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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와 삼성전자의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연세대와 삼성전자의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 승인 2013.10.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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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경영 패러다임을 바꾸자 3. 30년 후 선도대학의 존재가치 찾기

종종 만나는 후배들에게 항상 독서하며 학습하는 자세는 창조지식기반사회에서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한편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명언에서 나 스스로 반성을 한다. 그 결과 자기위안의 학습방안은 출·퇴근 지하철 독서와 주말에 좋은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이다. 동영상 학습강의는 삼성경제연구소 영상보고서, 한국능률협회 조찬특강, 유튜브 동영상 등이다. 2013년 9월 첫 주 동영상 학습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중에서 관동의대 정지훈 교수의 ‘진정성 리더십’이었다. 특히 의대 교수가 건강이 아닌 왠 리더십 강의! 의아한 느낌과 ‘어떤 내용을 설명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듣게 됐다. 진정성 리더십 강의는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부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까지로 누구나 알고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관심을 유도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특히 손정의 회장의 정직한 자기반성과 소프트뱅크의 비전 만들기 과정을 설명하며 진정성 리더십을 강조했다.

대학도 기업도 '인재육성·확보'가 핵심 역량

손 회장은 30년 후 회사 비전 만들기를 1년 전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1년 간 수행한 소프트뱅크 비전 만들기 프로젝트 결과를 공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내용을 10분 정도 분량의 13개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 소프트뱅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일까.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향후 소프트뱅크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존재하는 어떤 회사 혹은 조직도 무한 경쟁이 요구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업종 자체도 고객에 따라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30년 후 소프트뱅크의 비전은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슬픔을 줄여주는 방안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회사 비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인간의 가장 큰 기쁨과 슬픔에 관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동영상에 담고 있었다. 손 회장이 아프리카 어느 산골 한 어린 소녀의 행복한 밝은 모습을 그리며 회사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의 사명과 역할을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회사 혹은 조직은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궁극적인 목적에서 거의 대동소이한 것은 아닐까. 다만 어떤 고객을 조직의 목표대상으로 한정할 것인지, 한정된 고객의 행복 중 어떤 분야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의 영역에 관한 선택의 문제이다. 고객 및 영역의 한정은 현재 우리조직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며, 역량이 크면 범위가 넓어진다. 과거 조직 간 경쟁은 같은 업종 간 경쟁이었다. 하지만 창조지식사회가 도래하면서 업종영역이 무너져 업종에 관계없이 회사 혹은 조직 간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 신발회사와 게임회사가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됐다. 아이들이 실내에서 게임을 하면서 운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운동화 신을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신발회사는 게임회사의 경영전략에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게임회사의 경영전략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도 특허 등 지적재산권 확보와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학교기업 우수 성과를 전시하고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과 기업은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세대와 삼성전자의 무한경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아직까지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 또한 벌써 시작됐다. 대학과 기업 간 경쟁은 어떤 영역과 방식에서 이루어질까? 이 시점에서 반대로 질문을 던져보자. 그러면 대학과 기업 간 역할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대학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창조인재를 육성해 고객 및 사회가치를 창출한다면, 두 조직 간 역할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서비스산업의 전 공정, 후 공정도 경쟁의 직접적인 대상자가 된다. 현재 대학과 기업은 산업의 선·후 공정 차이로 인식된다. 두 조직 간의 경쟁에 의해 하나의 공정 자체도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대학과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도 고객 행복이라면 고객을 위한 인재육성이 두 조직 모두의 핵심역량이다. 다만 아직까지 고객의 대상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제 어떻게 통합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연세대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통해 조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직접적인 경쟁상대자가 되기에 필요조건은 충족됐다.

원천기술 중요성 인식 … 지식재산권 확보 나선 대학들

대학은 원천기술연구를 통해서 창조지식을 생산하고 교육해 학생, 기업 및 사회가치에 기여해야 한다. 대학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다른 어떤 조직보다 연구·기술 역량 측면에서 우수한 조직이다. 2012년 삼성과 애플 간 특허권 소송 전에서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원천기술은 세계기업 간 경쟁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수 인재확보가 기업 간 사활을 건 무한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뛰어난 인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주장하면서 10년 후 핵심 사업을 이끌어 갈 창의적·진취적 인재 육성 및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대학도 교수의 연구력과 산학협력이 대학성과평가의 주요지표로 활용되면서 우수 교원확보가 대학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창조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 창조역량이 회사 및 조직 경쟁력의 원천이다. 대학은 각종 특허권 획득을 놓고 세계기업들이 벌이는 원천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했다. 지적 재산권은 수수료 수입을 통해서 새로운 소득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도 인식하게 됐다. 따라서 대학은 단순히 기업의 지적재산권 취득을 지원하던 역할에서 점차 독자적인 지적재산권 획득을 통해 교육재정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대학은 과거와 다르게 연구역량을 지적 재산권에 대한 수수료 수입 형태로 교육재원 다각화 방안으로 인식하면서 기업의 연구보조자 위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물론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대학은 우수 교원을 선발해 각종 지적 재산권에 대한 소유권을 직접 확보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학은 아직 시장경제 논리에 대한 마인드, 실용연구 능력 등 많은 한계가 있지만, 점차 연구력 강화에 의한 지적 재산권 확보가 대학의 존재가치를 찾는 새로운 도전과제로 인식하게 됐다. 대학경영진은 무한경쟁시대에 조직생존을 담보할 수 있고, 고객 및 사회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특성화 교육 및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한국대학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단국대에서 부동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대학경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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