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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용광로 ‘지중해’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류 문명의 용광로 ‘지중해’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교수신문
  • 승인 2013.09.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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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이야기’를 시작하며

교수신문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원장 강봉룡)과의 기획연재였던 ‘섬 이야기’의 후속 기획으로 지중해 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 해외지역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원장 윤용수)의 ‘지중해 이야기’는 문명의 발상지 지중해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지중해이야기는 지역, 유적, 문화라는 세 가지 테마로 각 10회씩 모두 30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첫 번째 테마인 지역에서는 그리스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문명의 전파 경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여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내려다 본 지중해 모습. 작은 사진은 지중해 루트. 사진제공 =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

한국인에게 지중해는 작열하는 태양, 에메랄드 빛 바다, 웰빙 음식과 와인 등을 즐기며 선상 여행을 즐기는 낭만과 정열의 관광지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지중해에서는 천혜의 아름다운 관광 자원 뿐만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의 발자취와 숨결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지중해를 매력적인 관광지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름다운 여인의 겉모습에만 매혹될 뿐  그 내면의 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지중해는 남부 유럽과 아라비아반도, 북부 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에 둘러싸인 동서 3천720km, 약300만 제곱킬로미터 넓이의 바다를 의미하는 지리적 용어이지만,  지역학과 인문학의 측면에서는 유럽ㆍ아랍ㆍ아프리카의 세 대륙 문화가 조우하고 교류해온 동서 문명 교류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중해를 ‘인류 문명의 용광로’라 부르는 이유는 역사적ㆍ공간적으로 지중해에 다양한 문명권의 국가들이 존재해 왔고 이들 국가들이 끊임없는 교류를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페르낭 브로델이 지중해를 ‘하나의 문명이 아닌 어떤 문명들 위에 다른 문명들이 중첩된 모습을 지닌 문명들이 있는 곳이다’라고 정의한 것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지중해는 인류가 발달시켜온 이 모든 문명의 결정체들이 녹아 있는 복합 문명 공간으로서 인류 삶의 현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지중해 지역은 인류 역사 이래로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해 온 지역 중의 하나이며 지중해의 역사는 인류의 진화 과정과 그 궤적을 같이 해 왔다.

지중해는 인류 문명과 학문 발전의 주역이었던 그리스인들의 학문과 철학이 꽃핀 곳이고, 기독교를 바탕으로 제국의 영광(Pax Romana)을 구현했던 로마 제국 역시 그 발판은 지중해였다. 로마 제국의 터전을 이어 받아 콘스탄티노플에서 약 1000년 이상 영욕의 부침을 경험한 비잔틴 제국도 지중해의 품 안에 있었고, 중세 시대 인류 문명의 주역이었던 아랍ㆍ이슬람문명 역시 지중해를 통해 유럽의 암흑을 밝혔다.


근ㆍ현대에 와서도 서구 제국주의 팽창의 주요 통로가 지중해였으며, 2번에 걸친 세계 대전, 나치즘과 파시즘, 석유 자원과 관련한 세계적 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등이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중동-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석유와 가스 자원의 ‘에너지 실크로드’로서 지중해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종교적으로도 인류가 갖고 있는 3대 계시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지중해 지역에서 탄생했고, 주요 성지가 이 지역에 있는 것은 인류의 정신문화에 끼친 지중해의 중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시칠리아, 몰타, 키프로스 등 지중해 주요 섬들은 지중해의 다양한 문명들이 만나는 교차점으로서 이들 문명들이 중첩돼 문명 지층을 이루고 있고 이는 이들 섬 지역의 문화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으로 약 1년 동안 30회에 걸쳐 <교수신문>의 지면을 통해 우리는 지중해를 여행할 것이다. 이 여행은 지중해의 다양한 모습과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는 주요 섬과 도시, 유적과 지중해인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갈 것이다. 지중해 문명이 발원한 고대 그리스의 古都 테살로니키에서 출발해 아드리아해의 숨은 진주 슬로베니아, 지중해 문명의 모자이크 시칠리아, 중세 지중해의 모습을 담고 있는 몰타, 지중해의 항구 마르세유, 기독교 속의 이슬람 도시 말라가, 지중해와 대서양의 관문 탕헤르,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사랑했던 알렉산드리아,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베이루트, 지중해의 꽃 키프로스 등 지중해의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는 지중해의 주요 지역들을 소개할 것이다.

또한 지중해의 아름다운 유적과 이들의 문화를 통해서 인류의 터전인 지중해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이다.
모쪼록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서 지중해의 겉모습이 아닌 생생한 삶의 현장을 이해하고, 인류 문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층 더 높이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용수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장·아랍어사회언어학

한국외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아랍어아라문학회 편집이사,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주요 논문으로 「알제리의 프랑스어 수용과 언어정책」, 저서로 『지중해의 에티켓과 금기』, 『지중해 문명의 다중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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