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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기에 바쁜 부지런한 꿀벌은 아플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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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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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93_ 운동과 절식

사사롭고 자잘한 뜬금없는 이야긴 줄 알지만 참고하기 바란다. 작년 연말에도 빼먹지 않고 종합검진을 했다. 한데 ‘血’자가 붙는 혈압(최고혈압 140), 혈당(122), 혈중콜레스테롤(238)이 모두 높은, ‘代謝症候群(metabolic syndrome)’ 초기 증세니 두 달 후에 병원을 오란다. 이거 야단났다. 환갑 뒤부터 風雨雪霜을 무릅쓰고 꼬박 십 수 년을 매일 산등성이를 1시간 넘게 걸었건만…. 문제는 과체중이었다. 키 170cm(어느새 1cm가 줆)에 체중 75kg이니 몸집이 좀 넘쳤던 것. ‘실컷 먹다가 배 터져 죽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이제 소원풀이 했으니 에라 두둑한 군살을 빼자. 그냥 뒀다간 혈압·혈당 약을 먹게 생겼다.

膽石 때문에 쓸개를 떼었고, 급성췌장염을 앓은 전력도 있어(담관과 췌관은 한통속임) 담석 녹이는 약을 먹는 주제꼴이라 무엇보다 당뇨가 겁났다. 당뇨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감소해 근육?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섭취하지 못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더욱 많은 인슐린이 분비돼 시나브로 만병의 뿌리가 되고 마는 무서운 병이다. 

다짜고짜로 먼저 고물 눈금체중계를 내다버리고는 디지털체중계를 샀으며, 체중 적을 수첩도 마련한다. 여전히 밭일 하고, 꾸준히 1시간 넘게 걸으며, 食量을 1/3정도를 줄였고, 군것질을 절대 하지 않기로 작심한다. 아득바득 이를 악물고 애쓴 끝에, 한 달 쯤 지나니 1kg, 6개월 뒤에는 무려 5kg이나 쑥 빠졌다.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다.

학교 보건소에 들렸다. 혈압은 아래위 10씩 떨어지고, 콜레스테롤은 186, 혈당 104란다! 미친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부르고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더니만…. 그런데 야밤 텔레비전의 음식 선전에 죽을 맛이다. 시장기가 돌면서 목줄이 잡아당겨지고 군침이 줄줄 나오니 억지로 배를 움켜지고 꾹 참는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굶주림이 아닌가. 꾸준한 運動과 끊임없는 節食, 게걸스럽게 주전부리 않은 것이 대사증후군을 날려버렸다. 뭣보다 몹쓸 군것질이 못된 군살제조기였다. 하여 밥 때라서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러면 운동(exercise)은 어떤 점이 좋은가. 늘 구독해 오는 과학 잡지(<Scientific American>, 2013년 8월호)에 난 내용 중 주요한 것 몇 개만 골라봤다. 운동은 심장박동을 원활케 하고, 혈압을 낮추며, 폐활량을 늘리고, 뼈를 단단하게 하며, 근육에 활력을 주고, 당뇨·암·낙상골절을 예방하며, 면역력을 항진하고, 몸에 나쁜 LDL(Low-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HDL(High-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을 늘린다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일언지하에 운동은 만병통치약이요, ‘돈으로 못 사는 건강’을 운동으로 산다. Good health is above wealth!

1) 운동은 무엇보다 정신을 맑게 해 우울증이나 분노를 갈아 앉힌다. 운동은 결코 몸 운동만이 아니라 정신운동인 것. 운동은 뇌에서 아편과 유사한 물질인 엔도르핀(endorphine)을 분비해 극도의 행복감과 희열을 느끼게 한다. 운동은 중독성이 있어 필자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걷고 뛰는데, 엔도르핀이 마냥 그렇게 시키니 운동에 매달리게 된다. 한 마디로 운동은 버릇이요 습관인 것.

2) 몸 움직임은 장기기억과 공간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해마(海馬?hippocampus)의 크기를 유지케 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성인이 되면 뇌신경분열이 멈춘다고 했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운동은 뇌의 노화(치매)를 예방한다.

3)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aerobic exercise)이나 아령·역도 같은 근육운동(resistance training)을 하면 인슐린(insulin)분비가 촉진돼 간·이자·골격근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중혈당농도를 낮추니 운동은 당뇨예방에도 으뜸이다.

4) 운동은 글리코겐(glycogen) 말고도 지방을 분해해 체중을 줄인다. 걷기 시작해 20여분이 지나면 간이나 근육의 포도당이 고갈되면서 지방분해가 시작되니,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지방산이 제일 먼저 분해(산화)된다.

5) 운동은 적혈구의 수를 늘려 조직세포에 산소공급이 원활해 지고, 그러므로 근육에서 포도당이 산화해 에너지를 낸다.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보통 사람에 비해 폐활량도 높지만 적혈구(헤모글로빈의 양)도 훨씬 많다. 또 운동은 적혈구 말고도 체세포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니, ‘세포의 난로’, ‘세포의 발전소’라 이르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수를 증가시킨다. 숨쉬기로 들어 마신 산소와 소화로 흡수된 뭇 양분은 세포에 들어있는 수많은 미토콘드리아(간세포 하나에 2천~3천 개가 듦)에 들어가 산화돼 난로처럼 열을, 발전소 같이 에너지(ATP)를 낸다. 즉, 운동은 ‘난로’와 ‘발전소’를 늘려 양분을 팍팍 태워준다.

묶어 말하면, ‘노상 소파에서 TV나 영화를 보며 포테이토칩을 먹으면서 뒹구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죽기살기로 매일 60~90분간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하여 4.2년 더 장수한단다. 그게 어디냐. 비흡연자가 흡연자에 비해 3.3년을 더 산다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효과라 하겠다. 過猶不及이라고, 운동도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므로 ‘몸이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다. 결국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步生臥死)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아무렴 꽃물 따기에 바쁜 부지런한 꿀벌은 아플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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