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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의과대 교수들 실명 비판 … 금액까지 밝혀 파장일 듯
유명 의과대 교수들 실명 비판 … 금액까지 밝혀 파장일 듯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2.0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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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 다국적담배회사로부터 돈받은 연구자들 공개

“흡연과 폐암, 니코틴의 중독성 등 담배와 건강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해 왔던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전략을 바꿔 담배회사를 위해 일할 과학자들을 비밀리에 모집해 왔다.”

기업의 이익논리에 따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물론 많은 연구가 기업 의뢰로 진행되지만, 담배와 같은 유해상품에 면죄부를 주는 연구에 참여한 국내 과학자들에 대한 실증적 비판 논문이 발표돼 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9일 서울대에서 ‘건강과 기업’을 주제로 비판과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이하 비판과대안)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박상표 비판과대안 연구위원이 발표한「담배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한국의 연구자들」이다.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전략을 수정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1981년 히라야마 다케시 일본 국립암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한「간접흡연의 위험에 관한 역학적 연구 결과」였다. 이들은 우선 생물통계학자인 야노 에이지, 카가와 준 등과 계약해 히라야마의 연구결과에 흠집 내기 위한 대규모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의 흡연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Industry ETS Consultants Program’을 진행했다. ETS(Environmental Tobacco Smoke)는 담배업계에서 ‘수동흡연, 비자발적 흡연, 간접흡연’을 대신하는 용어로 만든 것이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ETS Consultant Program은 1987년 미국에서 시작해 1988년 유럽, 1989년 아시아, 1991년 라틴 아메리카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를 위해 박 연구위원은 담배회사 내부문서를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캘리포니아대 Legacy Tobacco Documents Library(LTDL)에서 ETS, Korea, Consultant 를 키워드로 2천 42건의 문서를 찾아냈고, 이 문서를 검토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국인 과학자의 이름을 추출해냈다. 그는 이 과학자들의 영문 인명을 다시 LTDL에서 검색해 문서를 재수집했고, 프로젝트별, 개인별로 분류했다.

이렇게 추출된 결과는 놀랍다. 박 연구위원은 고려대, 한양대를 비롯한 국내 유수 의과대학의 교수와 연구진들의 실명을 공개했고, 이들에게 다국적 담배회사가 접근한 방식부터 연구후원을 받은 논문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조직한 과정, 구체적인 보수수준까지 낱낱이 밝혀 학계의 파장이 예상된다. 박 연구위원은 “이 논문이 담배회사 내부문건에 근거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모두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신원이 밝혀진 한국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논문 내용에 대한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연구 환경에서 안정적인 연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단견으로, 의심하지 않고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들이 부지불식간에 돈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에 더욱 엄정한 연구윤리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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