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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보고서] 오세정 서울대 교수의 ‘과학기술 글로벌화의 현황과 과제’
[화제보고서] 오세정 서울대 교수의 ‘과학기술 글로벌화의 현황과 과제’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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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3 01:10:01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세계화’이다. 일종의 강박과도 같은 이 주문은 마술처럼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과학기술계 역시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오세정 서울대 교수가 수행한 정책연구 ‘과학기술 글로벌화의 현황과 과제’는 급변하는 과학기술계의 대응전략을 기업과 대학, 정부 차원을 중심으로 분석, 눈길을 끌고 있다.

오 교수의 정책보고를 기업, 대학·공공연구기관·정부 순으로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기업의 성장에서 갖는 중요성은 자명하지만, 기업들이 경영상태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예산삭감의 유혹을 느끼는 부분이 연구개발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조건하에서 R&D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사고의 도입이 필요하다.

연구개발을 둘러싼 급속한 변화는 R&D 경영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수행할 필요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핵심적인 방안 중의 하나가 연구개발의 국제화이다.

1970년대에 확산된 미국 기업들의 연구개발 붐은 1980년대에 더욱 확산됐다. 이는 1980년대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일이다. 특히 1백대 기업에서 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지 방문, 면담의 결과를 종합하면, 미국 기업의 연구개발의 역할과 국제화의 중요성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인식이 있었다는 점과 연구개발 자체의 신속한 적응이 조화를 이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고경영진의 인식 전환 중요

21세기 들어 선진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연구개발의 활로를 찾고 있다. 첫째, 적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내는 것을 최우선시한다. 둘째, 기술이나 상품 중 꼭 필요한 것만을 자체 개발한다. 셋째, 다른 것들은 아웃소싱이나 전략적 제휴, 특히 연구개발의 국제화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산업기술을, 반드시 자체 개발해야하는 핵심기술군과 외부와의 협렵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그 밖의 기술군으로 나누어 볼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R&D경영의 전략화, 국제화도 요구하게 마련이다.

기술의 생명주기가 짧아진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필요와 능력에 비춰 핵심기술이 아닌 것들은 외부협력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기술의 자체 개발과 아웃소싱·전략적 제휴·구입 등의 외부조달 방법을 적절히 결합해 최단 시간 안에, 최소의 비용으로 기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 디플로이먼트가 중요시되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연구개발의 국제화가 있다.

기술 디플로이먼트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연구소의 개념도 가성연구소로 확대 개편되고 있는 경향이다. 이는 자기 기업 안팎에서 수행되고 있는 연구개발 활동들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온라인으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R&D 경영의 도입을 의미한다.

연구 개발 국제협력의 성공 사례

변화의 조류들을 수용해 연구개발 국제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 중 하나가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사와 한국의 산학연 사이의 공동 연구개발이다. 1992년 부터 테크놀로지 워크숍을 개최하며 이뤄지고 있는 이 협력은 한국의 산학연과 UT사의 연구소·사업체들의 참여 속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공 원인은 양쪽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통분모에서 출발한 점이다. 미국측 최고경영층의 지원이 있었던 점, 한국측에서 정부부처, 산·학·연의 협력이 이뤄진 점 등을 들 수 있다.

2001년부터 미국 항공엔진회사 프랫-휘트니(Pratt-Whitney)사와 남가주대 공대, 인하대 공대 사이에 연구개발 국제협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저비용으로 선진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공동연구유형의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즉 한국 기업에 많은 엔진을 판매하고 있는 프랫-휘트니사가 이익환원의 한 방법으로 적립해온 국제협력기금을 거래사인 대한항공의 권유로 인하대의 연구개발 비용으로 돌린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 출신의 졸업생을 많이 배출한 남가주 공대는 한국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었다. 외국 기업과의 거래가 많은 한국의 경우 이런 유형의 협력은 더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기업이 당면한 과제들

그렇다면 연구개발 국제화를 위한 한국기업의 과제는 무엇일까. 연구개발 전략을 재점검함으로써 이 문제를 시작해야 한다. 즉 자기 기업의 기술능력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냉정하게 재평가해 이른바 핵심기술군과 그 밖의 기술군을 구분하고, 이에 맞춰 연구개발 전략을 재조명하는 일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듯하다.

세계화된 연구개발 정보 구입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원천지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과 전략을 개발할 필요도 제기된다. 이런 전략에 맞게 연구체제도 탈중심화시키고, 필요하면 가상연구소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정리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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