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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제고를 위한 다섯 가지 제안
창의력 제고를 위한 다섯 가지 제안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2.03 10: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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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국가발전’ 논한 한국행동과학연구소 제2회 학제간 학술포럼

한국행동과학연구소(소장 이종승)는 지난달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의성과 국가발전’을 주제로 제2회 학제간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정범모 한국행동과학연구소 회장은 “후진국의 발전에는 단순한 지식·기술의 기억력으로 족하고, 중진국의 발전에는 복잡한 문제해결 사고력이 필요하며, 선진국 진입과 그 지속에는 창의력이 필수”라고 말하며 창의력 제고를 위한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놓아 포럼 참가자의 이목을 끌었다.

정범모 회장은 먼저 “청개구리를 반기고 길러라”고 주문했다. 창의력이 ‘새로움의 발상’이란 점에서 기존에 없는 것, 기존과 반대되는 것, 常軌에서 일탈한 것을 찾는 청개구리의 발상에 주목한 것이다. 청개구리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不同意의 자유를 행사하는 존재라고 설명한 정 회장은 “부동의의 자유가 없는 풍토, 조금이라도 상궤에서 벗어나면 ‘異端邪說’로 모는 풍토에서 청개구리의 창의자는 나타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의의 자유에 회의·반대·질문의 자유, 호기심·탐색·실험·모험의 자유, 오류·실패의 자유도 포함시키며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정 회장은 부모, 교사, 사장 등 지도자들이 청개구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창의력의 출현이 어렵다고 분석하며, “창의력 제고의 문제는 창의력 육성 방법의 문제이기 보다 그 전에 부동의의 자유 여하를 결정하는 이 나라 각계각층의 지도자 행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도자에게는 청개구리의 말을 일단은 들어주는 아량과 그런 다음에야 그 적부를 같이 논하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탈하는 청개구리의 발상

창의력 제고를 위한 정 회장의 두 번째 제안은 “폭넓은 교양과 경험을 길러라”는 것이다. 그는 창의력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스티브 잡스의 좌우명 “Think different”를 인용했다. 농사 밖에 모르는 농부, 음악만 아는 음악가, 물리현상만 보는 물리학자 등 자신의 생활에서 길러진 좁은 ‘정신적 윤곽’속에 갇혀서는 창의력이 솟아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달리 생각하려면 넓은 색다른 소재들이 필요하고, 넓은 교양과 경험은 그런‘다른 생각’들의 풍부한 소재를 마련해준다”라며 농부가 물리학에서, 물리학자가 음악에서, 음악가도 농사 경험에서 색다른 창의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국·영·수에만 몰두하는 학교, 직무 이외의 경험은 마련하지 않는 직장 모두 창의 출현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그 근거로 신경과학자들의 소견을 제시한 정 회장은 “창의력은 여러 경험의 종합을 관장하는 대뇌 우반구의 기능에 속하는데,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분석적 사고는 좌반구의 기능이다”라며 이 두 기능이 온전히 기능할 때 창의가 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일에 미칠 수 있게 하라”는 것이 정 회장의 세 번째 제언이다.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이라고 한 에디슨을 인용한 그는 “창의는 그저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공상만 한다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공상 이전에 긴 세월, 대개는 10년 이상 刻苦勉勵의 고된 연찬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창의적인 문제에 몰두할 때에는 문자 그대로 침식을 잊은 강한 정신집중의 시간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어떤 기관에서 창의력이 출현하길 바란다면,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고 그런 정신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넓은 교양과 경험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보람있는 일에 ‘미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시설·풍토가 학교·대학·회사·정부기관에 마련돼야 한국의 창의력이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시 압력으로 국·영·수에만 소일해야 하고, 과학실에서 실험에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그런 학생에게선 과학적 창의의 출현은 난망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네 번째 제언은 “가끔 마음을 비우고 한가히 쉬는 시간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것을 발견하려고 정신 집중하는 시간에서보다는 잠시 다 잊고 있는 휴식시간, 즉 忙中閑의 시간에 돌출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뽀앙까레가 함수 증명을 찾느라 수 주일간 씨름하다가 여행을 떠나 버스에 오르던 순간 번개처럼 그 해결책이 떠올랐던 일, 아르키메데스와 목욕탕, 사과나무 아래의 뉴턴, 꿈에서 뱀을 보고 6각형 벤젠 구조를 착상해 낸 화학자 케쿨레 등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자는 동안에도 뇌는 쉬지 않고 그 전에 받아들였던 여러 정보들로 신경조직의 구조적 변화를 계속하는데, 정 회장은 이 변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축 늘어지는’시간이 컴퓨터 게임이나 술 파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忙中閑에 돌출하는 아이디어

앞서 언급한 네 가지가 창의력 출현의 조건이라고 말한 정 회장의 마지막 제언은 “이 나라의 창의력 제고를 바란다면, 현행 학교교육은 철저히 반성되고 개혁돼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한국교육 개혁의 문제는 창의력 계발의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 정 소장은 △지금대로의 한국교육을 그대로 두고 이 나라의 창의력 제고를 논한다는 것은 거의 緣木求魚에 가깝다는 점 △한국교육 개혁의 문제가 아무리 고질적이라 해도 반드시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는 점 △해결책의 요체는 모든 인간평가를 전인평가로 하고, 교육에서는 전인교육을 복원함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회장의 기조강연은 결국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창의력 배양의 풍토 조성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포럼 참가자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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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2013-12-10 10:05:50
기사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응? 2013-12-08 23:21:57
한국행동과학연구소(소장 이종승) = 정범모 한국행동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