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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와 ‘생물학적 종의 개념’
마이어와 ‘생물학적 종의 개념’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3.11.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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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봄가을로 산과 들엔 온갖 꽃들이 피고 형형색색의 단풍이 든다.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는 동식물의 이름을 안다. 우리는 어떻게 각각의 생물 종을 인식하고 동정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이란 무엇이고 또 종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종이란 무엇인가. 종이란 단순히 ‘종류’를 의미한다. 농부들은 산야의 동식물 이름을 대부분 알고 있으며 어부들 역시 대부분의 어류 이름을 알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박물학자는 결국 농부와 어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이 워낙 많아 체계적인 정리가 요구된다. 약 250년 전에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칼 린네(Carolus Linnaeus)는 오늘날 사용되는 이명법 체계를 개발했다. 린네는 생물의 형태에 기초해 수천 종을 기재했다. 이러한 유형을 ‘형태학적 종의 개념’이라 하는데 이 개념에서 종은 유사하게 생긴 개체들 집단으로 정의한다. 그렇지만 ‘형태학적 종의 개념’은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수컷과 암컷 그리고 어린 개체와 성체들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유전학적 배경지식이 없었던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종 분화의 원인보다는 주로 종 분화의 결과를 논했다. 다윈은 진화를 시간의 경과에 따른 계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로 설명했으나 종은 각각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부 과정은 그들 사이에 불연속적 또는 간극을 두고 생성된다고 했다. 종 분화의 원인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 1904~2005)는 『유전학과 종의 기원』을 펴낸 도브잔스키 및 심슨 등과 함께 멘델 유전학과 다윈의 진화 및 자연선택설을 통합해 ‘현대 종합이론’을 제시했다.

1904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마이어는 의대에서 수학했으나 점차 조류와 생물학 연구에 심취하게 됐다. 그는 1926년에 베를린대 동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까지 같은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의사의 길을 택하지 않고 동물학을 연구한 것이다.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그는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면서 조류 분류 연구를 하는 동안 진화에 대한 그의 핵심 아이디어를 형상화했다. 그는 1942년에 최고 걸작인 『분류학과 종의 기원』을 출간했다. 마이어는 1953년에 하버드대로 옮겼으며 1961년부터 1970년까지 하버드대의 비교동물박물관 관장으로 봉사했다. 이후 2005년 사망할 때까지 『생물학적 사고의 성장』(1985), 『생물학의 새로운 철학』(1988) 등 25권의 저술을 남겼다. 그의 연구는 멘델 유전학, 분류학과 다윈 진화론의 진화적 통합과 ‘생물학적 종의 개념’을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마이어가 ‘생물학적 종의 개념’을 제안한 것은 생식적 격리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는 “종은 실제 또는 잠재적으로 상호 교배하는 자연집단을 이르며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돼 있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매우 세심하게 종을 정의했는데 예를 들어 ‘실제 또는 잠재적’이라는 용어는 종의 정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다. 여기서 ‘실제’라는 용어는 개체들이 동일지역에 서식하며 상호 교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잠재적’이란 뜻은 개체들이 비록 같은 지역에 서식하지 않아 상호 교배할 수 없지만 개체들이 함께 있게 되면 상호 교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생물학적 종의 개념’은 세균에서 일어나는 이분법 같은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생물집단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의 시대에는 단일 공통 조상으로부터 수많은 종들이 어떻게 진화돼 왔는지 종 문제에 대해 누구도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이어는 새로운 종의 개념을 정립함으로써 이 문제를 풀어내려고 애썼다. 그의 이론은 주로 조류로부터 얻어졌으나 아직도 종 분화의 선도 양식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엘드리지와 굴드에 의해 제안된 ‘단속평형설’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분류학과 종의 기원’을 통해 마이어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분자수준에서 유전자의 진화를 포함하는 모든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마이어는 한 생물체 집단이 주요 집단에서 시간 또는 지리적으로 격리되면 그들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형질을 갖게 진화되며 궁극적으로 더 이상 교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제안했다.

즉 격리기작에 의해 상호교배가 억제된다는 설명이다. 마이어는 많은 새로운 종의 출현이 진화의 진행을 이끈다고 제안했다. “종 분화가 없으면 생물계의 다양성도 없을 것이고 적응방사도 없을 것이며 진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종은 진화의 쐐기돌이다”
외형적으로 유사하게 보이는 종들의 구성원은 몸의 구조를 암호화하는 다수의 대립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하게 보인다. ‘생물학적 종의 개념’은 한 종의 많은 개체들이 서로 닮은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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