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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본「해저 2만리」가 인생을 바꿨죠”
“초등학생 때 본「해저 2만리」가 인생을 바꿨죠”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9.23 12: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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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강단에 선 김도현 ‘수중고고학 1호 박사’

현대건설 재직당시 사우디 현장에서 잠수복을 입은 김도현 박사
수중 고고학 ‘1호 박사’가 부경대에서 수중 고고학을 본격 강의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도현 한국해양기술 대표이사(61세, 사진). 40년 넘게 잠수하고 해양 탐사를 했던 그의 풍부한 현장경험이 반영된 470쪽 분량의 방대한 박사논문은 수중 고고학의 발달사부터 잠수장비와 운용, 수중 조사 및 탐사, 연구의 방법 및 방향, 수중 고고학의 전망, 국내외 수중 고고학발굴조사 사례분석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 논문은 1973년 충무공 해전유물 탐사를 필두로 본격화된 국내 수중 고고학을 처음 학문적으로 체계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거북선 탐사와 신안해저유물 발굴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본 영화「해저 2만리」는 결정적으로 그의 꿈을 확고하게 했다. 당시 이과계열 학생의 대학 선호 1순위 학과는 의대였지만, 그는 서울대 해양학과에 진학했다. 물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72학번인 그는 1976년에 졸업을 하며 본격적으로 바다와 인연을 맺게 된다. 은사님이 계시던 한국해양과학기술 회사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거북선 탐사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거북선 분야의 권위자인 당시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 故조성도 교수와 함께 지층탐사기, 음향측심기를 운용해 이충무공의 해전유물을 탐사했다. 1977년 해군에 입대해 1981년 해군 제2사관학교에서 대위로 전역할 때까지 3년간 신안해저유물발굴에도 참여했다. 이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사우디아라비아 쥬르프, 마쟌 해양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며 침몰선 인양작업에도 참가했다.

2004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하는 해양 분야‘잠수 名將’에도 선정된 김도현 씨. 지금도 가끔 잠수를 한다는 그는 “네모 선장도 바닷속을 누비고 다녔잖아요. 저도 대학 들어가자마자 스쿠버를 시작했어요. 해군 해난구조대 시절에도 많이 했지만, 수중공사 현장에서 외국인들과 다이빙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라며 꿈의 해변이라 불리는 팔라우에서도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고 오로지 다이빙만 즐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닷속은 늘 위험한 곳이기에 안전에 늘 신경쓴다고.

그는 현대건설에서 일하던 시절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해양 부문에서 수중공사, 토목공사는 매우 중요한 하이테크놀로지입니다. 현대에서 처음 시공했지만, 지금 삼성, 대우도 그 수준까지 따라오지 못하죠. ‘Offshore oil-build’라는 분야는 바다 한 가운데서 모든 작업이 이뤄지다보니 월드 스탠더드가 매우 높은 분야에요. 잠수, 기술, 안전 등 최고의 테크놀로지가 집결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1999년 한국해양대에서 해양공학석사를 했던 그가 뒤늦게 수중 고고학이라는 인문학분야에 뛰어들게된 계기는 한 모임에 참여하면서다. 전국건설협회과거회장단 모임에서 65세인 한 분이 박사학위를 받았다며 저녁을 산 것이 2004년 어느 저녁이었다. 당시 50대였던 김도현 씨는 이를 계기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심사위원 5명을 앞에 두고 영어로 논문 주제를 발표하는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했지만, 정작 논문을 쓰고 나니 국내에 수중 고고학 연구자가 없어서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부경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던 그는 사학과에 편입을 했고, 지난달 수중 고고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61세에 이룬 일이다.

국내에는 생소한 분야인 수중 고고학은 이미 외국에서는 활성화된 분야다. 1960년대 중반 미국 고고학회에서 처음으로‘신고고학’이라는 명칭을 부여했고, 이후로 관련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월드 스탠더드 높은 ‘Offshore oil-build’

하지만 국내에서 수중 고고학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택지 개발을 하거나 건물을 지을 때 문화재가 발견될 가능성을 대비해 지표조사기관과 발굴조사기관이 사전 조사를 시행하는데, 육상 관련업체는 130개에 달하지만 해양은 9개 업체에 불과하다. 그 중에 발굴까지 할 수 있는 업체는 단 한 곳뿐이다. 그는 정부의 규제도 심한 편이이고 관련법도 일제강점기 시절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는 우선 수중 고고학 이론 정립부터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네모 선장을 좋아하는 점에서, 70년간 물 속에 잠들어있던 타이타닉호를 세상에 알린 미국의 해양학자 로버트 발라드와 꼭 닮아 있는 김도현 박사는 40년의 잠수 기술 연구와 수중 유물 조사 현장 경험을 갖고 생생한 강의로 후학들을 가르치겠다는 열의가 대단하다. 그의 현장 경험이 녹아든 강의가 국내 수중 고고학계에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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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 2013-09-23 15:01:21
김도현 박사님의 장도를 기원합니다.하하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