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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세대교체
학계의 세대교체
  • 논설위원
  • 승인 2002.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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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요즘 급속한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우리 사회의 주역이 한층 젊어졌다. 이런 현상은 지식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일제시대에 교육 과정을 밟은 이른바 지식인 1세대는 이미 은퇴한 지 오래이고, 6.25 이후 태어나 서구식 교육을 거친 지식인 2세대가 지식인 사회의 주역을 맡고 있다. 한편 그들 사이에 위치한 지식인 1.5세대는 속속 학계를 떠나고 있는 형편이다.

지식시장에서의 세대교체는 단순한 연령층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君師父一體로 표현되는 과거의 지식인이 인간됨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면, 젊은 지식인은 정확한 지식의 전달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러한 강조점의 현격한 차이는 피교육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사회적 성격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인격 형성과 지식의 전수는 떼어놓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으로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할 교육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따라서 젊은 지식인들은 교육의 현장에 머무르는 한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식인의 주체가 젊어질수록 지식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구태여 청빈낙도의 선비정신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지식인 1세대가 감내하던 물질과의 비친화성은 이제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습이 되고 말았다.

지식은 곧 돈이 된다는 등식은 점차 보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구실에서의 획기적인 업적은 엄청난 부로 확대 재생산돼 졸지에 적수공권의 지식인을 백만장자로 둔갑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따라 지식인을 평가하는 기준마저 달라져 부를 생산해 내지 못하는 지식인은 곧 무능한 신세로 비춰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한 사회의 기반이 물질로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가설은 이미 검증된 진실이다. 지식인의 소명은 정신적 토대의 구축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자각이 사회적 합의로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지식인 2세대는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식은 곧 돈이라는 등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권력을 향유하는 통로가 된다는 인식으로까지 발전한다. 사회적 참여를 통한 현실문제의 해결도 무시할 수 없는 지식인의 과제이다. 그러나 요즘 지식인 2세대의 내면을 살펴보면 강단과 연구실에 대한 애착보다는 권력의 부차적인 위세와 특혜에 탐닉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유력한 정치인들이 수십명의 학자들을 거느린 채 텅 빈 두뇌를 과대포장 한다던가, 정책제공보다는 연고주의에 이끌려 후원회를 결성하고 논공행상을 바라는 추태가 빈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식의 사회적 기여와는 거리가 먼 지식의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실상 지식인 1.5세대가 세대교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의 완충역할 책임에 미흡한 결과 지식인 2세대의 일그러진 상이 노출된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 모든 지식인들은 깊이 고뇌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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