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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육성한다면서 교수에 대한 배려는 없어요”
“지방대 육성한다면서 교수에 대한 배려는 없어요”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10.02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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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ㆍ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 고석규 목포대 총장

"정부는 지방대를 육성한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주체인 교수와 직원에 대해서는 이미 특권 세력이고 일도 안하고 봉급은 많다고 생각해요. 성과연봉제 등 계속 압박만 하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지 않아요. 국립대는 직원들 수당부터 깎잖아요. 전부 움츠러들고 자기 몫만 챙기기 바쁜데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어요? 이런 현실인데 지방대 육성을 잘 해보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아요."

고석규 목포대 총장(57세ㆍ사진)은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10개 거점대학, 20개 지역중심대학, 10개 교육대학, 4개 법인ㆍ특수대학의 주요 현황이 담긴 ‘전국 국공립대학 현황’ 자료부터 건넸다. “국립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웃음) 실제로 중앙에 계신 분들을 만나보니까 국립대 전체에 대한 상황을 잘 모르고 있고, 이 때문에 굉장히 좀 오해나 편견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제일 안타깝거든요.”
고 총장은 전국국ㆍ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 현황을 잘 모르면서도 부당한 비교를 하면서 ‘경쟁력이 없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대 교수들은 철밥통이고 일도 안하고 그런 오해가 많은데, 아시다시피 권역별로 제일 좋은 대학이 국립대 아닙니까? 그런데 서울에 있는 일부 사립대와 비교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얘기해요. 그건 부당한 비교거든요. 기업체 상황이나 학생 자원 실태가 완전히 다른데 그렇게 비교를 해요. 권역별로 비교를 하는 것이 맞지요. 우리 대학도 서울에 갖다 놓으면 일류대학 되죠.(웃음)”
 

●일시: 2013년 9월 24일 오후 3시 목포대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1956년 生.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를 했다. 1993년부터 1년 8개월을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일했다. ‘서울 정도 600년’ 사업을 맡은 경험은 역사학자로서 새 비전과 학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방사에 주목하고 실용적인 인문학 연구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1995년 3월부터 목포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3년부터 2005년 2월까지 목포대의 대표 연구소인 도서문화연구소장을 지냈다. 목포대 다도해문화콘텐츠사업단장을 지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문화콘텐츠로서의 인문학 발전에 관심을 가진 그는 2009년부터 인문콘텐츠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총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12월부터는 도시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자신의 연구 분야에 애착이 크다. 올해 2월부터 전국국ㆍ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지방사연구입문』『새로운 한국사 길잡이』『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섬과 바다-역사와 자연 그리고 관광』『근대도시 목포의 역사, 공간, 문화』『역사속의 역사읽기』등이 있다.
고 총장은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면 “교육을 통해 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준비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지난 2010년 3월에 목포대 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내년 2월까지 임기인데 유종의 미를 거둘 때입니다.
“제 임기 동안에 제일 의미 있는 것은 ‘잘 가르치는 대학’에 선정이 된 겁니다. 총장 취임 첫해에 사업이 시작됐는데, 그때는 미처 준비를 못했고, 다음해에 됐어요. 우리 대학은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잖아요. 교수가, 대학이 잘 가르치는 건 너무 당연한 건데, 우리 구성원들에게 얘기했죠. 잘 가르치는 건 사업이 있건 없건 간에 잘 해야 하는 거다. ‘잘 가르치는 대학’ 사업은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사업이다. 정부가 돈까지 준다는데 하자고 했죠. 그동안 축적된 성과도 있었고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이 열성적으로 도와주었고 준비팀은 혼신의 힘을 다했죠. 광주ㆍ전남권에서 유일하게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제일 보람된 일입니다.”

△ 역사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로서 총장 리더십의 배경이 궁금한데요.
“뭐라고 할까. 목포대 교수로 오기 전에 우연한 계기로 서울시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학연구소라는 곳에서. 연구소 일을 하면서 많은 사업을 했죠. 한 1년 반 정도 경험을 가졌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났고,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됐죠. 이후 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서울 정도 600년’ 사업을 맡았는데,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1995년 목포대 교수로 와서도 역사학이 실용적으로 가야 한다, 인문학이 실용화돼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역사학과 인문학의 화두가 문화콘텐츠였어요. 문화콘텐츠 쪽으로 진로를 찾는 게 역사학이 살길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경쟁력을 가지려면 특성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목포대는 지방사를 해야 한다고 믿었죠. 중앙의 역사를 건드려 봤자 서울에 있는 대학과는 게임이 안 된다고 봤죠. 우리는 호남지방의 역사를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목포대 사학과의 대학원 과정의 학과 이름도 지방사학과입니다. 지방사를 특화하면서 이와 함께 島嶼문화라고 하는 것을 같이 하기로 했죠. 도서문화와 지방사, 문화콘텐츠 이 세 가지가 얽혀 져서 해야만 역사학의 새로운 진로가 만들어 질 거라고 말입니다. 이쪽으로 사업을 많이 했죠.”

△ 국립대 총장으로 성과를 내는 데 다른 원인이 있었다면.
“국립대는 지역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발전이 지역발전이고 지역발전이 대학발전이죠. 지역에 꾸준히 다가가서 대학이 지역과 별개가 아니라는 인식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제 4년 임기의 성과가 있다면 지역에서 대학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게 저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전남 무안군에서 저에게 명예군민증도 줬고요.

취임할 때도 처음부터 가까운 곳에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포대 소재지가 무안군 청계면 도림리인데, 도림리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목포대가 돼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도림리 파출소장과 면장부터 관계를 가지면서 ‘이 대학은 여러분의 대학이다, 국립대니까 국민이 주인이다, 언제든지 와서 사용하시라, 언제든지 함께 하면 좋겠다’고 했죠. 이런 부분이 지역에 많이 펼쳐져 목포대에 대해 많이 인식하게 됐고, 목포대가 의과대학을 유치한다고 나서니까 지역에서도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거죠. 지역과 함께 가고 지역에서 신뢰해 주고 지역에서 뒷받침해줄 때 그 대학도 커지는 것이고, 그 대학의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죠. 목포대가 지난 수시 1차 모집에서 경쟁률이 7.77대1로 지역에선 가장 높아요. 다른 대학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그동안 지역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고, 지역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한 노력이 어느 정도 좀 받아들여지는 것 아닌가 싶어요.”

△ 의과대학 유치나 목포해양대와의 통합도 주요 과제였는데요.
“아직까지 아쉬움이 남아요. 간호학과와 약학대학은 전임 총장 때 유치가 됐고, 저는 간호학과와 약학대학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의과대학을 유치하려면, 사람들이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고 물어 볼 테고, 충분히 운영할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지요. 우리 대학의 위상이 높아져야 하는 부분이고요. 의과대학은 어쨌든 전라남도에만 없어요. 모든 광역자치단체에는 다 있는데도 말입니다. 도청 소재지 근처에도 3차 진료기관 하나 없어요. 의사들이 넘쳐 난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엔 없어요.

입학 자원이 감소되면 대학시스템도 크게 바뀔 겁니다. 광주ㆍ전남은 10년 안에 절반 정도로 줄어요.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특성화밖에 없어요. 이미 우리 대학은 ‘해양특성화’가 돼 있어요. 목포해양대와 통합해 ‘종합해양대학’으로 가자는 것이죠. 해양광물, 수산양식, 해양관광 등 바다의 무한한 자원을 활용하고 이와 관련한 문화와 인류학도 해야죠. 목포대는 이런 장점을 이미 갖추고 있고, 해기사 양성대학인 목포해양대는 해운 쪽에 특성화가 돼 있으니까 통합을 해도 겹치는 게 없어요. 목포대와 목포해양대가 합치면 전국에서 제일 큰 종합해양대학이 될 수 있어요. 아시아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될 수 있죠. 중국 청도에 종합해양대학인 중국해양대학이 있어요. 이런 대학과 맞짱을 뜰 수가 있죠. 세계적인 해양대학으로 갈 수 있고,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뭔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합해 만들어 나가자는 생각에서 추진을 하고 있습니다.”

△ ‘잘 가르치는 대학’을 표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좋은 교수를 확보하고 교육과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할 텐데요.
“정부는 늘 지방대 육성을 한다고 하면서, 학생만 지원하면 지방대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학금을 많이 주고, 기숙사를 지어서 학생 편의를 좋게 하면 좋은 학생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아니거든요. 물론 이런 부분도 중요하죠. 하지만 교수가 잘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이 무료로 대학을 다니게 된다고 교육이 잘 됩니까? 학생들이 학교 다니면서 100만원씩 받는다고 교육이 잘 됩니까? 가르치는 교수가 잘 가르쳐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지방대를 육성하고 고등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교수에 대한 배려는 없어요. 교수는 이미 많은 특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지 않거든요.

옛날 사대부를 보세요. 임금에게 가서 직언을 하고, 목숨을 걸고 무엇을 하고, 그러다가 잘려서 귀향도 가고. 이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선왕조도 500년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언로가 살아 있어서 그런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집단은 교수밖에 없어요. 교수가 그런 얘기를 하려면, 무엇이 보장돼야 하겠습니까. 자리가 보장되고, 지위가 보장되고, 생활이 보장돼야 합니다. 그래야 자유로운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자유로운 얘기를 할 수 있어야 사상의 발전이 있는 거고,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전부 돈 벌기에 급급하고, 먹기 살기 급급하고, 거기서 남을 위해 뭘하고, 국가를 위해 뭘 하겠어요? 교수들에게 생각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돼야 독창적인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겁니다. 부당하면 부당하다, 잘하면 잘한다.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죠.

지금은 고등교육 발전이다, 지방대 육성한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주체인 교수와 직원에 대해서는 ‘이미 너희들은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다, 이미 특권 세력이고 일도 안하고 봉급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성과연봉제를 한다, 뭘 한다 하면서 계속 압박만 하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주지 않거든요. 그러면 전부 움츠러들고 자기 몫만 챙기기 바쁜데 이런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어요? 더군다나 지방대 육성을 한다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립대에는 직원들 수당부터 깎아 놓고 하잖아요. 직원 수당을 20%나 깎잖아요. 이런 현실인데 지방대 육성을 잘 해보라고 하면 앞뒤가 맞아요? 잘못된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바꾸는 시점이 있고, 적절한 방법이 있거든요. 저는 바꾸는 시점과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 어떻게 하면 지방대가 살아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지역균형발전이 돼야 해요.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해야 합니다. 지난 정부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역균형이라는 말이 사라져 버렸어요. 수도권 규제는 계속 완화하고 심지어 대학도 수도권으로 옮겨 가잖아요. 그러면서 지방대 잘 하라고 하면, 뭐가 있어야 잘하죠. 그렇지 않아요? 더 경쟁력을 키워서 서울에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라고요?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여기에 기업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있어야죠. 그래야 지역 내에서 선순환이 가능한 것이고요. 정부에서 지방대를 살리려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서 학생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가 지방에 있어야만 지방대도 활성화 되죠.”

△ 요즘 같은 격변기에는 총장 리더십이 참 중요하지요. 돌이켜 보면, 총장이라는 자리는 어떤 것 같습니까.
“총장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가 되려면 총장에게 자율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율권이 없어요. 저도 제 하는 일 열심히 하다가 총장직선제, 성과연봉제 이런 문제가 불거지니까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교수 입장에선 누구한테 원망하겠습니까. 총장한테 원망하죠. 그 순간 총장 리더십은 없는 거예요. 총장이 자율적으로 교수들과 협의하면서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고, 필요 없다면 안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강요를 하니까 총장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럼,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총장은 밖에 나가서 사업이나 따오고, 지역사회에서 뭔가 얻어나 오고 이런 일 외에 교수들한테 ‘이렇게 합시다, 이런 방향에서 노력하고, 참고, 이렇게 합시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기성회비 수당 문제도 당장 이렇게 된 상황에서 직원은 총장을 원망하죠. 총장은 뭐하고 있느냐고 하죠. 그 문제에 대해 총장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어요. 앞으로 총장이 직원들에게 ‘우리 이렇게 합시다, 우리 허리띠를 좀 졸라 맵시다, 이런 목표로 해서 갑시다’하는 말이 통하겠느냐고요? 총장이 미래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철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매년 지표는 어떻게 됐나, 기준은 어떻게 변했나. 이런 걸 맞추는 데 급급하죠. 그렇게 되다 보니까 교수들과 좀 더 넓고 더 높은 의미의 대화가 어려운 거예요. 만날 소소한 지표나 따지고 총장직선제를 바꾸니 안 바꾸니 이런 얘기만 하는데 총장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데 이런 상황이 제일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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