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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연구소 꾸려나가는 김병현 해직교수
[화제의 인물] 연구소 꾸려나가는 김병현 해직교수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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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3 01:06:08

올해 초, 한려대에서 해직된 교수 4명이 분연히 일어섰다. 대학 설립자를 비롯한 재단의 전횡에 맞서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지 햇수로 3년을 맞자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하는 일에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 ‘적극적이지 못하다’ 등의 트집을 잡아 38명의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도 모자라 여전히 방만한 학사운영으로 학생과 교수들의 원성을 사는 설립자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다”는 김병현 전 한려대 교수(석유화학, 한국문화기술연구원장·사진)는 해직된 후에도 ‘한려대학교 해직교수협의회’, ‘사학비리의 원흉 이홍하 안티 사이트’ 등을 운영하며 학교와 싸워 왔다.

그러나 투쟁을 계속하면서도 김 교수의 마음 한켠에서는 끊임없이 ‘연구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교수들이 한 데 모여 ‘한국문화기술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

석유화학, 전기전자,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뭉친’ 이들은 이번 가을 ‘미립자 표면적 측정기’를 완성하면서 드디어 그 첫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일부터 나흘동안 삼성동 코엑스에 전시된 ‘미립자 표면적 측정기’는 기기의 가격을 엄청나게 절감했다는 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충분히 자체생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엄청난 로얄티를 물며 수입해오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기기를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하며, “‘미립자 표면적 측정기’는 매년 우수 신기술, 신제품들을 출시하는 ‘대한민국기술대전’ 출품작으로도 선정돼 오는 10월 또다시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 서게 될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이번 전시를 열면서 우리 연구원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실감했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는 김 교수는 앞으로 지금 진행중인 △천연염색기술 표준화 연구 △천연자원 제품화 △환경오염방지기술 개발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움츠리고 있는 듯 보였던 이들 해직교수들.

그러나 조용히 연구를 계속하며 미래를 준비해 온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기지개’가 있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대학이라는 보호와 지원의 울타리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연구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그들 안의 꿈틀거림이 전해져 온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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