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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어떻게 디자인하든 한계…강사법 폐지 뒤 새로 만들어야
시행령 어떻게 디자인하든 한계…강사법 폐지 뒤 새로 만들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9.1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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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원확보율에서 강사 제외키로

교육부가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방안을 결국 철회했다. 강사법(고등교육법)이 시행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들이 교원확보율에 포함되면 기존 시간강사들이 대량 해고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강사뿐 아니라 대학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강사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안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1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체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11일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4개 법령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을 위해 지난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일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행이 내년 1월로 1년 미뤄졌다. 법 시행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자 교육부 현행 강사법에 맞춰 후속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는 강사로 명칭이 바뀌고 교원에 포함된다. 계약 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고,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18%까지 포함하고, 9시간 미만인 강사는 수업시수를 합해 2%까지 반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입법예고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에서는 강사를 교원확보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9시간 미만인 강사의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을 이유로 시간강사들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기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시간강사뿐 아니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 대학 교무처장협의회, 교무관리자협의회 등도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교원확보율에서 강사를 제외하면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을 막을 수 있을까.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한철희 숭실대 교무팀장은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만 교원확보율에 반영하면 지금의 배 정도는 강의를 몰아줘야 한다”며 “교원확보율 때문에 기존 강사들이 강의 기회를 잃는 상황은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팀장은 “소청심사, 퇴직금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대체입법 논의가 정리돼 정제된 법령이 나오기 전까지는 강사 문제를 외면하면서 (강사 임용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수권 부산외대 교학처장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1점이면 15계단까지 순위가 올라간다. 상대평가로 하위 15%를 자르는 방식에서 대학마다 어떤 전략을 가져갈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2학기에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한 대학들은 대학평가에 대비해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사가 교원확보율에 포함되지 않으면 겸임이나 초빙교수를 많이 뽑거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더 뽑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겸임·초빙교수 등 유사 강사들을 통합해서 연구강의교수 제도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논의는 현재의  다시 강사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에 모아진다. 한철희 팀장은 “현재의 강사법 아래에서는 시행령을 어떻게 디자인해도 한계가 있다. 대학도, 강사도 원하지 않는다면 폐지하고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수권 처장은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도 궁극적으로는 재정 투입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강사법의 취지 중 하나가 학문후속세대를 키워나가는 것이라면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에도 정부의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는 교원확보율에서 강사를 제외시켰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눈속임”이라며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반영하지 말라는 주장은 전임교원을 좀 더 많이 뽑아 법정 전임교원 확보율을 종국적으로 100%까지 높이라는 것이지, 강사를 교원확보율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겸∙초빙교수 제도를 온존시켜 교원확보율에 반영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또 “교육부는 2012년 시행령에 부여했던 재임용 절차에서 소청심사권마저 삭제해 버려 오히려 신분과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라며 “교원신분인 강사의 임용 및 재임용 절차를 법률로 정하지 않고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 또한 저임금 비정규교수를 양산하는 제도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1년 유예된 현 강사법을 반드시 폐기시키고 연구강의교수제를 중심으로 좀 더 전향적인 강사법을 제정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라고 밝혔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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