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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선 비목어, 하늘에는 비익조, 땅에서는 연리목의 애틋한 사랑이어라!
바다에선 비목어, 하늘에는 비익조, 땅에서는 연리목의 애틋한 사랑이어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9.30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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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91_ 비목어

比目魚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류시화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가 있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만 하는 물고기를 닮고 싶다는 한 시인의 애절한 영혼이 스며있는 멋들어진 사랑의 시다! 과연 시인들은 슬픔을 기쁨으로 느껴지게 하는 ‘언어의 마술사요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슬픔은 언제나 사랑을 잉태한다고 했지. 필자도 이 시를 접한 적이 있었으면서도 외눈박이 '比目'의 의미를 따지려 들지 않고 건성으로 넘겨버렸다. 즐겨 부르는 노래, “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에 긴긴 세월 이끼 되어 누워있는 이름 모를‘碑木’”정도로 여기고선 말이지. 나중에야 比目魚가 넙치(광어) 무리들임을 알았다.

비목어는 다름 아닌 가자미목, 넙칫과에 드는 바닷물고기를 이른다. 횟감으로 가장 자주 오르는 넙치(廣魚·flatfish/flounder)와 서대, 도다리와 가자미들이 바로 비목어다. 그래서 사진으로 보아 전자들은 머리가 왼쪽으로 향하고, 후자들은 오른쪽으로 두고 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몸이 상하로 납작하며, 한 쪽으로 두 눈이 다 몰려버린 외눈박이들이다. 수정란이 발생(난할)하면서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눈이 될 부위가 한 곳으로 몰려버리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그렇다고 한다. ‘좌광우도’라고, 다시 말해서 왼쪽에 두 눈이 달라붙은 것이 광어, 서대요, 오른쪽으로 몰린 것이 도다리, 가자미다. 아무튼 한 쪽에 두 눈이 쏠려버렸으니 하나나 다름없다고‘비목’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런 悲戀이야기는 비목어에 그치지 않는다. 정녕 눈물은 사랑의 샘에서 나온다고 하던가. 比翼鳥라는 새는 암컷수컷 모두 눈과 날개(翼)가 하나씩이라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비목어는 지느러미 반쪽이 날아가지도 않았고, 한 눈으로라도 여기저기 다닐 수는 있지 않았던가. 비익조는 혼자서는 절대로 둘레를 다 보지도 못하고 날지도 못한다. 지극한 사랑은 이래야 한다. 너 없이는 나 못살고, 나 없이는 너 못 사는 그런 사랑 말이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蔡邕)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도 벗지 않고 간호해드렸고,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侍墓를 했다. 그 후 채옹의 방 앞에 두 그루의 나무 싹이 나더니만, 점점 자라면서결(理)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한그루처럼 됐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해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뿌리가 서로 다른 두 나무줄기가 달라붙어 한 나무로 자라는 理木이나 가지로 이어지는 理枝도 비목어, 비익조와 한 科에 든다. 바다에선 비목어, 하늘에서는 비익조, 땅에서는 연리목의 애틋한 사랑이어라!

비목어의 대표주자는 횟감으로 유명한 넙치(Paralichthys olivaceus)를 Korean flatfish 또는 Japanese flatfish로 부르는데, ‘넙치’는 ‘넓다’는 말에 접미사 ‘치’가 붙어 ‘몸이 넓은 물고기’란 뜻이며, 광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말에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는 말이 있다. 오른쪽 눈이 왼쪽으로 휙 돌아갈 정도로 얻어맞았다는 말이다. 광어 두 눈은 몸의 왼쪽에 치우쳐 모들뜨기 하고 있고, 눈 사이는 어지간히 넓고 편평하다. 또 입은 크고 경사졌으니 큰 입에 아래턱이 위턱보다 조금 앞쪽으로 돌출했고, 양턱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줄줄이 나 있다.

그리고 넙치는 납작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몸 양측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두 지느러미가 잘 발달돼 있으며, 보들보들하고 쫄깃하면서 기름기가 밴 뱃살이나 지느러미 살맛(일식집에서 일본말로 ‘엔가와’또는 ‘엔삐라’라 부름)이 진미라 한다. 바다 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납작할 뿐만 아니라 위쪽은 황갈색이고, 아래 배 바닥은 흰색에 보호색을 띤다. “엎어놓은 접시 아래에는 해가 들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튼 넙치는 환경에 따라 體色을 그때그때 바꾸기에 이를 ‘바다의 카멜레온’이라 부른다.

넙치는 바다 바닥에 사는 低棲性어류로 대륙붕(수심 10∼200m) 주변의 모래 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둥근 모양에서 긴 타원형까지 있고, 비늘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음력 2월경에 산란하는데, 넙치 맛은 알을 밴 월동기가 제철로 산란 후에는그 맛이 크게 떨어지기에 “3월 넙치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하는 것. 치어 때는 플랑크톤을, 성장하면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등을 먹는 포식(육식)성 어류이기에 비린 맛이 아주 덜하다. 최근에 와서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넙치양식기술이 가장 발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두리에서 인공사육(aquaculture)하기에 일 년 내내 그 맛을 보며, 존득존득한 것이 횟감으로 인기 있다. 회 말고도 튀김이나 찜, 탕을 만들어 먹으며,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나머지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일러 서덜이라 하는데, 횟집에서 회를 먹은 뒤 끓여 내는 시원한 매운탕을 서덜이탕(서덜탕)이라 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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