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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 폭탄 돌리기’ 내년에도 계속된다
‘대학 간 폭탄 돌리기’ 내년에도 계속된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11.18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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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현재의 ‘하위 15% 평가틀’ 유지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이 의견수렴 중인 대학 구조개혁 방안에 따르면, 2015년부터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해 5등급으로 나누고,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등급의 대학은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정책연구팀 방안에 따르면 절대평가 결과는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나눈다. ‘우수’ 대학은 일부만 감축하면 되지만, ‘보통’ 그룹은 전체 대학이 감축하는 정원의 평균 수준을 줄여야 한다. ‘미흡’이나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하고, ‘매우 미흡’ 대학 가운데 교육의 질이 현격히 낮거나 부정 비리가 있는 대학은 퇴출까지 감수해야 한다.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을 받은 최상위권 대학 역시 정원 감축에서 예외는 아니다. 자율에 맡기되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책연구팀은 ‘감축해야 하는 정원 총량은 예상되는 미충원 인원 등을 고려해 산출하고, 대학·전문대학,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연구팀이 마련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은 빨라야 2015년부터 적용할 수 있다. 정책연구 책임자인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올해 안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내년에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도 만들어야 하고, 전담기구 설립도 필요하다. 평가지표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내년에 인프라 구축 등 평가체제를 만들면 2015년에 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정원 감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구팀은 새로 시작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이나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 신규 선정은 물론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나 BK21플러스 등 기존 재정지원사업의 중간평가에도 구조개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재정지원과 연계해 정원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평가지표에 정원 감축 실적을 넣거나 정원 감축에 가산점을 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다른 지표는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정원 감축이 선정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상훈 교수는 “절대 먼저 정원을 줄인 대학이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감축한 정원, 자율적으로 감축한 정원도 추후 대학평가 때 인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 방식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틀도 내년에는 그대로 유지한다. 현재 교육부는 내년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방식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상대평가로 하위 15%를 걸러내는 큰 틀은 유지하되 문제가 되고 있는 정량지표의 비중이나 산출방식 등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감축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 역시 향후 구조개혁과의 연계 차원에서 계속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처럼 정성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올해 평가에 맞춰 준비해 오고 있기 때문에 일관성 측면에서 내년에 급격하게 바꾸기는 힘들다. 지금 방식대로 가되 평가지표 등을 보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구조개혁 방안 시안을 발표할 때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평가방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하위 15% 평가틀을 그대로 가져갈 경우 내년에도 ‘대학 간 폭탄 돌리기’ 식의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을 보인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서 4년제 대학 10곳이 정원 감축 가산점을 신청했다. 1곳을 제외하곤 가산점을 제외해도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걸리지 않을 대학들이었다. 그런데도 정원 감축 가산점을 신청한 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원의 10%를 줄이면 1점을 가산점으로 받는데, 올해 평가에서 하위 15%에 포함되느냐 마느냐가 0.03점(4년제 대학) 차이로 결정됐다. 하위 15%와 하위 30%의 총점 차이도 1점 밖에 되지 않았다.

일부 지표의 경우 평가 결과가 나온 뒤에야 대학알리미에 공시되고, 점수 자체가 상대점수로 산출되기 때문에 자기 대학의 위치를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점도 이런 불안감을 부추긴다. 한 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은 “지표 자체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비중을 조절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소수점에서 하위 15%에 포함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상황에서는 지표 비중을 약간만 조절해도 커트라인 바로 위에 있는 대학들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성평가를 도입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지도 알 수 없다. 교육부는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정성평가를 일부 반영했다. 각 유형별로 하위 2개 대학은 추가로 정성평가를 실시해 최종 지원대학을 확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립대 대규모 유형만 2개 대학 모두 선정됐을 뿐 나머지 8개 유형에서는 정량평가 순위대로 1개 대학만 최종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커트라인을 정하는 데에만 활용된 셈이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일부 지표와 반영비율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리 정한 산출공식에 따라 정량지표의 상대적인 점수를 구한 뒤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평가방법은 동일하다.

한 수도권 사립대 기획팀장은 “교육부나 평가위원들도 정량평가 순위가 뒤집히는 것은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두 대학 모두 선정하든가, 정성평가까지 올라갔다가 선정되지 못하니까 마치 모자라는 대학처럼 보여 불만이 컸다”라고 전했다. 배상훈 교수는 “현재 평가방법의 문제점을 보완한다 해도 내후년에나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현재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방식을 가져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조조정 관점에서 일관성과 개혁성이 접점을 맞춰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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