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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국제지역학회
[학회를 찾아서] 국제지역학회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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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3 01:07:50
신산스럽게 성장해온 우리 학계가 타 문명권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불과 몇년 전이다. 전국 규모의 학회인 ‘국제지역학회’(회장 김희오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결성된 것도 1996년에 와서다. 9·11 테러사건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속화될 조짐이라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종합적·학제적 연구”를 표방하는 이 학회의 활동에 새삼 눈길이 간다.

김희오 회장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채,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외교·국방 문제들을 지역별, 권력별로 도출해왔다”며 그간 학회의 활동을 요약한다. 김홍구 부산외대 교수(국제관계학), 김성주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최상문 부산대 교수(회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정회원 3백50명이 1년에 두 번 정기 학술대회를 열며 학회지 ‘국제지역연구’를 연 2회 발간한다. 논문들을 훑어보면 이 학회의 다국적이고도 개방적인 학문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무역 및 경제정책’과 ‘브라질 문학의 이념적 독립성과 자율성’ 등 서로 다른 지역의 이질적인 테마들이 한 자리에서 검토된다.

학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관계학, 사회학, 역사학, 문학, 회계학 전공교수들이 참가하는 데서 보듯 구성이 다양하다는 것. 학회 간부를 오랫동안 역임한 정해조 부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이나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는 학자들이 다학제적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지식을 나눠가지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학회는 그 동안 ‘아시아적 정체성’, ‘문명간의 대화’ 같은 의제들을 특집으로 상정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왔다.

국제지역학회는 지역학의 이론적 모델을 개발하는 데도 노력을 쏟고 있다. 강대국 중심의 문명사관을 극복하고 세계적 민주화를 실천하기 위한 지역별 발전모델을 창출하여 보급시키는 데 최종적인 관심이 있다. ‘세계화·지방화 시대의 지역산업군집 연구방법론에 관한 탐색’, ‘동아시아의 정치적 선진성에 대한 평가’ 등의 논문은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국제지역학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화 열풍 속에서 연구자들이 ‘국제학 박사’인 것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최근에는 거의 외면받는 실정이다. 정 교수는 “지역학 연구는 반드시 필드 워크가 필요한데 학교에 연구비 신청을 하면 불필요한 과다연구비 신청에 해당된다”면서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이철기 동국대 교수(사회학)도 “많은 연구성과가 발표와 등재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대기중”이라고 말한다.

세계화가 거센 물결로 진행되고 있는 이상, 세계 각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축적은 시급한 일이다. 지역학 연구에 대한 학계와 정부의 폭넓은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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