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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어떤 아웃사이더
是非世說_ 어떤 아웃사이더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3.12.23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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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유명 예술가와 문인들이 들락거리는 파리의 한 사교클럽. 찰리 채플린과 바슬라프 니진스키가 나타났다. 채플린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영화계, 특히 코미디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 러시아 출신의 니진스키 또한 전설적인 발레리노로 비극적인 발레무용의 대가 아닌가. 그 둘을 두고 사람들이 가만둘 리가 없다. 성화에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지만 번갈아 무대에 선다.

채플린이 그의 장기인 코미디 연기를 했다. 장내는 요절복통의 도가니. 그러나 니진스키는 눈물을 짓고 있었다. 니진스키는 인간 율동의 비극적 극치를 이룬다는, 말라르메의 詩에 드뷔시의 음악을 안무한 「목신의 오후」를 췄다. 장내는 일순 고요해졌고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러나 채플린은 깔깔 웃고 있었다.

얼마 전 타계한 영국의 작가 콜린 윌슨은 이 사례를 통해 ‘아웃사이더’의 면모와 행태를 얘기하고 있다. 윌슨은 괴팍한 괴짜로 보이는 이 아웃사이더들의 이런 모습의 한편에서 그들의 천재성을 부각하고 있다. 속물화된 기성의 질서와 틀에 반항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그들의 본질에 대한 해석의 한 단면이 그것이다. 윌슨 자신 또한 물론 아웃사이더다. 불세출의 예술가와 문인 등을 포함한 아웃사이더들을 얘기하지만 카잔차키스에 대한 독특한 평가 속에 이미 그 자질이 담겨있다.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인이라 것은 비극이다. 이름이 카잔초프스키이고 러시아어로 작품을 썼더라면, 그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윌슨의 범주대로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재기발랄한 아웃사이더들이 더러 있다.

북한의 2인자로 행세하던 장성택이 김정은에 의해 즉결 처형된 것을 놓고 어떤 정치인 출신의 유명인사가 한 말이 논란이다. “우리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동종의 사건이 남과 북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같다.” 아무리 북한 쪽의 일이지만, 기관총이 나오고 화염방사기가 나오는 인척살육의 즉결처형이 부각되고 있는 그런 정변은 참 끔찍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런 정변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동일시하는 시각을 갖고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또한 아웃사이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뭔가 좀 아쉽다. 문학과 예술 등 다른 사안에 대한 코멘트라면 모르지만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우선 정확한 팩트로 말해야 한다. 북쪽의 그것은 정적 제거 차원에서의 장성택에 대한 숙청이었고, 남쪽의 그것은 범법행위에 대한 사법권의 행사라는 점이 다르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이 둘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본다는 것 자체가 좀 그렇다. 회의석상에서 衆人環視리에 강제 체포돼 고문을 받고 즉결 처형된 사람을, 조사 내내 20명이 넘는 변호인들의 도움을 받고 재판정에서 검찰과 석 달째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람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은 물론 전에도 아웃사이더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돼 캐주얼 복장으로 의원선서를 해 논란이 일자 “똑같은 것보다는 다 다른 것이 좋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사람이다. 또 자신이 ‘자수성가형 아웃사이더’라면서 따르고 존경했던 대통령 밑에서 의기투합해 장관까지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래도 뭘 좀 잘못 짚은 것 같다. 뭔가 정치적 세력을 재규합하고 정치적 복귀를 노리기 위해 튀는 발언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뭔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이번 발언에 대한 여론은 차갑다. 야당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한 말을 했다. “일개 시민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 말한 걸 갖고 뭘 그리 발끈하시는지….” 역시 아웃사이더다운 말이다. 그러나 뭔가 텅 빈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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