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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수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시간강사, ‘수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9.02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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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전공과목을 서양철학 전임교수가 가르친다?

내년 1월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선 이미 ‘강사 대량 해고’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 측은 ‘강사법’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고, 대학평가에 대비해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려고 전임교수들에게 강의시수를 늘리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2학기에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한 강사가 ‘수업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처음으로 냈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전임교수가 없는 경성대 철학과에서 지난 1학기까지 23년 동안 전공과목인 ‘동양철학’을 강의해 온 민영현 강사(52세). 민 강사는 그동안 경성대에서 ‘동양철학사’ 등을 강의해 왔는데, 이번 2학기에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민 강사는 지난 6월 7일, 학과장으로부터 ‘다음 학기에 강좌를 배정할 수 없다’는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일종의 해고 통지서였다.

이메일에 담긴 내용은 이랬다. “대학본부는 전임교수의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이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고, 철학과에서는 기존 전임교수 네 명과 함께 외국인 교수 한 명, 강의전담교수 한 명, 초빙외래 교수 한 명 등 7명에게 한 학기에 9시간 이상의 의무시수를 배정해야 한다. 지난 학기부터는 교원들의 의무강의시수가 대학원을 제외하고 학부만 9학점 이상 해야 한다는 본부 지침이 정해졌다. 그래서 철학과의 전공강좌가 부족하다. 부득이 민 강사가 20년 동안 맡아 온 ‘동양철학사’ 과목을 전임교수 중 한 사람이 맡아야 겨우 의무 시수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경성대 철학과에는 동양철학을 전공한 전임교수가 없다. 서양철학을 전공한 교수가 ‘동양철학’을 가르쳐야 할 상황에 놓였다.

민 강사는 지난달 22일 경성대 재단인 학교법인 한성학원을 상대로 ‘수업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와 ‘강사 지위 확인 등 청구의 소’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제출했다. 민 강사는 “문제는 동양철학 전공과목을 서양철학 전공의 전임교수가 맡는다는 사실”이라며 “학문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강사의 고용안정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의 문제다”라고 소송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민 강사는 “이제 우리 사회는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현행 법률 체계 내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얻어 보고자 사법부에 질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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