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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 부부, 도대체 어디까지 보여줄까?
사이먼 래틀 부부, 도대체 어디까지 보여줄까?
  • 송현민 음악평론가
  • 승인 2013.11.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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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물들이는 ‘베를린 필하모닉 효과’

11월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베를린 필’ 하면 많은 이들은 은발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과 도이치 그라모폰(DG)의 노란색 레이블을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가정 내의 음악교육은 전부 다 ‘카 선생’과 ‘노랑이’가 담당했다. 많은 이들의 ‘클래식 감수성’을 책임지고 있는 이 악단과의 만남은 늘 기대되고, 언제든지 감동 받을 준비를 하고 공연장으로 향하게 한다.


2005년과 2008년, 그리고 2011년 내한 때 지휘봉을 잡았던 사이먼 래틀(1955~)이 이번 내한에도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로 ‘관객’을 들었다. “음악에 심취해 듣는 한국 관객의 모습이 정말 좋다.”, “관객이 음악에 심취하는 ‘침묵의 깊이’에 놀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외국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내한 시 관객은 관객대로 그들의 음악에, 연주자들은 연주자 나름대로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감동을 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을 이끌고 내한했던 마리스 얀손스(1943~)는 관객이 보여준 환호에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한 시간 동안의 여운을 느끼다가 예술의전당을 나왔다는 후문이다.


공연은 11일(월)부터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 11일에는 슈만(1810~1856) 「교향곡 1번」, 프로코피예프(1891~1953) 「바이올린 협주곡 1번」(협연 다이신 가지모토), 스트라빈스키(1882~1971)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 12일에는 불레즈(1925~)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 브루크너(1824~1896) 「교향곡 7번」을 선보인다.

콧대높은 오케스트라와 ‘음악신동’ 지휘자의 만남
래틀은 어릴 적부터 20세기를 기점으로 태어난 현대음악을 즐겨 듣고 연주했던 ‘현대음악신동’이다.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현대음악은 늘 난해하고, 은근히 기피대상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전통을 고수하며 ‘정통’이라는 프라이드에 콧대 높은 오케스트라와 현대음악으로 뼈가 굵은 지휘자와의 만남은 늘 사건 아닌 사건의 진풍경을 연출한다. 前衛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정적이라고도 볼 수 없는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와 피에르 불레즈의 전위적인 숨결이 악단이 고수하는 정통성과 만나는 것은 래틀을 사령관으로 한 지금의 베를린 필만이 선사하는 사운드일 것이다.


19일(화)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1973~)도 어떻게 보면 베를린 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앞서 소개한 베를린 필의 지휘자 래틀의 부인. 베를린 필이 현존하는 ‘최고’인만큼 그녀의 내한을 앞두고 홍보문구 앞에 붙은 ‘클래식의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도 십분 이해가 간다.


이번 무대는 2010년에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아리아집 「사랑의 편지」를 주제로 코제나의 핵심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는 초기 바로크 작품을 선보인다. 보통 오페라 속의 아리아라고 하면 모차르트와 베르디와 바그너, 푸치니 등의 작곡가와 레퍼토리를 떠올릴 것이다. 유럽 문명사에서 보통 바로크라 하면 17세기를 떠올리는 것처럼 바로크 작품은 당시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뜻한다.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그래서 성악과 기악 모두 간소하고 직선적인 작품이 많았고, 가사의 정념을 교묘하게 다룬 노래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한 번 정도 스치듯 들어보았을 몬테베르디(1567~1643)가 있고, 그 외에 딘디아(1582~1629), 카치니(1587~1640), 비탈리(1632~1692) 등이 있다.


이러한 바로크 레퍼토리를 능숙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코제나의 목소리는 견고한 중저음과 투명하면서 다채로운 표현력의 고음이 큰 특징. 특히 극단적인 고음의 부담이 많지 않고 미묘하고 섬세한 표현이 중요한 칸초네타와 라멘트, 정열적인 사랑 노래들로 채워진 이번 내한 곡들과 아주 잘 어울리는 목소리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함께 내한해 코제나의 반주를 맡은 앙상블 프리바테 무지케는 바로크 음악 전문 앙상블이다. 비올라 다 감바와 테오르보, 류트 등 생소한 바로크 악기들로 구성돼 고음악이 지닌 시간의 무늬와 매력을 선사한다.


코제나에게는 바로크 성악곡, 그 중에서도 종교음악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녀는 앞서 말한 몬테베르디부터 헨델, 그리고 드뷔시의 음악까지 목소리 하나로 300년의 음악사를 커버한다. 비슷한 시기에 베를린 필과 내한하는 夫君 래틀은 앞서 말한 대로 현대음악의 척후병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 또한 “오리지널한 악기들로 벌이는 난센스”라는 카라얀의 경고를 등지고 고음악으로 음악적 척추를 곧추 세운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OAE)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를 커버하는 모습은 두 내외가 서로 닮아 있다. 막달레나 코제나의 첫 내한공연은 클래식계의 제왕과 퍼스트레이디의 서울 나들이로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다.


11월에 불어오는 베를린 필의 바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1일(목)에는 금호아트홀 ‘바로크 앤 비욘드’ 시리즈의 일환으로 베를린 필의 첼로 수석 주자 마르틴 뢰어(1967~)가 리사이틀을 갖는다. 음악군단의 ‘첼로 수석’에서 떨어져 나온 ‘첼리스트’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2번과 제3번, 그리고 제6번으로 저공비행, 아니 저음비행을 선보일 예정. 뢰어는 러시아 문학과 마술, 그리고 이론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1997년 베를린 필의 수석으로 임명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코제나와 첼리스트 마르틴 뢰어
오케스트라에서 포디움(지휘대)에 선 지휘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은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수석들이다. 이들은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에서 중요한 임무를 담당한다. 지휘자와는 눈빛으로 교감하고 몸짓으로 답한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10명 내외의 주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음악적 책임을 지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의 보잉이 물결 칠 때, 이 움직임은 대부분의 악장의 보잉을 따르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연습 시 보면대에 놓여 있는 연필은 지휘자의 주문을 적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수석과 어떤 방향으로 보잉을 할지의 약속을 적고자 하는 것도 있다. 군단 속에서 홀로 무대에 올라 바흐를 선보였던 뢰어는 29일(금)에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 올라 부천필하모닉과 함께한다. 임헌정 지휘자와 함께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선보일 예정. 베를린 필과 함께, 바흐와 함께, 부천필과 함께 하는 뢰어의 눈에 비친 11월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송현민 음악평론가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고 이런저런무대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음악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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