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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정책 어디로 가나?
국립대 정책 어디로 가나?
  • 김근중 강릉원주대·경제학과
  • 승인 2013.11.20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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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지난 2010년 이주호 전 교과부장관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①단과대학장 직선제 폐지 ②성과급적 연봉제 도입 ③거점 국립대학 단계적 법인화였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총장직선제의 개선’이라 이름 붙이고 추진해 온 ‘총장간선제’도입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국립대학정책의 핵심은 ‘(완전하지 않은) 제한적인 총장간선제’였다. 이를 추진하던 세력은 ‘총장직선제 폐지’가 아니라 ‘총장직선제 개선’이라 설명했고, 명칭도 ‘총장간선제’가 아니라 ‘총장 공모제’라고 강변했다. 참으로 국민과 국립대 교수에게 스스로를 초등학생 이하의 지적 수준이라고 인정하라는 억지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가 요구하던 공모제란 이미 그 명칭에서조차 잘못된 것이다. 그 제도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①10~50인 사이의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서 총장을 선정하도록 하는 제도는 제한된 ‘간선제’일 수밖에 없으며, ②그 동안 각 국립대학에서 시행하던 총장직선제는 ‘사모’방식이 아닌 ‘공모’방식으로 진행돼왔던 점 ③동시에 직선제도 외부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었으며(물론 교직원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내부인이 이롭지 않다는 주장이라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반대로 교육부가 만든 공모제가 직선제에 비해 결코 외부인을 인위적으로 이롭게 만들기 위한 제도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확하다. 외부인을 편애하는 것으로서의 공모제라는 이름이라면, 그것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기에 공모제는 그 명칭이 공모제였음에도 결코 외부인이 총장에 선출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크게 하는 내용을 담을 수 없었다.

그런 제도가 중앙행정기관의 결정을 통해 강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민의 부담이 될 엄청난 돈과 행정권한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대학에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할 것임을 공공연히 제시했으며, 만일 그것을 도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많은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위협하는 중에 대학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의 투표가 이뤄졌다.

대학에 지원된 그런 많은 돈들은 어떻게 사용됐을까? 그런 돈들이 값지게 사용됐으리라고 생각하는 아둔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라는 물음으로 답변에 대신하려 한다. 여기에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자원의 낭비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것을 반대하기 위해 투입되는 또 다른 형태의 엄청난 자원의 낭비가 그것이다.

어느 제도이건 완전한 제도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것을 도입하려는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획기적인 구호를 걸고 일부 세력들이 강행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불과 얼마 가지 않아 사장되거나 폐기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좋은 정책이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책이다. 그래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척되는 정책은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에 돈과 행정권한을 동원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책인양 외견을 갖추는 정책이라면 그것은 더욱 좋지 못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민과 국가를 경시하고 다른 어떤 목적을 이루려는 일부 추진세력들의 의도가 개입하고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국립대학에 대한 중요한 정책적 판단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해관계가 개입된 교육행정관료들이 대학정책의 수립에 관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정책들의 수립은 외형상으로는 중립적 기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그것을 믿나. 교육부는 그런 정책을 만들기 위한 판단을 먼저 내리고, 그런 판단이 서야만 그에 대해 예산을 배정하고 담당자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담당자들이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해 정책을 만들도록 한다. 당연히 외부의 전문가는 교육관료의 판단 여하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보수가 주어진다. 교육관료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결단이 될 수밖에 없다.

김근중 강릉원주대·경제학과
고려대에서 박사를 했다. 교수회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중 해직됐으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13일 해임 취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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