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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가는’ 이사회 ‘방치하는’ 교육부 … 해결의지 있나?
‘막 가는’ 이사회 ‘방치하는’ 교육부 … 해결의지 있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12.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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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상지대 등 이사회 파행 장기화

지난 9월 총장후보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요즘 ‘백수’ 신세다. 11월 1일부터 11대 총장 임기가 시작됐지만 총장실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앞선 총장 임기가 10월까지여서 2학기에 배정받은 수업도 없다. 대학 관계자는 “가끔 교수들 만나고 그러고 지내시는 것 같다”며 근황을 전했다.

열 달째 총장실이 비어 있는 상지대에 이어 대구대도 ‘총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舊재단 측 이사들이 참석을 계속 거부하면서 이사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이사회 분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상지대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이번에도 구재단 측 이사들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5월 이후 연달아 여섯 번째다. 이사회를 열기 위해서는 5명이 필요한데 구재단 측 이사 5명이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구성원 추천이사인 채영복 이사장의 사퇴 등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1년 이상 이사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이사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사이 사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공공기숙사 신축 사업은 결국 취소됐고, 신임교수 충원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신임교수를 충원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도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김문기 전 이사장 측 이사들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볼모로 학교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대 또한 지난 11일 예정됐던 이사회를 열지 못했다. 구재단 측 이사 3명은 지난 9월 홍 총장 선출 이후 이사회에 불참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대구대는 재적이사가 7명이어서 4명이 참석해야 이사회를 열 수 있다. 구재단 측 이사들이 계속 참석을 거부하면 구성원 추천 이사 2명만으로는 이사회를 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故황수관 박사의 후임으로 추천된 개방이사 선임도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당장 가시적 피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는 탓이다. 대구대는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고,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1차연도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대구대 관계자는 “지금껏 잘해 왔는데 문제 있는 대학으로 인식될 수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시작될 특성화 사업이나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다들 뛰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 리더십 부재 상태가 지속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대구대와 상지대 구성원들은 임원취임 승인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을 강하게 요구한다. 홍성태 교협 공동대표는 “구재단 추천이사들이 조직적으로 이사회를 방해하면서 총장 부재 상태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교육부가 이들의 전횡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구재단 측 이사들을 즉각 해임하거나 이사회를 해산한 후 공익적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학교법인 영광학원(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의 박상규 공동의장은 “교육부는 지난 10월 개방이사 선임과 기관장 임명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이사회에 보낸 뒤 11월에는 고위관계자가 직접 최후통첩까지 했다”라며 “이사회 분규 상황을 해결하고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이사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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