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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수가 본 새롭고 놀라운 경험
외국인 교수가 본 새롭고 놀라운 경험
  • 스티븐 캐프너 서울여대·영어영문학과
  • 승인 2013.11.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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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계명대 한국학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이번 학술대회는 넉넉한 발표 시간과 심도 깊은 토론으로 해외 학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줬다. (사진 계명대 한국학연구원)
필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7회 계명대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현주 계명대 한국학연구원 연구원으로부터 초대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 계명대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상당히 좋은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게다가 지난해 계명대 한국학 연구원에서 발간하는 한국학 영문 학술지 <Acta Koreana>가 마이클 핀치 편집장과 한국학 연구원 관계자분들의 끊임없는 노고로 톰슨 로이터스 A&HCI 에 등재돼 세계수준의 저명지가 됐다는 소식도 익히 들은 바 있었다. 한국학의 발전에 이토록 훌륭하게 기여하는 한국학 연구기관의 행사에 참여해 보고 싶어서 기꺼이 초대에 응했다.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자들이 참여해 아주 흥미롭고 보람 있는 자리가 됐다.

회의 주제는 ‘한국문학과 영화에 나타난 풍경과 감성 구조’였다. 발표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학술대회의 철저한 준비와 참가자들에 대한 대우를 인정하고 싶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개최되는, 규모도 크고 유명한 학회의 국제 학술대회에 계속 참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계명대 한국학 국제학술대회 프로그램과 전반적인 짜임새가 훨씬 우월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특별히 한 개의 발표마다 50분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배정했다. 발표자가 30분 동안 발표를 하고 토론자가 20분 동안 심도 있게 토론을 함으로써, 발표를 마치고 나서 그 주제를 충분히 다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발표 20분, 토론 10분 정도의 수박 겉핥기식 학술대회에 비해 이번 학술대회 진행방식은 각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훨씬 높일 수 있게 했다.

황종연 동국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동양적 숭고-식민지시대 석굴암의 미와 정치」라는 주제로 상당히 재미있는 기조강연을 했다. 또한 외국 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 다프나 쥐르 스탠포드대 교수(동양어문화과)는 식민지 시대의 아동문학을 통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아동교육 문제에 대한 논문(「식민지 한국의 아동문학: 앵두 입술에서 나온 순수한 노래」)을 발표했다. 쥐르 교수는 최남선의 <소년>지를 비롯해 1910년대와 1920년대에 변화한 아동교육문제를 다뤘던 잡지와 신문 기사들을 살피고 분석했다. 또 킴벌리 청 계명대 교수(한국어문학과)는「식민지의 공포: 식민지 한국 대중문화에 나타난 아귀」라는 논문을 발표해 참석한 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영화를 연구하는 산소 마사토 일본 토호쿠대 교수(국제지역문화학과)는「봉준호 영화에서 보는 동아시아의 동시대적 풍경과 감성? 일본관객들의 반응을 매개로 하여」라는 주제를 논함으로써 한국과 일본 간에 존재하는 영화를 보는 감상의 차이를 보여줬다.

세계주의 흐름과 만나는 ‘빛’ 담론

가장 흥미로운 발표 주제는 웨인 드 프레머리 서강대 교수(국제한국학과)의 논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드 프레머리 교수의 논문 제목은「몰입텍스트로써의 김소월의「진달래 꽃」」이었는데 이 주제는‘김소월의「말하는 그림」으로부터 나온 상호작용적 그림의 생성에 대한 실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소월 시「진달래 꽃」을 드 프레머리 교수가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시구들의 언어적 특성을 분석한 다음에 프로그램이 그림(나무)을 그려 주는, 청각과 시각을 신비하게 결합한 아주 기발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미셸 조 캐나다 맥길대 교수(동양학과)의 발표 주제는「복수를 넘어: 장철수 감독의 영화「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나타난 폭력의 풍경」인데 조 교수의 예리하고 세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만점인 주제는「「북새곡」에 나타난 북관의 풍경과 관인의 감성」과「조선후기 야담의 이상향에 나타난 생활과 풍경」이었다. 특히 이강옥 영남대 교수(국어교육과)의 조선 후기 야담에 나타난 풍경에 대한 담론은 뛰어난 말솜씨와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 덕분에 조선후기 야담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내가 토론자로 참여했던 발표는 구세웅 예일대 맥밀란 센터 교수의「찬란한 한국: 식민지 권력과 국가에 대한 개념 속의 광명의 이미지」였다. 구 교수는 식민시대에 한국 민족정신의 형성 과정에서 ‘빛’,‘명’, ‘광’과 같은 이미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논의했는데 내게 있어 재미있는 부분은 식민지 한국 민족주의자들이‘빛’담론을 전유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세계주의의 흐름에 합류하려고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상의 논문 발표들 외에도 한국 문학과 영화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논문들이 많았다.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발표와 토론이 통역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발표와 토론에서 영어와 한국어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병행사용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영어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한국어에 비교적 능숙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없이 일반 청중들도 참여가 가능했던 것 같다. 국제 학술대회에서 이런 진행방식은 처음 봤기 때문에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 됐다.

국내외의 크고 작은 학술대회를 나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서 제7회 계명대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를 참석하고 느낀 소감은, 원장과 연구원, 그리고 관련 교수들이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를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개최함으로써 한국학 연구 활동의 질적인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후원하신 계명대와 한국학연구원 관계자, 그리고 국내외 각지에서 참석하신 모든 발표자와 토론자 분들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티븐 캐프너 서울여대·영어영문학과
연세대에서 한국 근현대 소설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한국의 아담: 이효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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