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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과 식생활의 변화
마이클 폴란과 식생활의 변화
  • 교수신문
  • 승인 2013.09.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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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가공이 덜된 식품을 먹고 소식하며 되도록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라” 이 글귀는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이 2008년에 출간한 『식품을 옹호하며(In Defense of Food)』라는 책을 통해 주장한 건강한 식습관이다.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현대의 놀랄만한 식품과학의 발달과 정보의 홍수 속에 일반인들조차 웬만한 전문가적 지식을 갖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폴란의 결론은 간단하다. 가공된 식품이 아닌 온전한 상태의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볼 때 인간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식생활을 잘 영위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십년간의 획기적인 사회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갖고 있던 전문가적 식견은 과학자들과 식품 제조업자들이 독점적으로 독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섬유성, 저지방 또는 불포화지방산 등의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오렌지를 먹으면서 전체적인 효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비타민 C를 섭취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온전한 형태의 식품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영양학적 측면에서 식품을 분석하면서 섭취한다.


영양분이란 용어는 19세기 초반부터 사용된 개념이다. 영국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윌리엄 푸라우트는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세 가지의 주된 구성성분, 즉 단백질, 지방 및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거대분자들을 확인했다. 푸라우트의 발견 이후 독일의 리비히는 몇 종류의 미네랄을 추가로 발견해 음식물이 어떻게 살을 찌게하고 에너지로 전환되는가를 구명했다.

이러한 발견에 힘입어 식품은 온전한 형태의 먹거리에서 화학적 구성물이라는 포장을 쓰게 됐다. 이후 20세기 들어 몇 종류의 미량영양소들이 추가로 발견됐으며 이를 ‘생명에 필수적이다’라는 의미에서 비타민이라 명명했다. 1920년대부터 비타민은 유럽 중산층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 있었으며, 어린이의 성장을 촉진하고 성인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마법의 물질로 인식됐다.


식품문화의 서구화에 따라 우리의 식생활 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큰 변화는 가공이 덜된 형태의 식품에서 보다 부드러운 식품으로의 변화다. 쌀을 매끄럽게 도정하면 당류의 방출을 늦추는 많은 섬유소들이 제거돼 소화가 쉽게 된다. 또한 소화효소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 녹말이 보다 빨리 포도당으로 전환될 수 있다. 식이성 섬유, 비타민 E, 엽산, 철, 아연, 망간과 마그네슘 등이 잘 조화된 식품을 섭취한 경우보다 가공이 덜된 형태의 곡물이 포함된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것은 여러 곡물의 낱알과 그 구성성분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이를 ‘식품 상승작용’이라 한다. 즉 온전한 식품이 그들을 구성하고 있는 영양분 전체가 합해진 식품을 섭취하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식품문화의 또 다른 변화는 질에서 양으로의 변화다. 기업농 입장에서는 다량의 곡물 생산이 질 좋은 곡물 생산보다 수익이 더 많다. 미국 농무성 발표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 43 종류의 곡물에서 영양 함량이 감소되었는데 비타민 C는 20%, 철은 15%, 리보플라빈은 38% 그리고 칼슘은 16%가 감소됐다. 달리 말하면, 동일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서 1940년대에는 사과 하나를 먹으면 됐지만 지금은 세 개의 사과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잎을 주로 먹던 형태에서 씨앗을 많이 섭취하는 형태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잎에는 항산화제와 광-화학물질, 섬유소 그리고 오메가-3 지방산 등 많은 중요한 영양분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메가-3 지방산을 어류가 직접 생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어류는 오메가-3 지방산을 녹색 식물로부터 얻고 있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 산물로서 오메가-3 지방산을 합성한다. 따라서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다면 굳이 오메가-3 지방산을 구입 복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우리의 식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비만과 성인병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폴란의 처방은 이렇다. 첫째, 서구화된 식생활로부터의 탈출이다. 어떤 식품이건 그 속에 들어있는 영양분의 함량보다 어느 정도의 가공이 이뤄졌는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둘째, 온전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식품을 먹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이다. 셋째, 적게 먹어야 한다. 세계적인 장수 고장인 일본의 오키나와에 사는 사람들은 포만감을 느끼기 전 약 80%까지만 음식을 먹는 ‘하라 하찌 부' 원칙을 지킨다고 한다. 칼로리 섭취량을 30% 줄이면 수명이 30~40%까지 연장될 수 있으며 노화를 지연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이 어느 정도의 가공과정을 거친 것인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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