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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실태파악 필요 … 환수 힘들면 ‘현지활용’ 방안 찾아야
철저한 실태파악 필요 … 환수 힘들면 ‘현지활용’ 방안 찾아야
  • 교수신문
  • 승인 2013.12.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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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 한국문화재,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사진)이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제1회 국제학술대회의 주제는 ‘국외소재 한국문화재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다. 안휘준 이사장은 해외에 유출돼 있는 한국문화재 규모를 대략 15만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에 산재한 이들 문화재의 환수와 현지활용은 관련 학계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꾸준히 접근해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마련한 첫 국제학술대회가 이 주제를 제기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한국문화재 현황과 연구방안 등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백금자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명예큐레이터, 제이슨 스튜버 플로리다 샤무엘한미술관 아시아미술 큐레이터, 박영숙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 명예교수,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안휘준 이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해외 한국문화재 문제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는 효율적인 환수도, 제대로 된 현지활용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부와 연구자들이 철저한 실태 조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서두르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실천에 옮겨야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현지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안휘준 이사장의 제안을 발췌했다.

▲ 13c 전반.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청자 진사채 연판문 표형 주전자(청자 진사채 연꽃무늬 표형 주전자)로 최항묘에서 출토됐다. 연꽃줄기를 잡고 있는 동자는 다남, 재생, 풍성한 수확을 상징한다. 독일 함부르크 예술공예박물관에 이와 유사한 ‘진사채청자주전자’가 소장돼 있다
한국문화재 현지활용을 가로막는 요인
첫 번째 요인은 한국의 문화재들이 워낙 여러 나라, 수많은 곳에 흩어져 있어서 체계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지활용이나 환수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한국문화재들이 개인에 의해 私藏돼 있거나, 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소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전시 등을 통해 공개 활용되지 못하고 ‘死藏’돼 있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각국의 유수한 박물관들로 한국의 유출 문화재들이 모여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의 대표적 박물관들이 한국문화재들을 자체의 예산을 들여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한국문화재 전문가가 외국 박물관들의 학예원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 등 극소수의 박물관들 이외에는 한국문화재를 전담하는 전문 학예원이 확보돼 있지 않다. 그나마 국제교류재단의 노력에 힘입어 ‘워크숍’이 활성화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의 학예원들이 한국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게 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이들의 손과 머리를 빌려 한국문화재의 현지활용을 보다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한국문화재를 소장하고 소개할 외국의 박물관이나 연구기관 등에 시설과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섯 번째는 외국 현지의 박물관과 인접 대학 간의 연계나 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외국에 유출돼 있는 문화재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예술의 특성과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고 역사와 문화를 아울러 효율적으로 소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현지활용을 활성화하려면 결국 앞에서 간략하게 짚어본 저해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따라서 그 방안들을 압축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문화재 작품의 다양화, 풍부화, 집약화를 달성하는 일이다. 수많은 곳에 흩어져 死藏된 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들이 표면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주요 박물관 등의 문화기관으로 모이게 하는 일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난하기 그지없다. 한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소유국들의 경제적 여건, 법제적 조건, 문화적 상황 등과 복합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사장돼 있는 한국문화재들이 표면으로 나오게 하려면 그것들이 옥션 등 외국의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문화재들이 열린 시장에 나오자마자 한국의 박물관들과 개인 소장가들이 즉각 구입해 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이는 현지활용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환수를 위해서도 제일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범주의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예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다. 근래에 중국이 경제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중국 수집가들이 국제시장에 나오는 자국의 문화재들을 가격 고하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구입함으로써 중국문화재의 값을 치솟게 함과 동시에 문화재 환수의 성과를 단단히 올리고 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단순히 중국인들이 부유해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의 깊은 애국심과 높은 문화적 자긍심이 결합된 결과임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더없이 값지고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私藏이나 死藏돼 있는 한국문화재들의 표면화와 국내외의 거점 박물관 등으로 집중되게 하는 일이 현지활용의 다양화와 풍부화를 위해 절실한 과제다.

死藏된 문화재들을 표면에 모습드러나게 해야
개인 소장가들이나 사립박물관 등이 외국 미술시장에 나온 한국의 문화재들을 구입할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에는 국립박물관이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의 국립기관이나 단체 등이 그 역할을 대신할 필요가 매우 크다. 다만 이 경우 문화재 구입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이 요구되고 그것은 국가적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 하겠다.


둘째로 한국의 문화재를 제대로 연구하고 소개할 인력의 확보와 활용이 요구된다. 외국 현지에서 한국문화재들을 활용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려면 훈련을 통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 대체로 외국에 유출돼 있는 문화재들은 대부분이 동산 문화재들이고 미술문화재들이어서 미술사, 특히 한국미술사 분야의 훈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외국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다는 것은 교수진이나 개설 강좌의 한계성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국내에 들어와 유학하도록 함으로써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이나 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등이 우선 고려될 수 있겠다. 이밖에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는 일부 사립대들도 당연히 이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한 고려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미술사 분야의 외국 인재들을 위한 보다 조직적인 대응과 지원책의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현재는 많은 외국박물관들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미술을 담당하는 학예원들이 한국미술과 한국실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전통미술과 문화재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한국문화재의 전시를 비롯한 현지활용에 힘쓰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공간과 시설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아직도 한국미술실이 없는 곳은 계속 늘려가고 이미 설치되어 있는 곳은 공간의 확장과 시설의 내실화를 꾀하는 일이 요구된다. 그동안 국제교류재단이 성공적으로 해온 일을 보다 보강할 수 있도록 하면 큰 득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역시 국가적 차원의 계획과 지원을 요하는 일이라 하겠다.


네 번째는 한국문화재의 현지활용이나 환수를 위해 국외소재 문화재들의 전산화, 데이터베이스(data-base)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실태 파악과 데이터베이스화가 제대로 철저하게 돼 있어야 연구와 활용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 일을 잘 해왔고, 그것을 이어받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진력하고 있으나 워낙 양이 방대하고 인력과 예산에 제약이 많아 앞으로도 많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분야별, 종류별, 시대별, 등급별 분류 작업도 가능해 환수나 현지활용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어진다.


다섯 번째로 박물관과 인접 대학들과의 연계 및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대학은 한국문화재의 연구와 인재양성을 맡고 박물관은 수집, 연구와 조사, 전시, 사회교육을 맡아서 서로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박물관과 대학의 당사자들이 도모할 일이지만 한국 정부와 국내의 전문가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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