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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복자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
한 정복자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9.3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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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미셸 몽프레의 ‘반대엽서’ 10개는?

 
미셸 몽프레의 책은 매우 논쟁적이어서 프로이트의 에피고넨들에겐 금기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상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될 수 있다는 기본적 인식을 전제한다면, 그의 도발적인 문제제기는 프로이트의 생전이나, 또는 그의 사후 줄기차게 따라다녔던 ‘비판’의 연속선에서 이해할 때 유익할 것이다. 물론 이 ‘비판’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후예들이 대답을 해야 하겠지만. 서문에서 밝혔듯 저자는 프로이트가 친구 빌헬름 플리스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없애는 일에 열심이었던 것을 한 예로 지적한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프로이트가 숫자 점에 관심이 많았고 텔레파시에 흥미를 느껴 결국 신비학과 관련된 이론을 신봉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었다.

 “프로이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회수해 없애버리거나 자신이 바라는 신화적인 전기에 수록되면 좋을 만한 내용으로 고쳐 썼다. 그렇게 수년간 편지를 작성하며 자신을 미화한 전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사망한 지 한참 지난 2006년 10월 어느 날 드디어 프로이트의 전기를 모두 모은 전집이 출간됐다.” 저자는 바로 이 전기 때문에 사람들이 프로이트가 임상 사례를 조작하고, 환자를 가상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가 “프로이트학파 사람들에게 프로이트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학문적 조작 혐의’ 때문이다. 그렇다면, 몽프레가 작성한 10개의 ‘반대엽서’는 어떤 내용일까. 실은 이게 『우상의 추락』의 압축된 핵심이기도 한데, 미리 말하자면 저자는 니체의 『적 그리스도』의 차라투스트라 부친의 말을 변형해서 ‘돌직구’를 날린다. “본래 이 세상에는 진정한 프로이트학파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1939년 9월 23일 런던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운명을 달리했다.”(니체의 원문은 이렇다. “본래 이 세상에는 단 한 명의 기독교인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반대엽서1: 프로이트는 수많은 책을 정독하면서 19세기 역사에 심취돼 무의식에 대한 가설을 제기했다. 특히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19세기 과학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반대엽서2: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여러 정신병리학적 증상은 각각 나름대로 중요한 문제점을 시사하지만 어느 것 하나 리비도에 의한 욕망의 억제로만 그 증상을 분석할 수는 없다. 더욱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따른 욕망의 억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대엽서3: 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일한 관점에서, 그리고 꿈을 해석하는 방법 그대로를 리비도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적용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반대엽서4: 정신분석학은 문학에 적용된 심리학과 관계가 깊은 학문이다. 문학의 주체가 겪은 전기를 분석해 그 사람의 문학 행위를 설명하고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엽서5: 분석에 의지한 테라피 효과는 마법에 가까운 효과에 의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플라시보 효과라는 제한된 틀 속에서 한 사람을 치료하려는 것은 마법에 의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반대엽서6: 억제된 욕망을 일부러 의식화한다고 해서 해당 증후군이 저절로 소멸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욕망의 의식화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반대엽서7: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오로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유아적인 소원일 뿐이다.


반대엽서8: 마법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해서 자신의 운명을 마법사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 반대엽서9: 해방이라는 이름 아래 정신분석학은 심리주의(psychologisme)가 말하는 금기 사항들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종교에 비유하자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종교가 갖는 위상을 금기 사항들에 부여한 것이다.


반대엽서10: 프로이트는 역사적으로 계몽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에 이성주의에 입각한 철학을 부정한 새로운 형태의 철학, 이른바 反철학을 내세웠다. 출간 당시 프랑스에서도 화제가 됐던 『우상의 철학』. 이 책은 ‘프로이트’를 그 신화에서 흔들어 내려오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우상의 동굴’에 체류하는 걸출한 인물들에게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벤치마킹’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료와 해석이라는 진검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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