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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의 명암, 그 중심에 오픈소스 있다
새로운 가능성의 명암, 그 중심에 오픈소스 있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10.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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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30) 3D 프린터

렙랩 프로젝트로 인해 가정용 3D 프린터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사진 출처 = reprap.org
최근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한 일간지에 과학기술과 문명의 붕괴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에어컨 디톡스’실패 유감」, <한겨레>, 9월 26일자). 무더위 속에서 일어난 일상의 소회를 통해 과학기술 격차와 환경오염 등을 논한 것이다. 그는“3D복사기로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공상을 펼쳐보였다. 진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지구의 모든 것을 하나씩 복제하다보면 언젠간 새로운 지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3D 프린터는 글자가 종이에 인쇄되듯, 사물을 SW로 설계된 모양대로 재질에 따라 鑄造하는 기기다. 3D 프린터는 원재료를 깎아내며 부스러기가 남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씩 쌓아가며 만드는 방식이 특징이다.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의 디자이너 바스티안 셰퍼. 그는 3D 프린터로 만든 점보 제트기를 상상한다(www.ted.com 강연 참조).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3D 프린팅이라면 쓰레기 없이 제트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씩 쌓는 방법이기 때문에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

쓰레기 남기지 않는 3D 프린터 제조

에릭 슈미티와 제러드 코언은『새로운 디지털 시대』(2013, 알키 刊)에서“적층가공 내지는 3D 인쇄분야에서 활용되는 기계는 사물에 대한 3차원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액체 플라스틱이나 기타 재료를 이용해서 사물의 전체 모양이 구현될 때까지 아주 얇게 층층이 사물의 윤곽을 베껴낸다”고 적었다. 이들은“가난한 국가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3D 프린터는, 미리 제조된 고가의 물건들이 힘들고 불확실한 경로를 따라 배달되기 전에 사람들이 오픈소스 템플릿을 활용해 도구나 물건을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선진국에서는 까다롭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일일이 채워줄 수 있다.

3D 프린터는 과학·기술·산업·의학·우주 등 다방면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학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뼈, 관절, 장기를 디자인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시제품을 만드는 데 용이해 창업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전에는 시제품을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다. 3D 프린터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이는 3D 프린터가 대중화되며 가능해진 일이다. 프린터의 값이 싸지고, 한 회사가 갖고 있는 금속 프린팅 특허권이 곧 종료된다.

반면, 3D프린터는 총기류나 수갑을 제조하는 데도 사용 가능하다. 악용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하게 베껴서 제조(인쇄)하다 보면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관련 기업들끼리는 특허 문제로 소송 중이다. 한편, 생산성의 문제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3D 프린터는 일반적 제조 방식인 사출 성형에 비해 완성품을 내놓는데 느리다.

오픈소스로 단점 극복 가능할까

3D 프린터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밝을까. 2005년 영국의 한 대학에서 렙랩 프로젝트(http://reprap.org)는 드리안 보이어 교수에 의해 시작된다. 『3D 프린터의 모든 것』(2013, 동아시아 刊)에 따르면, 렙랩 프로젝트로 인해 가정용 3D 프린터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주목할 점은 보이어 교수가 자신의 설계 내용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다. 렙렙의 특징은 기계가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렙랩 3D 프린터는 자신의 부품에서 최대 60%까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코넬대 컴퓨터시스템설계연구소에서 시작된 팹앳홈 역시 오픈소스의 정신을 갖고 있다.

렙랩 프로젝트와 팹앳홈 두 가지 모두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이다. 전 세계를 커뮤니티로 둔 셈이다. 오픈소스로 얻은 혜택은 다시 한 번 공개돼 나눔을 실천한다. 물론 오픈소스가 공짜는 아니다. 정해진 라이센스를 지켜야 한다. 한편, 앞의 책에 소개된 무료 혹은 오픈소스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는 다음과 같다. △오토데스크 123D △아트 오브 일루젼(오픈소스) △블렌더(오픈소스) △메이크휴먼(오픈소스) △오픈SCAD △스컬프트리스 △구글 스케치업(무료와 유료 모델 있음) △팅커캐드.

렙랩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메이커봇(www.makerbot.com)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통해 성공했다. 메이커봇은 3D 프린터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오픈소스를 포기했다. 그만큼 쉬운 길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3D 프린터가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특허 문제라든지 악용의 소지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과학기술이 야누스인 것처럼, 3D 프린터의 미래 역시 명암이 함께 존재한다. 돌파구는 결국‘오픈소스’다. 오픈소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소통하고 혁신이 가능하다. 3D 프린터가 갖고 있는 걸림돌은 공개와 협업이 다시 해결책이 아닐까. 강한 특허권이 제도화되기 전에,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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