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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환경보전과 개도국 식량증산의 딜레마
선진국 환경보전과 개도국 식량증산의 딜레마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12.16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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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40_ 비만 야기하는 DDT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에 노출된 부모 세대는 자손 세대에 비만을 물려준다. 지난달 BMC medicine(http://www.biomedcentral.com)은 과거 DDT에 노출된 세대는 후손들의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학술논문을 소개했다. 연구는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진행했다. BMC Medicine은 생물과 의학, 임상실험 등 관련 최근 연구를 소개하고 리뷰하는 전문 학술 사이트다. 모든 내용은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내분비 교란물질인 DDT는 외부에서 전해져 자손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중 하나이다. POPs는 강력한 지용성을 가지고 있어 생체조직, 특히 지방조직에 축적하는 성질이 있고,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생체 내에 높은 농도까지 축적될 수 있다. DDT는 1874년 독일 화학자에 의해 처음 합성됐다. 그 후 1939년 스위스의 파울 밀러는 살충제로서의 효능을 발견했다. DDT는 처음에 인간에게 무해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해충 제어에 사용됐다. 그러나 지용성인 DDT는 소화기관이나 폐를 통해 천천히 흡수돼 부신, 고환, 갑상선 등 지방이 풍부한 신체 장기에 축적된다.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해 태아에게도 노출되며 또한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이미 1970년대를 시작으로 많은 선진국에서 사용이 중지됐다. 우리나라도 1971년 DDT의 사용을 금지했다.

자손에게까지 나쁜 영향 미치는 화학 물질

1951년 인간의 모유 속에 DDT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 보고 된 이래 오늘날까지 모유 속에 DDT가 남아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1979년 미국의 튤레인 재비어 생물환경연구소장인 존 맥래클란 박사는 DDT가 인체의 호르몬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과 세계보건기구는 말라리아 통제를 위해 아프리카와 다른 개발도상국에 DDT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이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말라리아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생존자들과 후세대들의 장기적 건강과 경제학적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DDT에 의한 인간의 독성 효과는 생식질환, 신경질환, 발달이상, 암 유발 등이다. 또한 잠재적으로 노출된 동물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당뇨나 비만 등 선천적 장애를 가질 수 있다.

비만을 야기할 수 있는 화학물질들은 환경적 오비소겐(Environmental obesogens. 환경에서 몸속으로 들어와 지방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다. 이 화학물질들에 저농도로 노출되면 지방세포의 분화촉진, 대사항상성(생물학에서 몸의 수분, 체온, 염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성질)의 고정점(set point) 변화, 식욕중추자극,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등의 기전으로 체중증가가 야기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고농도에 노출되면 세포독성으로 오히려 체중감소를 초래한다.

DDT는 처음에 인간에게 무해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해충 제어에 사용됐다. 그러나 지용성인 DDT는 소화기관이나 폐를 통해 천천히 흡수돼 부신, 고환, 갑상선 등 지방이 풍부한 신체 장기에 축적된다. 1970년대부터 많은 선진국에서 사용이 중지됐다.

18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북부 유럽의 여자 아이들은 몸집이 커지고 체중이 증가했으며 사춘기에 이르는 시기가 빨라졌다. 오래 전부터 만연해 온 비만은 1980년대의 가속적인 증가와 함께 20세기 중반 이래로 극적으로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어른의 33%와 2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의 17%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나라에서 비만이 증가했다. 비만의 주요 요소는 과영양이지만 최근 플라스틱, 탄화수소, 트라이부틸틴(tributyltin)의 환경 독물이 비만을 야기 하는 경향을 띤다.

DDT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비만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이 발견됐다. 또한 DDT의 혈중농도와 체중 증가 그리고 복부비만의 발생은 관련이 있었다. 한 예로 암컷 쥐에 0.069mmol/kg의 DDT를 처리한 결과 먹이섭취량이 급격히 상승했고, 110일 후 체중이 20%증가했다. 결과적으로 DDT는 혈중에서 지질과 함께 존재하며 지질대사 이상을 초래했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알아냈다.

환경 독물이 비만을 야기한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인간이 일차적으로 DDT에 노출된 이래로 현재 어른으로 성장한 F3 세대(부모 세대는 P, 그 자식 세대는 F1, F1의 자식 세대는 F2 등으로 표기)의 비만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DDT에 유도된 비만과 관련 질병을 가진 어른은 F1 세대가 아닌 오직 F3 세대에서 극적으로 관찰됐고 또한 증가했다. 또한 과거 DDT에 노출된 조상을 가진 여성과 남성의 50% 이상이 몸무게의 증가와 복부지방 과다와 같은 비만으로 발달했다. F1 세대와 F3 세대는 세대를 거슬러 분자 기작의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DDT와 연관된 정자 유전자의 메틸화 가변 영역(Differentially Methylated Region, DMR)을 분석해 보니 DMR의 많은 수가 비만과 연관됐다. F1 세대의 병리학은 생식계열보다는 태아 체세포들의 직접적 노출과 상관있다. 그러나 F3 세대의 병리학은 초세대적 생식계열 연관 기작과 관련 있다. 결국 생식계열 연관 DDT의 악영향이 몇 세대동안 숨겨져 온 것이다.

살충제가 아닌 살생제를 만든 게 아닌가

DDT의 위험성에 대해 주장한 레이첼 카슨의『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났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매년 생명체들은 새로운 화학물질에 적응해야 했다. 인간은 인구의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식량의 확보와 병충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농약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농약사용으로 해충의 저항성 획득(resistance), 잠재 곤충의 병·해충화(resurgence), 농약의 잔류(residue)라는‘3R’의 문제를 낳았다. 문제를 줄이고 환경을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DDT의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금지해야 옳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측면에서는 식량증산을 위해 DDT를 포함한 여러 농약 사용은 불가피하다.

DDT는 섭취를 통해서만 우리 몸에 쌓이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스프레이나 일회용품에도 들어 있고, 공기 중에도 떠다닐 수 있다. 과거에서부터 우리를 살찌운 곡물들이 단순히 한 세대의 삶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세대는 과거에 사용한 잔류 농약과 살충제로 인해 비만뿐만 아니라 여러 질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충제의 효과로 오히려 곤충들은 내성을 가지고 진화 하고 있다. 미래에 악영향을 받을 생명체는 결국 인간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질병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세대를 거듭한 후 나타날 가장 위험한 적을 방관하는 것과 같다. 결국 우리는 살충제가 나닌 우리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살생제를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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