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0:00 (토)
“연구 이득보다 연구대상자로부터 위험 제거·감소 우선돼야”
“연구 이득보다 연구대상자로부터 위험 제거·감소 우선돼야”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11.04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34_ 생명과학 연구윤리

인간과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할 때 과연 무엇이 규정돼야 할까?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과 연구윤리정보센터에서 주최한 ‘생명과학 연구윤리’ 세미나가 지난달 29일 웹상에서 열렸다. BRIC 사이트(bric.postech.ac.kr)에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선 최병인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임상연구윤리)가 「책임 있는 연구 수행」에 대해 발표하고 참가자들과 토론했다. 세미나는 주로 미국의 규정과 사례 등을 논의하며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들을 찾았다.

좋은 연구(Good Research Practice)의 기본원칙은 ‘증명’과 ‘재현’이다. 발표된 연구결과물은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발표자가 제시한 절차로 실험을 하면 동일한 결과가 재현돼야 한다.
먼저 인간 피험자의 보호에 관해서 보자. 미국연방규정(CFR: Code of Federal Regulation)에 따르면 ‘연구(research)’는 “일반화할 수 있는 지식을 도출하거나 이에 기여하는 일련의 체계적 조사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암 치료를 위한 수술적 치료와 방사선 치료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비교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는 체계적인 연구방법론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면 일반화할 수 있는 연구 결과도출이 가능해 ‘연구’의 범주에 해당한다. 단순히 일회성 호기심충족을 위한 조사 작업은 그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으므로 연방규정이 정하고 있는 연구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인간대상연구’란 “사람을 대상으로 중재적 개입을 하거나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행하는 연구 또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로 정의한다. 이에 대해 최병인 교수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인간연구대상자(피험자)를 정의하면서 연구(research)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지 않으면, 실제 연구와 진료 또는 각종 전문직의 업무의 현장에서 연구와 진료 또는 업무로서의 서비스제공을 구분을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연구와 업무로서 진료, 교육, 각종 실험적 방법·행위들의 목적이 구분되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IRB의 심의대상인지가 구분이 되지 않을 뿐더러 관련된 주변의 여러 필요절차들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는 기관윤리심의위원회·(생명윤리법)임상시험심사위원회(약사법)를 말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데이터 얻는 법을 보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개입(intervention): 수술, 치료, 약 처방 등 병원에서의 대부분 진료행위가 이 범주에 해당. △상호작용(interaction): 설문조사, 면접 등 병원 이외의 사회행동과학으로 통해 살아있는 사람과 소통 △개인의 기록물을 통한 조사: 학생 생활 기록부, 성적표, 의료기관의 의무기록 등을 통해 연구 데이터를 얻는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윤리는?

미국보건부(DHH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규정은 연방규정(CFR)에서 정의하는 ‘연구’와 ‘피험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연구작업은 ''인간을 대상으로하는 연구(research involving huhman subjects)'로 규정한다. 이러한 유형의 모든 연구계획서는 사전에 IRB의 심사를 반드시 받도록 정하고 있다. IRB는 연구대상으로 참여하는 피험자의 안전과 권리, 복지를 보호하는 심사업무를 수행하도록 법률로 그 권한과 의무가 부여된 심사기구이다. 연구계획서의 심사에서 IRB의 승인 조건은 연구계획서가 제시한 피험자에 대한 위험(risk) 또는 불편감(discomfort)의 정도가 연구의 결과물로 인해 예상되는 이득(benefit)보다 작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IRB가 피험자의 위험과 이득을 비교하는데, 이득이라는 것이 새로운 지식 혹은 피험자의 건강 개선뿐일까? 이익이라는 것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IRB에서 연구로 인한 이득은 연구대상자가 받을 수 있는 직접적 이득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임상적 치료효과가 있는 연구방법론으로 인한 이득이 있다. 물론 직접적이진 않지만 새로운 지식의 획득과 같은 사회적 또는 2차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IRB의 토론과 판단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IRB가 우선하여 심의해야 하는 것은 연구로 인한 이득보다는 위험에 대한 적절한 평가”라며 “위험을 연구대상자로부터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일이 이득의 극대화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IRB는 최소한 5명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특히 IRB는 다양한 인종, 성, 문화를 아우르며 적어도 1명은 비과학자를 포함시켜야 한다. IRB는 비과학자위원(non-scientist member)이 반드시 연구과제 심사에 참여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 비과학자 위원이 포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교수는 “이들이 연구대상으로 참여하는 피험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지역사회 또는 소속 공동체의 공통적·보편적 윤리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따라서 비과학계위원은 관련 분야의 학문적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학적 이해주장에 대해 일반사회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도록 기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IRB의 위원구성에 ‘보통사람’ 위원참여가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웹세미나에선 동물실험에 대한 내용도 살펴봤다. 인간이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때 중요한 실험동물 원칙은 ‘3R(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이다. 대체(Replacement)는 동물의 사용을 가능한 다른 대체방법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살아있는 동물을 실험으로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나 도살장의 동물의 부산물을 연구나 교육용으로 사용하거나 굳이 반복해서 실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등을 말한다. 감소(Reduction)는 연구에 희생되는 동물의 마리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향상된 통계적 분석이나 실험 자료를 통해 실험할 동물에 대해 비슷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때 고려한다. 정제(Refinement)는 실험동물의 삶의 질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실험동물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고통과 위험, 스트레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실험종료시점에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안락사 방법을 사용하도록 하여 동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절차적 방법이다.

기관 차원의 윤리 의식 함양이 필요

이러한 실험동물의 이용에 대한 윤리를 감시하는 곳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Institutional Animal Care and Use Committees)다. 흔히 ‘동물IRB’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IACUC도 최소 5명의 구성원으로 연구소 동물실험 과학자, 비과학자, 수의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실험 연구계획서에는 3R 원칙이 반영돼야 하며 이를 IACUC가 심사한다. 참고로 농림축산식품부 ‘2012 동물보호 조사현황 공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기관은 338개소다. 이중 284개소가 운영 중이며, 실험동물은 총 1백만834천285두를 사용했다.

웹토론에서는 임상실험의 위험 수준 판단은 누가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 위험정도에 대한 판단은 IRB가 하지만, 제일 처음 연구계획서를 쓰는 연구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연구자와 IRB의 소통 역시 필요하다. 윤리와 제도는 강제로 시행되는 문제가 아니다. 의학의 발전은 수많은 피험자들의 헌신과 동물들의 희생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생명윤리에 대한 제도적, 인식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을 연구대상으로 진행되는 연구에 국한해 최 교수는 “연구수행 기관들의 인간대상연구에 관한 기관차원의 윤리적 의식을 함양하고 의지를 고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대상연구가 개인보다는 기관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품화된 윤리는 피험자와 실험동물의 희생을 무가치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권리를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