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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공학자에게 영화 ‘체인 리액션’이 특별한 이유
재료공학자에게 영화 ‘체인 리액션’이 특별한 이유
  • 황동렬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 승인 2013.10.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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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황동렬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황동렬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앞으로 25년 안에 우리는 집, 사무실과 공장에서 미니 발전소를 통해 스스로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며 상호 교환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은 <3차 산업혁명>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1차, 2차 산업혁명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했다면, 앞으로 오게 될, 혹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은 재생 가능한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을 이용하여 청정에너지인 수소, 전기 에너지 등을 생산하고 이용하는 데 특징이 있다.

1996년에 개봉하였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체인 리액션>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물을 원료로 하여 공해가 없는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지만, 이 기술을 발표하기도 전에 석유 자본이 주축이 된 권력으로부터 실험실이 폭파되고, 개발자들은 살해 위협을 받는다. 이 오래된 SF 영화의 내용이 지금 필자에게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2001년 2월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쭉 자가운전을 하고 있는 필자는 휘발유 가격에 민감하다. 당시 리터당 1200원대였던 휘발유는 지금 20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는 성능, 외관과 더불어 연비가 차를 구입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원유 가격으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01년에 갤런 당 24달러였던 원유는 2008년 무려 147 달러를 기록하였고, 2013년인 지금도 100달러 밑으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석유는 ‘검은 황금’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 황금을 차지한 사람, 기업, 혹은 국가는 세계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석유 소유자들은 지금의 수직적인 에너지 권력을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과학자로서 에너지를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집권적인 에너지 소유가 아닌, 누구나 쉽게 생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 방법이 보급되어야 한다.

재료공학 전공인 필자는 태양광을 이용하여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인공광합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물에서부터 수소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 푹 매료되어 있다. 수소는 휘발유보다 2.75배의 에너지(수소 1g 당 122KJ)를 낼 수 있으며, 온실가스를 만들지 않아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현재 수소 생산의 96%는 재생이 불가능한 탄화수소 개질법을 이용하고 있어, 친환경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직 인공 광합성을 이용한 수소 생산 기술은 실험실 단계이지만,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광과 지구상에 가장 많은 자원인 물로부터 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누구나 집, 사무실과 공장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광합성을 이용한 수소 생산 뿐 아니라, 태양광, 풍력 및 지열을 이용한 발전, 바이오매스 등과 같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원들은 화석연료와 비교하였을 때, 에너지 생산에 있어서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거나, 대용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오히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서 수평적인 에너지 소유 및 분배에 있어 더욱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기술로 얻어진 에너지를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 에너지를 개인 혹은 소규모로 교환할 수 있는 인터그리드, 그리고 이를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 등의 개발에 대한 연구도 진행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자의 전공분야인 재료공학 뿐 아니라, 기계, 전자, 건축, 토목공학 등의 관점에서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1차, 2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과학은 석유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에너지 권력 구조를 만들고, 사람들은 화석연료의 노예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문명의 위기를 의식하고, 에너지 문제를 돌파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청정 에너지의 소규모 생산, 균등한 분배와 사용으로 특징되는 3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황동렬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서울대 초분자광전자재료 창의연구단에서 태양광을 이용한 물 분해 수소 생산을 위한 광촉매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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