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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 國譯 사업의 산증인 … 25년간 ‘연구회’ 키워 ‘동양고전’ 교육·정보화 큰 그림 그렸다
古典 國譯 사업의 산증인 … 25년간 ‘연구회’ 키워 ‘동양고전’ 교육·정보화 큰 그림 그렸다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3.11.26 18: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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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源流를 지키는 사람들_ 17. 동양고전국역 - 이계황(李啓晃) ‘전통문화硏究會’ 회장


머슴살이로 ‘민족문화추진회’에 들어간 이래 이제껏 한 50년 머슴살다보니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그 때 우리 고전국역을 안 하면 나라의 주체성이나 정통성도 갖지 못하니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고전의 바탕은 동양고전이다. 동양고전을 모르면 우리 고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없다. 말하자면 코끼리 코만 만지는 격이 되는 것으로, 양자를 따로 떼어놓고 각각의 가치를 云謂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오늘의 사람들이 우리 고전이나 동양고전의 뜻과 의미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고전의 현대화가 그것이고, 그 중심에 고전의 연구와 번역이 있는 것이다. 특히 동양고전 국역은 우리 고전 그 것의 선결과제이고, 이의 가장 큰 장벽은 한문독해력이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자도 공부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와 번역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계황(75)은 이 일을 묵묵히, 그리고 끈질긴 집념으로 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 일을 ‘전통문화연구회(www.juntong.or.kr)(이하 연구회)’를 통해 추진해오고 있다. 그는 이곳을 이끌고 있는 회장으로서 이 연구회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한다. 연구회는 서울 낙원동 악기상가 건물 안에 있다. 각가지 악기 소리가 공명을 이루는 공간에 이런 연구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좀 이색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양고전의 현대화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읽혀진다. 그래서일까, 서울의 도심 속으로 동양고전이 파고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 회장은 사실 고전국역 계에서는 비중과 역량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위인이지만, 그가 과거 ‘민족문화추진위원회’(이하 ‘민추’)의 창립 멤버로 우리 고전의 연구와 국역, 그리고 번역자 양성에 1세대 격으로 주도적 역할을 했고, 그에 따른 평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 1960년대 ‘민추’ 시절, 원로 한학자들이 고전국역 원고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

1960년대 ‘민족문화추진委’ 창립멤버로 참여
‘민추’는 민족주체성과 정통성의 회복 및 그 연계가 요구되던 시기인 1965년 당시 朴正熙 대통령에 의해 “학문과 예술로 민족 얼을 부흥시켜 국가의 이상을 실현하게 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크게 민족문화를 양양 시킨다”는 취지로 설립된 고전국역단체다. 월탄 박종화, 두계 이병도, 한솔 최현배, 일석 이희승 선생 등 학계·예술계 인사 50인이 참여한 고전국역의 메카였다. 이들 가운데 뛰어난 한학자였던 放隱 성락훈 선생이 초기부터 국역 일을 주도했다. ‘민추’ 결성은 정치적인 색채도 좀 있다. 민족문화 연구개발과 학·예술 부분에 대한 지원, 문화시설 확충 등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찾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군사정권을 바탕으로 한 당시 정권이 자신들의 정통성 확립과 관련해 역사 기술의 주체들인 학·예술계를 회유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진 평가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민추’는 1965년 설립 이래 고전국역과 국역자 양성사업에서 괄목할 업적을 나타낸다. ‘민추’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 한국고전번역원이다.
이 회장은 당시 사무국 요원으로 ‘민추’에 들어가 1988년까지 사무국장을 역임한다. ‘민추’가 해체될 때까지 사무국장이었으니, 사실상 ‘민추’와 역사를 함께 했고, 모든 작업도 그가 실무책임자로 관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자신을 낮춘다.


“나는 당시 고전국역에 문외한이었지요. 한문도 별도로 공부한 적도 없었고, 어쩌다 머슴살이로 들어가 하다 보니 그렇게 됐고 그 게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어눌한 말투로 그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한 오십년 이 분야에 머슴 살다보니, 그래서 지금도 떠나지 못했지만, 한편으로 그때 우리 고전 국역을 안 하면 나라의 주체성이나 정통성도 갖지 못하니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회장이 고전국역 일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젊은 나이로 뛰어든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 일을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한 대학원에 입학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당시 이 회장과 함께 실무를 맡아 일 했던 분이 현 고전번역원 이동환 원장이다. 그는 이 원장과 주축이 돼 많은 일을 해 낸다. 『국역 練藜室記述』을 필두로 고전국역총서를 1966년부터 간행해 문화·역사·철학 전반에 걸쳐 330여 책, 그리고 『교감 三國遺事』 등 한국고전총서를 간행했다.

 이와 함께 고전국역자 양성사업을 1970년부터 착수해 1974년 국역연수원을 개원, 연수부 3년과 연구부 2년 과정으로 사서오경, 한국한문선, 국사강독 등 기본과목과 한국 및 동양의 중요 고전을 연수케 하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고전국역을 좀 더 전문적이고 치밀하게 추진하기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 종합계획으로 국역조정심의위원회에서 몇 곳에서 나뉘어 수행되고 있는 고전국역을 ‘민추’로 통합해 수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으나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이 장기계획은 실현은 되지 못했으나, ‘민추’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한국고전번역원이 설립돼 그 일을 수행하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나머지 절반을 ‘민추’ 해체 이후 이 회장이 맡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우리나라의 고전국역은 한국고전번역원과 이 회장이 이끄는 전통문화연구회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고전번역원이 한국 고전을, 전통문화연구회가 동양고전을 맡고 있다. 고전번역원 원장이 ‘이동환’이라는 점에서 젊은 시절의 ‘민추’에서의 학문동지였던 두 사람이 의기를 투합해 고전국역 일을 서로 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1988년 4월 전통문화연구회를 민간단체인 사단법인체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동양고전 국역과 한자교육 사업에 나선다. 개인의 몸으로 이런 일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창립이사로 5대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고문으로 있는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한문교육)는 그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1988년 어느 날, 이 회장이 불쑥 학교로 찾아 왔습니다. 이 회장 딸이 그때 한문교육과에 재학 중이었지요. 만났더니 동양고전국역을 개인적으로 하겠다고 하면서 함께 할 것을 제의하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단박에 그 자리에서 거절했지요.”


그러나 이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 일을 추진한다. 그 열성과 노력에 송 교수는 감복한다. 그리고 창립이사로 이 회장의 일을 돕는다. 발족 초기의 연구회는 예상했던 대로 어려웠다. 열악한 재정형편이 제일 문제였다. 여기에다 고전국역에 대한 관심도 그리 높지 않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강한 설득력과 악착같은 노력으로 연구회를 꾸려 나간다. 동양고전국역에 대한 중요성과 관련해 그 때 그때 시의적절한 의제를 설정해 발표하고 한자교육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면서 연구회는 차츰 차츰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구회가 올해로 창립 25년이다. 현재 연구회는 설립당시에 비해 규모도 커졌고, 하고 있는 사업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동양고전국역 및 출판사업과 동양고전교육사업, 한자교육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동양고전국역으로는 『논어집주』와 『대학·중용집주』, 『맹자집주』, 『고문진보』, 『서경집전』, 『소학집주』 등 77종을 번역해 92권의 책으로 내 놓았다. 이와 함께 동양고전역주로 『고문진보』, 『노자도덕경주』, 『논어주소』, 『당송팔대가문초』, 『근사록집혜』 등 22종을 국고보조로 번역해 모두 67권의 책을 발간했다.

한자교육에도 매진 … 한글전용 ‘국어기본법’ 헌법소원 제기도
동양고전교육사업으로는 설립해인 1988년 개원한 고전연수원이 현재 119기에 이르러 3만2천500여명의 수강자를 배출했으며, 2000년 개설한 온라인 한문교육 사이트인 사이버서당(www.cyberseodang.or.kr)과 오프라인 한문교육기관인 한문연수원을 통해 6만여명이 교육을 받거나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국고보조에 의한 동양고전정보화 사업도 적극 추진해 동양고전 27종 49 책에 대한 종합DB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연구회는 향후 사업으로 『十三經注疏 역주』 등 150종의 동양고전을 국역할 예정이며, 이 국역물에 대한 종합DB 서비스와 동양고전어휘정보망 구축과 한글한자자동변화프로그램 개발 등 동양고전정보화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연구회는 이 회장의 주도아래 조부영 전 의원이 이사장을, 그리고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고문단에는 송재소, 안병주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 정우상 서울교대 명예교수, 김동철 우곡장학재단 이사장이 포진하고 있다.

연구회와 이 회장이 동양고전국역 일 못지않게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일은 한자교육사업이다. 사이버서당과 한문연수원 사업도 이에 포함되지만, 한자교육사업과 관련해 초점을 두고 있는 일은 한자와 한글의 어문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다. 이 운동은 한자 사용을 금하고 있는 ‘한글기본법’을 반대키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회 내에 결성된 게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이하 추진회)로, 연구회 상임고문인 이한동 전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한글 전용을 명문화 하면서 한자는 나라글자인 國字로 여기지 않는 ‘국어기본법’에 대한 반대의지가 견고하다. 그는 “우리 글자란 우리가 역사 문화적으로 써오고 오늘도 쓰는 글자라는 점에서 2000여 년을 써온 한자어의 한자는 우리 글자, 곧 國字이고, 이의 연장선에서 국어이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 이 회장이 연구회창립 25주년을 맞아 동양고전의 국역·교육·정보화를 토대로 추진할 장기 프로젝트인 ‘비전(Vision)2030’계획 요약도
“일부 한글전용주의자들의 책략에 의해 제정한 국어기본법은 국민 다수 의사를 무시한 형식적 절차에 따라 일부 인사들의 음모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한글전용은 단순한 일상생활 정도 수준에서 편리하고 소통에 유용한 것에 한정된 것일 뿐, 깊이 있는 다양한 문화어, 학술어, 관념어에는 맞지 않아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 하는 것은 몹쓸 처사입니다.” 이 회장은 국어기본법과 관련해 “한글전용주의의 이 법은 국어개념을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한글인 것으로 암시하고 있어 한자어의 한자가 마치 외국어인양 취급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이 한글만 맞고 한자는 어긋난다는 주장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이 회장과 추진회는 이 같은 주장을 말로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한글전용을 기본으로 한 국어기본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지난 2012년 10월 이미 제기해 놓은 상태다. 헌법소원에서 이 회장과 추진회가 거론한 대목은 국어기본법 제 14조다.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한자가 ‘다른 외국어’와 같은 선상에서 외국 글자의 하나로 취급됐다는 것이고, 이것이 헌법불일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즉 한자를 ‘다른 외국 글자’와 동일하게 규정한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며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 9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헌법소원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계류 중이다. 당연히 국립국어원 등의 한글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이와 관련한 행정당국의 반론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도 이 회장과 추진회의 한자사용에 대한 의지는 강고하다. 지난 5월에는 ‘어문정책 정상화 촉구 국민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연구회는 의미 깊은 행사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졌다.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면서 ‘동양고전 현대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의 학술발표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엔 고전에 관심 있는 학자들과 연구자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동양고전의 국역·교육·정보화를 토대로 ‘선진문화한국’을 지향하는 연구회의 ‘비전(VISION) 2030’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이 계획은 매년 단계적으로 추진, 2014년부터 시행 가능한 사업부터 연차적으로 벌여 나간다는 방침으로, 제 1목표로 어문정책 정상화, 2목표로 고전현대화사업을 통한 동양고전 부흥, 제 3목표로 문화독해력 확장과 역사인식·문화의식 개혁 등을 통한 정신문화 개혁, 그리고 마지막 4목표로 남북문화통일, 한중일 3국鼎立 및 새 문화문명 창출, 東西文化 융합 등을 통한 선진문화강국정립이 그 추진 방향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면 그 내용이 방대하다. 돈도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를 위한 1차 5개년 계획에 매년 80억 씩 400억 원이 든다. 국가적인 정책도 아닌 점에서 과연 이 일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이 회장이 혈혈단신으로 1988년 연구회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알찬 성장과 발전으로 견주어 볼 때 신뢰감이 간다. 대성황을 이룬 이날 대회와 참석자들의 열기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시간과 건강이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 2000년부터 지병에 시달려 왔고, 그동안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시 일에 열정적으로 파묻혔다. 건강해야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몇 차례 위기 때마다 죽을 때 됐으니 괜찮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도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은 아마도 하늘이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목표를 이루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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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 2016-11-25 10:07:28
練藜室記述은 燃藜室記述의 오타입니다. 이는 한글 프로그램에 탑재된 한자 사전에 練藜室記述로 잘못 되어 있는 것을 그냥 입력했을 때 범하는 오류입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돌크리슈틴 2014-01-15 18:25:03
한글전용의 국어기본법의 잘못됨을 바로잡고 한자와 한글을 조화롭게 쓰고싶은 국어기본법으로 개정되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마음속 그리고 서명으로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