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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립대 중요성 재인식하라
정부는 국립대 중요성 재인식하라
  • 이병운 부산대·국어교육과
  • 승인 2013.12.2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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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MB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시도가 국교련 차원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히자 MB정부의 교육관료들은 우회적으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수립했는데, 이는 국립대를 교육관료의 지배 아래 두고 국립대의 자율성을 파괴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MB정부의 교육정책을 입안한 이주호 장관은 ‘국립대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국립대의 자율성을 유린하고 초토화시켰다.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도록 강요하고,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상호약탈적 연봉제를 도입해 국립대와 교수사회를 파괴하려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도 교육부의 국립대 정책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총장직선제 문제는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라고 공표했지만, 교육부 관료는 여전히 총장직선제 유지 대학에는 정부 지원금을 환수하고, 총장직선제 폐지 학칙과 규정을 연말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 재정지원도 삭감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관료들은 폐지보다는 누적비율 등 단편적 내용으로 협상하려 하고 있다. 전 정부와 달라진 것은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정책과제팀에 연구용역을 줘 개선안을 강구하게 한 것뿐이다.

국립대에서 총장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교육공무원법(24조)에 보장하고 있다. 이는 헌법(31조 4항)에서 명시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하면, ‘해당교원이 총장후보자를 선출할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법치국가에서 교육부 관료가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과 법률에서 보장한 권리를 넘어서 총장과 대학 교원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학칙과 규정을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하던 것을 대학 자율성 차원에서 폐지했는데도(고등교육법), 여전히 총장 선출에 관한 학칙과 규정을 보고하라고 추궁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행정관료가 헌법과 법률을 초월해 협박하는 이러한 행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는 첫째, 기존의 호봉제보다 못한 보수체계로 하위 50%의 임금을 뺏어 상위 50%에게 지급하는 제로섬 방식이어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조차 그 도입을 기피하는 네거티브 정책이다. 둘째, 상대평가로 인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도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아 불이익을 당하는 네거티브 정책이다. 셋째, 한 번의 평가결과가 누적돼 평생의 연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누적식 연봉제다. 넷째, 다양한 학문과 전공으로 나뉜 대학 교원의 업적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평가할 수가 없는데도 억지로 획일적인 기준으로 줄을 세우고 있다.

다섯째, 교육공무원법(34조)에서 명시한 교육공무원에 대한 ‘보수의 우대’는 고사하고 자격, 경력, 직무의 곤란성, 책무의 정도에 따라 정하는‘보수 결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여섯째, 국립대 교원 다수가 반대한 성과연봉제는‘근로자의 동의 없이 급여 규정을 변경한 것’이므로‘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 일곱째, 이 제도로 인해 단기연구 성과에만 매달리게 되고, 협동연구와 장기연구의 토대는 허물어지고 대학교육의 창의성은 저해될 것이다.

총장직선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실시는 국립대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지금까지 국립대 교원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국가의 인재 육성은 물론 지역문화의 창달에 충실하게 헌신해왔다. 그러나 무지한 교육관료의 방치와 국립대들의 인식 부족으로 현재 국립대는 열악한 재정과 우수인재의 유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관료는 국립대를 위한 정책 개발은 고사하고 모든 책임을 국립대에 전가하고서 오히려 재정지원을 협박 수단으로 국립대를 교육관료의 지배 아래 놓으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국민 통합이라는 대명제 아래 국립대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국립대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지원 계획을 밝히기 바란다.

 

이병운 부산대·국어교육과
부산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한글과 정보화」, 저서로『한국 행정지명 변천사』등이 있으며 현재 부산대 교수회장, 국교련 상임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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