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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쇠퇴’하고 신분불안은 늘어”
“민주주의 ‘쇠퇴’하고 신분불안은 늘어”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10.18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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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민교협, ‘법인화 2년’ 설문조사

지난 2011년 서울대가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뀐 이후, 서울대 교수들은 긍정적인 변화보다 부정적인 변화가 더 많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이 서울대 교수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인화 2년’ 설문조사에서 139명이 응답한 결과다. 서울대 교수 43.5%는 법인화 이후 “퇴보했다”고 했으며, 40.6%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교수들은 법인화 이후 대학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교수의 ‘권한’은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스타교수 임용 및 파격 지원 등 보여주기식 교원정책이 두드러지고 있고, 법인 이사회(또는 총장과 본부)에 권한이 집중돼 민주주의가 약화됐으며, 대학운영에서 수지타산을 우선하는 상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비해 예산 편성과 활용에서 대학 자율성이 줄어들고, 학문연구의 자율성과 사상ㆍ학문의 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유보적인 응답이 많았다. ‘교원 처우개선’과 ‘대학운영에 교수참여 확대’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의견이 가장 많았다.

서울대 교수들은 현재,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70.8%가 반대 입장을 보였고, 7.3%가 찬성했다. ‘법인화 2년’을 거치며 입장의 변화도 있었는데, 처음에 법인화에 찬성했다가 반대로 돌아선 응답자가 8%,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입장으로 바뀐 응답자는 11.7%였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많아 ‘향후 서울대가 나아갈 방향’을 묻는 질문에 40%의 교수들이 “법인화를 원점에서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38.5%의 교수들은 ‘법인화를 유지하되 독소조항을 개정하자’고 했다. 다시 국립대로 돌아가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의견은 18.5%였다.

이번 설문에 응한 한 교수는 “법인화의 취지는 정부로부터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 것인데, 현재 시스템은 오히려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단지 외부와 정부의 뜻대로 끌려가야 하는 구조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과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실험실습비가 줄어들고 있고, 강사료가 억제되고 있다. 대학의 교육과 관련돼 많은 후퇴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민교협은 “서울대 법인화는 학내외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서울대 집행부가 밀어붙여 이뤄진 변화”라며 “시행된 지 2년이 가까운 시점에 법인화가 과연 서울대의 발전과 긍정적 변화를 이뤄냈는지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번 설문조사 취지를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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