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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창작하다보면 자신감·호기심 절로
스스로 창작하다보면 자신감·호기심 절로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9.09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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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27) 생활코딩 下

생활코딩 작심삼일 프로젝트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에서 펼쳐졌다. 오프라인 수업으론 8번째다. 생활코딩은 누구나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공공재로서 http://opentutorials.org를 통해 웹에 공개돼 있다. (<교수신문> 제697호“비영리플랫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참조) 9월 말에는 9번째 수업이 예정돼 있다.

생활코딩 운영자 이고잉(egoing)은 현재 콘텐츠 생산과 수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백수다. 좀 더 유기적이고, 쉬운 교육 콘텐츠를 담아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풀타임으로 총 3명이 생활코딩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지인 2명은 바깥에서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천200여 개의 코딩수업 동영상을 제작했다. 생활코딩 커뮤니티에서는 오늘도 코딩 관련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해결한다. 위키백과는 생활코딩을 “일반인에게 프로그래밍을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교육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1천200여개 동영상 코딩수업 서비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수업을 들었다. 처음에는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수업 내용을 실시간으로 타이핑하며 친구들에게 생중계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 아이들의 흡수력이 정말 빠르고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일 <교수신문> 인터뷰에서 이고잉은 오프라인 수업 중 생긴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3번 혹은 4번 오는 어르신들이 있다”면서 “어르신들은 지식 혹은 알아가는 것에 대한 나름의 연륜과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이 보이는 이해 못할 것같은 불안감 혹은 빨리 이해하고픈 조급함을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프로그래밍을 의무교육화하고 입시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로 인도, 이스라엘 등에선 프로그래밍을 정규 교과에 포함시켰다. 영국도 조만간 추가한다. 이에 대해 이고잉은 의무교육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 견해가 없다고 응답했다. 다만 의무교육과는 무관하게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어려운 일을 하게 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라며 “기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격차는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대답했다. 즉,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건 하지 않거나 개발자들이 하고 있는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 받게 된다는 뜻이다.

생활코딩 수업의 핵심 내용을 이미지화하면 이와 같다. 서버는 정보를 제공하는 쪽이고, 클라이언트는 정보를 제공 받는 쪽을 의미한다. (사진출처=생활코딩 www.opentutorials.org)

이고잉은 블로그(egoing.net)에 “기실 인간사회란 자연을 하드웨어로 하는, 소프트웨어다”라며 “소프트웨어를 들여다보면 인간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적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프로그래밍은 대중공학의 입문”이라면서 “공학적인 지식과 경험들이 복잡다단한 인간 세계를 단순화시키고 모듈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사회학에서 현실 세계에 대해 개념화 작업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교통시스템을 보면‘라우팅(데이터분류 혹은 전달 위한 경로선택)’을 떠올린다고 했다. 이고잉은 유사성을 발견하는 가운데 즐거움을 느낀다.

하드웨어 자연 속에 소프트웨어 인간 사회

또한 그는 “공학이 수단이면 과학은 차라리 목적”이라고 썼다. 그가 생각하는 과학이란 무엇일까. 이고잉은 “과학이라는 용어(개념)는 과학이라는 용어(개념) 자체의 메커니즘과 과학이라는 용어(개념)가 담고 있는 내용 두 가지로 나뉜다”라고 말했다. 후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과학으로서 과학의 대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DNA나 힉스라는 대상을 탐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고잉은 “대상을 빼고, 메커니즘에 집중한다”라며 “파이선, PHP 등 코딩 언어들의 기저에 담긴 원리를 찾는 것, 더 낮은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행위가 과학”이라고 대답했다. 책을 보는 것을 과학이라고 할 수 없지만 책읽기를 통해 이해를 넓혀 가면 결국 과학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했다는 것.

그렇다면 과학 혹은 기술의 미래는 어떨까. 이고잉은 “리니지를 하루에 6시간 동안 10년간 한다면 그 사용자에겐 헌법보다 약관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가상화된 세계가 좀 더 인간에게 의미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 그 세계가 공공성을 잃는다면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가 “기술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가치중립적이지 않기를 촉구하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라고 표현한 적 있다. 이고잉은 “생활코딩만 놓고 봤을 때, 유토피아건 디스토피아건 기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러스가 해롭거나 이롭거나 인간은 바이러스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

더 나은 프로그래머 되기 위한 다리 역할 프로그래머로서 소프트웨어가 점점 더 삶을 지배하는 가운데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무엇일지 물어봤다. 이고잉은 “아마추어로서의 삶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라며 “장인과 아마추어 정신이 합해지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프로페셔널은 결국 타인을 만족시켜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가 회사를 나와 공공재인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생활코딩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이고잉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자유’를 계속 누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생활코딩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건 그가 일생을 두고 오래할 수 있는, 몰입감 최고의 게임이다. 생활코딩의 시작은 일반인들을 위한 초보 과정으로 시작했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포부다. 그 다리는 이고잉이 생활코딩을 위해 익혀야 할 것들이다. 그는 “1년 후에는 제가 그 수업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고잉은 “자신감이 있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살아가는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스스로 온전한 생산물을 만듦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본인들이 직접 커리큘럼을 기획해 강의해보자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가다보면 자신감과 호기심이 생길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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