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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쯤 구조개혁 방안 공론의 장 마련”
“10월 초쯤 구조개혁 방안 공론의 장 마련”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9.2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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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 맞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박근혜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조금씩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지역대학 육성 방안’과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시안 형태로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년 이후 대학 구조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고 또 대학평가는 어떻게 바꿀지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교수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학평가는 구조조정 문제와 직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대학정책 분야에서는 그 부분에 좀 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다음 달쯤에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 장관은 “정부에 의한 일률적인 구조개혁 이전에 대학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입학정원 감축 등 대학 자체의 구조개혁 노력은 향후에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 달 초쯤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면서 “(지역대학 육성 방안이나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처럼) 우리가 한 가지 시안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요구하는 여러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내놓을 것이다. 우리는 따로 안을 내지 않고 의견만 들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기관평가인증 결과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서 장관은 “연계는 되는데,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평가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며 “새로운 평가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연계 자체가 별 의미를 못 갖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또 “과거 추진됐던 한국고등교육평가원처럼 독립적인 평가기구 설립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설립 시기, 방식 등은 관계 전문가와 대학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3월 11일 박근혜정부 첫 교육부 장관에 취임해 6개월을 맞은 서 장관을 만났다.

●일시: 2013년 9월 10일 오후 2시 교육부 장관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서남수 장관은… 1952년 서울 출생.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일리노이대와 동국대에서 교육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했다. 1979년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해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2001~2002)과 차관보(2004~2005), 차관(2007~2008)을 차례로 지냈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객원연구위원)과 경인교대, 홍익대(초빙교수)에 잠시 적을 뒀다가 2012년 9월 경주 위덕대 총장에 취임했다. 2013년 3월 11일 박근혜정부 첫 교육부 장관에 취임했다.
서남수 장관은 교육부가 생긴 이후 첫 관료 출신 장관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정책기획관으로 재직할 때 5·31교육개혁 방안의 실천계획인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수립을 주도했고, 대학교육정책관 시절 1단계 BK21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차관보 때에는 2단계 BK21 사업계획을 만들었다. 2009년 개교한 법학전문대학원도 그가 참여정부 마지막 차관으로 재임할 때 도입됐다.
특히 대학입시와 서남수 장관은 인연(?)이 깊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치러질 때 대학학무과장을 맡아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했고, 교육정책기획관 때는 수능 9등급제 도입, 본고사 금지 등을 토대로 한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추진했다. 차관 시절 학생부 반영 비중 등을 놓고 논란이 됐던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역시 그가 차관보로 재직할 때 마련한 것이다.

△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첫 교육부 출신 장관인데, 소감은.
“차관 시절이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교육부에 거는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다르지 않다. 다만 장관은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 자리이기 때문에 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6개월 간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교육비전인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정말 바쁘게 지내왔다. 교육이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고 이해관계도 복잡다기한 만큼 행복교육 실현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공동체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들이 행복교육을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평소 갖고 있는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개인적인 교육철학을 정책에 집어넣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굳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육부 장관에게 주어진 책임은 우리 사회가 지금 우리 대학, 우리 교육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이 지금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 이런 것을 파악해서 교육계에 전달하고, 또 교육계가 요구하는 사회적 지원이나 지지, 이런 것을 수렴해서 정부 다른 부처나 사회에 대해 대변인 역할을 하고,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대학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학이 사회가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제 소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 지금 대학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구조조정이다. 내년 이후 구조개혁 방안은 언제쯤 내놓을 계획인가.
“원래는 지난달이나 이달쯤 방안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고민을 해왔는데 고민을 하면 할수록 해법이 참 마땅치 않다. 문제는 분명히 있고, 해결도 반드시 해야 하는데 각각의 해법이 갖고 갈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조금 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달 초쯤에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기서 논의되는 것을 토대로 가능하면 올해 안에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해답도 내놓을 생각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임기응변식의 대응책이 아니고 좀 더 근원적인 방안이 나와야 하고,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 단적인 예지만, 많은 대학이 철학과처럼 취업 안 되는 학과를 먼저 구조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면서 우려가 크다.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따른 구조조정의 문제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나 학사구조, 제도적 측면에서 구조적인 문제도 많이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등교육 발전단계에서 우리나라는 엘리트 단계와 대중화 단계를 넘어 보편화 단계에 와 있는데, 아직도 대학을 운영하는 생각이나 제도가 대부분 엘리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전 단계에 따라 고등교육의 목표나 학사구조, 학생선발 방법, 교육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학 내부에서 그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논의가 부족한 것 같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 것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구조 조정하는 문제도 단순히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존립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이것을 변화의 계기, 대학 혁신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서 어떤 정책을 취하든지에 관계없이 앞으로 5년 내지 10년 동안은 그런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시대다. 학생 수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만 해도 박근혜정부 5년 동안은 대학들이 근근이는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 조금 더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 5년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미리 대비했으면 치르지 않아도 되는 대가들을 치르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정부 5년 동안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만 우리 고등교육의 질적인 수준도 올리면서 다가오는 학생 수 감소, 대학에 대한 사회적 변화, 이런 것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우리 대학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가느냐. 그런 것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법이 쉽지 않고, 설사 교육부가 그런 해법을 내놓는다 해서 전부 공감하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생각돼 공론화의 방식을 통해 조금 더 의견수렴이 필요하지 않나 한다.”

△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냥 시장에 맡기자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의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내버려둔다면 다음 정부쯤 되면 학생 모집을 못해서 문 닫는 대학이 수십 개 탄생할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은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이 될 것이다. 전문대학과 지방대학이 우리 사회에 필요가 없느냐. 그렇지 않다. 지방대학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그 지방이 발전할 수 없다. 일종의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는 것이다. 시장의 실패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어떻게 적절하게 대응을 해서 그런 파국적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할 것이냐를 고민할 필요가 있고, 그게 지금 우리 교육부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저도 잠시 지방에 있어봤지만 실질적으로 그 대학이 없다면 그 지역의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우리가 국가의 균형발전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떻게 지방대학을 살리고 나아가 잘 육성할지 정부가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지방대학 육성방안 시안을 발표했고, 앞으로 5년 동안 상당히 힘을 쏟아서 추진할 생각을 하고 있다.”

자체 구조개혁 노력은 향후에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

ⓒ권형진 기자

△ 구조조정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상대평가 방식이다. 내년 이후에도 상대평가를 계속 할 생각인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등을 포함한 대학 구조개혁 방식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상대평가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

△ 올해처럼 정원 감축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은 계속 가져갈 생각인가.
“정부에 의한 일률적인 구조개혁 이전에 대학 스스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조금 더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향후에도 대학 구조개혁에 있어서 입학정원 감축 등 대학 자체의 구조개혁 노력은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상대평가 방식의 구조조정을 계속 할 경우 교육역량강화사업처럼 대학 유형이나 지역, 규모를 나눠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규모나 유형별로 대학을 세분화해 평가하는 방식은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교육역량을 평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같은 경우에는 세분화된 평가가 적합하지만 대학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여건을 확인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때에는 전체 대학에 걸친 평가가 타당하다고 본다.”

△ 학령인구 감소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대학정원 규모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도 향후 대학입학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한 적정 대학입학정원 규모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을 위한 중요한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래 교육수요의 명확한 추정을 통해 대학사회와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학 구조개혁의 신뢰와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 올해 말 정도에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방향과 함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 구조조정 정책의 목적이 대학 수를 줄이겠다는 것인지 입학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적정한 규모로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대학 교육의 질과 학교운영 측면을 향상시키고 제고하는 것이다. 이를 대학 구조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항에 관심과 역점을 둘 계획이다.”
 
△ 취업률 산정에서 인문·예체능계열을 제외했는데, 사범대학 비율이 높은 대학 역시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많다.
“아시다시피 올해부터 취업률 평가 때 인문·예체능계열을 제외하기로 8월 초에 발표한 바 있다. 발표하기 전 의견수렴과정에서 계열별 특성을 취업률에 반영하는 방안과 인문·예체능계열을 취업률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인문·예체능계열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인문·예체능계열을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한 것은 학문 구조상 취업 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취업률 산정이 어려운 창작활동 등에 종사하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대학평가가 대학교육의 질 제고라는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어떤 계열이 단순히 취업률이 낮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 평가지표에서 아예 취업률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은 없나.
“취업률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는 이유는 취업률이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잘 반영하는 지표로, 대학의 경쟁력을 유도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대학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향후 개선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겠다.”

평가전담기구는 필요하나 시기와 방식은 대학 의견 수렴해서 논의할 사항 

ⓒ권형진 기자

△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시안에서 밝힌 대학의 특성과 교육의 질, 교육성과를 반영하는 평가라는 게 결국 평가인증과 대학평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등)를 연계하는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뜻인가.
“평가인증 결과는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시안에서 밝힌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 평가방식 도입의 의미는 대학평가 전반에 걸쳐 기존의 정량평가 위주의 평가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내년부터 대교협 기관평가인증 결과와 재정지원을 연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언급이 없어 대학들이 답답해한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 어떤 식으로든 평가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평가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뚜렷하게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이다. 어쨌든 올해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연계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 것인가.
“연계는 되는데, 그 연계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는 앞으로 구조조정이나 대학평가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새로운 평가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실제로는 연계 자체가 별 의미를 못 갖게 될 수도 있다. 결국은 대학 구조조정이나 평가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결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평가는 대학사회에 예민한 문제다. 우리 같은 경우는 구조조정 문제와 직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앞날에 굉장히 큰 갈림길이 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대학정책 분야에서는 그 부분에 좀 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 가칭 한국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은 다시 추진할 생각인가.
“대학에 대한 평가가 개별 특성과 여건, 실질적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 추진됐던 한국고등교육평가원과 같은,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독립적인 평가기구가 설립돼 운영된다면 평가가 대학 발전을 지원하는 체계로 진일보함과 동시에 평가결과의 공정성, 대학의 신뢰도가 제고될 것이다. 다만 기구의 설립 시기와 방식 등은 전문가와 대학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논의할 사항이다.”

비교우위 분야 선정해 학부 또는 대학원으로 역량 집중해야

△ 고등교육 재정을 GDP 대비 1% 이상 확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구체적 확보 방안은 빠져있다.
“지난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GDP 대비 0.78%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0.84%로 확대됐고, 내년 예산도 증액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에는 GDP 대비 1%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대학과 전문대학 육성, 국가장학금 확충,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창의인재 양성 등 고등교육 관련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중점 추진 사업을 통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도 대학에 재정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 또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해 민간 분야로부터 대학에 대한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

△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지원사업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특성화 분야 육성사업,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두 사업의 예산은 지금보다 다소 증액된 수준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보다 구체적인 선정기준과 절차 등은 전문가 회의, 대학 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통해 오는 12월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학부-대학원 총량 적용 평가’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대학원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하나.
“개별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반영하고 있는 교육여건 지표에서는 학부와 대학원을 별개로 반영하고 있지만 총체적 질 관리를 위해서는 총량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대학원이 설치돼 있는 대학에 대한 평가 때 석박사 과정의 교육여건 지표와 성과 등을 포함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은 스스로 비교우위 분야를 선정해 학부 또는 대학원으로 대학 역량을 집중해 나감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 자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내년부터 재정지원사업에서 일반 공통지표와 특성화 선택지표로 이원화해 평가하겠다고 했다. 과거 누리사업이나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정책유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모든 대학에 동일한 평가지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대학별 특성과 여건이 반영되기 어려웠던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부터는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공통지표 외에 특성화 지표를 도입해 대학이 자체 발전계획에 따라 스스로 평가지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이 발전계획을 스스로 세우도록 한다는 점에서 대학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권형진 기자

△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강사는 교원확보율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사법’ 문제와 관련해 강사들은 기본적으로 ‘전임교원 확보율 100%’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과 교육역량 강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임교원 확보율 확대 취지에는 공감한다. 정부도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에서 교원확보율을 지표로 활용해 대학의 전임교원 확대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전임교원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전임교원 확보율 100%에는 무리가 있다.”

△ 내년 1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대학에서 강사 채용을 줄이면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학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려고 전임교원에게 의무시수를 높였다는 것이 해당 대학의 해명인데, 이 지표를 개선할 생각은 없나.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이유는 해당지표가 높을수록 학생들의 수업여건 개선과 대학교육의 질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내년부터 강사 제도가 시행돼 강사가 교원에 포함되는 만큼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에 대해서도 사업별 평가목적 등을 고려해 검토해 보겠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도 입학사정관 인건비 지원 가능

△ 등록금 인하나 장학금 확충을 전제로 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폐지해 달라는 총장들의 요구가 많다.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학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가장학금 2유형을 통해 2012~2013년에 약 1조1천억원의 대학 자체노력을 유도했다. 앞으로도 대학의 자체노력 유도와 적정 수준의 등록금 관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제로 2유형 유지가 필요하다. 다만 대학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학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 얼마 전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에 대해서도 입학사정관 전형 폐지를 두고 우려가 있다. 당장 입학사정관들의 거취 문제도 있고.
“이번 시안은 학생부, 수능, 논술과 같은 핵심적인 전형요소를 중심으로 대입전형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은 전형요소가 아니라서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전형을 운영하는 방식은 종전과 같다고 보면 된다. 기존의 ‘입학사정관 역량강화사업’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인데, 지원 예산은 대학의 대입전형 역량강화 내지 신입생 교육역량강화에 사용할 수 있다. 대학은 대입전형 역량강화 예산을 입학사정관에 대한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다.

△ 최근 한양대가 수시정보를 공개했다.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도록 대학이 입시성적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어떤가.
“학생, 학부모가 대입정보를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입정보 제공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대학의 입시정적을 공개하는 것은 학생, 학부모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학별 입시성적을 토대로 대학을 서열화할 정보로 활용할 경우 위험성도 있다.”

△ 상지대도 그렇고,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상당수 대학에서 학내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사학의 자율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불투명한 운영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한 정부의 제재도 필요하지 않나.
“사학 문제는 본질적으로 아주 어려운 측면을 안고 있다. 건전하고 우수한 사학에 정책의 초점을 두면, 그래서 모든 것을 자율에 맡기다 보면 문제 있는 사학들이 자율권을 남용해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문제 있는 사학에 초점을 맞춰 규제하게 되면 정말 건전한 사학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사학정책에서는 균형을 어느 점에서 잡아야 하느냐가 굉장히 어렵다.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고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자율성과 책무성을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이냐 하는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각도에서 균형을 찾아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오랫동안 교육부에 근무했고, 지역대학 총장까지 지냈다. 대학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 대학들이 정치 민주화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많은 공헌을 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국제경쟁 심화 등 우리에게 닥친 대내외적 과제를 고려할 때 그간의 성과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학교육의 질 관리는 향후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특히 교육의 질은 정부가 아닌 대학 스스로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수업의 질, 연구 심사, 표절 관리 등 다양한 방향에서 대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돕겠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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