스트의 감소, 저환율 그리고 국제적인 호경기의 지속 등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점차 경제가 회복되면 헝그리 정신은 없어지게 마련이고 막대한 공적자금투입이나 재정적자 발동은 한계에 이르러 머지않아 새로운 위기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으며 노동자는 이 이상 희생을 당하지 않으려는 정도가 아니라 아미 당한 일방적 희생까지 보상받고자 하는 분위기가 됐으며, 수출이 증가하면 환율은 다시 올라가기 마련이고 미국 신경제 호황도 끝나가고 있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므로 상승세가 꺾이고 마침내 하강세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하강세는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가.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처럼 IMF 구제금융을 두 번 받는 W자형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북유럽형의 (루트)형과 W자형의 중간쯤까지 내려다가 상승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처럼 하강상태에서 침체상태로 가는 L자형인가. 지금의 우려는 W자형 하강이나 혹은 L자형 장기체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L자형에서 조금 내려가되 W자형으로까지 내려가지 않고 급상승해주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이다.
정부쪽의 이야기로는 지금의 4대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내년 가을쯤 다시 회복되고 고성장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은행의 돈이 증권시장으로 흘러와 증권시장이 활성화되고 그 결과 기업이 증권시장을 통하여 직접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선 은행 기업 구조조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일정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면 우선 사회안전망이 그들을 받아주고 투자가 몰려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이 다시 흡수될 것이며 증권시장이 활성화되고 주가가 오르면 투입된 공적자금이 회수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이것이 세계의 자금이 몰려드는 미국에서는 신경제의 상승기류를 타고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이미 98년도의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실패한 것을 본 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또다시 그 이상의 정리해고를 수용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처럼 외국의 생산적 투자가 몰려오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금융구조 조정이 일단락 되었을 때 제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고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 될 때까지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제조업이 흑자도산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유럽적 협력원리의 조화에 성공한 네델란드의 구조조정, 노동자의 정리해고보다 작업분할(work sharing)과 생산성 향상 위주의 구조조정에 성공한 폭스바겐이나 한국의 유한킴벌리 같은 모델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공동체원리의 조화의 길을 찾지 못하면 구조조정의 성공이 사회통합의 실패로 귀결될 위험성도 있다. 위기에 대한 우려가 우리 몸에 맞는 경제개혁의 결단으로 이어져야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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