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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대학 학부 축소 내지 폐지해야”
“연구중심대학 학부 축소 내지 폐지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11.2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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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 교수단체, 야당 교육위원들과 ‘구조개혁 토론회’

“단순히 절대평가를 통한 정원 차등 축소로는 지방대의 궤멸을 방지할 수 없다.” “대학을 사유물로 여기는 족벌적 사학이 대부분 그대로 온존하는 한 한국 고등교육 개혁이나 경쟁력 강화는 구두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썩은 사과를 걸러내 다른 대학에 부정비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대학의 공공성에 대한 관점이 부재하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향과 대학체제 개편의 전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방대 연쇄 퇴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학 구조조정을 공공성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과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 사학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사해연)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 방안과는 다른 대안적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팀장을 맡고 있는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가 내놓은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방안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해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 그룹으로 구분한 뒤 최우수 등급은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고 나머지 4개 등급의 대학은 강제적으로 정원을 차등 감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과 교수노조, 민교협, 사교련, 사학개혁국본, 사학문제해결을위한연구회는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박근혜 정부 대학구조개혁 방향과 대학체제 개편 장기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권형진 기자

하지만 기조발표에 나선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사해연 회장)는 “단순히 절대평가를 통한 차등 축소로는 서울 및 수도권 대형 사립대들의 정원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지방대의 궤멸을 방지할 수 없다”라며 “전체 대학을 다섯 부류로 그룹화하는 것은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지금의 방식보다 개선된 것도 같지만 그룹화 됐다 뿐이지 기존의  서열구조는 거의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착될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정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한국 고등교육이 지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윤 교수는 “사학이 고등교육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지만 족벌경영이나 비근대적 운영방식으로 부패, 비리,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라며 “생존경쟁에 몰린 사학재단이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에 대한 통제와 독단과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교수는 “구조조정은 10년에 걸쳐 이뤄지는 장기기획인 만큼 퇴출 이후의 전망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계기로 고등교육 체제를 선진국처럼 공교육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립과 국공립이 80대 20인 지금의 기형적 구조를 선진국처럼 국공립이 중심이 되는 체재로 개편해야 한다는 말인데, 공공성 강화에 대한 강조는 부정비리 사학 퇴출에 대한 주문으로 이어졌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회 의장은 “부정비리 대학은 대부분 교비 횡령 등 재정 비리를 기본으로 하면서 족벌경영, 인사비리, 교권탄압 등 2중 3중의 비리를 자행하고 있다”라며 “실제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대학은 경영부실 대학이 아니라 부정비리 대학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퇴출하는 법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장과 교육개발연구소장을 지낸 강홍준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운영상 문제가 있는 대학들, 교육기관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한 대학들이 있다. 그런 썩은 사과를 걸러내서 다른 대학에 부정비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평가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사립대의 운영 투명성을 증대시키려는 노력부터 수반돼야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가능하다”라며 “평가는 대학교육을 좌지우지하는 재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학에 대한 재단의 경영책임과 공공성 및 투명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춰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 방향으로 첫째, 대학경영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것, 둘째 사립학교법의 대학평의원회를  심의기구에서 의결기구로 다시 격상시켜 대학경영에 대한 구성원의 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 셋째 지방 사립대에 대한 재정적인 선지원을 전제로 대학들이 구조조정의 원칙을 수립하고 대학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정책을 구성원과 함께 입안하는 학사조정기구를 설치 운영하도록 할 것 등을 주문했다.

‘지역 균형’의 관점에서 정원 축소의 방향을 새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교수는 “기본적으로 고등교육기관은 일반대와 전문대로 대별되고, 일반대는 다시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특화될 필요가 있고, 이 같은 특성에 따라서 정원 조정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며 “서울이나 수도권의 연구 중심인 대형 사학들은 학부 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대신 BK21플러스 등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원을 활성화하도록 해야 하며, 여기서 확보된 학부 정원축소 분량만큼 지방대학의 정원 감축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수도권과 지방뿐 아니라 광역시와 비광역시 등 지역에 따라서도 정원축소 비율에 차등을 두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희연 민교협 공동 의장(성공회대) 역시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균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라며 “연구중심대학이 대체로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통 분담을 위해서는 연구중심대학의 학부 축소 내지는 폐기가 병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방대 육성 못지않게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정원 조정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를 국가균형발전의 종합적인 시각에서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정원 축소는 하위 대학에 집중될 것이 아니라 축소 목표의 절반은 균등 축소, 나머지 절반은 평가에 따른 등급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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