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6:30 (금)
국립대 성과연봉제와 소통
국립대 성과연봉제와 소통
  • 김연태 서울과기대·건설시스템디자인공학과
  • 승인 2013.11.11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學而思

얼마 전 교수평의회 의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됐다. 대학 졸업 후 10년여 공직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학교로 온 이후 약 20여년 동안 6년 정도 보직을 맡았다. 나머지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의 주된 의무를 하며 지냈다. 이 중에서 학교 내 보직을 할 때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등록금 문제로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많은 고민과 마음고생을 했고, 교수들을 상대하는 직책을 맡았을 때는 같은 교수임에도 소통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교수평의회의장직을 맡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강하게 내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은 이 자리야말로 정말 소통이 중요한 자리구나 하는 깨침이다.

소통!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지금도 과거에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건사고는 대체로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통의 부재가 만연돼 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일에도 좋은 점수를 못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어느 정부든 소통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경우는 없다. 모든 정부가 이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잘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노력한다.

그런데 왜 상대는 늘 소통에 목말라하고 만족해하지 않을까. 교수들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와 교수 간에 소통이 잘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왜? 대상자의 수가 워낙 많은 정부는 그렇다 해도 대학은 구성원의 수가 적은데 왜 이런 소리를 듣는 걸까.

아마 적다고는 하나 그래도 다수이기 때문에 일일이 한 사람씩을 상대로 학교의 일을 알리고 의견을 들을 수는 없다는 한계성이 있다. 따라서 다수를 놓고 하는 소통방법(이메일,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학교 일을 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단 이런 자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소통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설사 그 자리에 있어 전달을 잘 받았고, 의견을 냈다고 해도 본인(자기가 소속된 집단)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통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러저런 이유로 소통은 근원적으로 잘 안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요즘의 소통에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다. 바로 진정성 부족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만나도 진정성이 없으면 소통이 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요즘의 소통은 만남의 장을 늘이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번을 만나도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상대를 대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소통의 전제조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정부에서 국립대를 대상으로 교원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에 경쟁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정부에서 기세좋게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여론의 호응도 좋다. 국민은 철밥통 국립대 교수들을 경쟁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속내용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정부에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수를 포함, 이 제도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이질적인 학문단위 간의 경쟁, 단기성과 위주의 경쟁 촉진 등 여러 근원적인 문제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에서 좀 더 진정성을 갖고 교수들을 대했다면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소통을 위해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 번의 공청회, 관계자 회의 등 소통의 기회는 갖췄는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는 진정성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목표를 정해놓고 형식적인 요건만 채우면서 밀고나가는 방식으로는 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누구 탓할 일이 아니다. 나부터도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하지만 다짐은 해 본다. 진정성 있는 접근, 교수평의회 의장으로 남은 임기 동안 진정성을 갖고 교수들의 생각을 읽고 느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김연태 서울과기대·건설시스템디자인공학과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철도청, 건설교통부에서 근무했고, 주요 저서로『구조물 설계』등이 있다. 현재 서울과기대 교수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