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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올라도 재정지원 제한 … ‘폭탄 돌리기’ 안 돼”
“지표 올라도 재정지원 제한 … ‘폭탄 돌리기’ 안 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8.2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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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15% 발표 앞두고 불만 커진 지역대학들

이달 말로 예정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를 앞두고 지역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평가방식에 대한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평가방식을 일부 바꿨다고는 하지만 상대평가라는 특성상 미세한 지표 변화에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고, 누군가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탓이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올해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결과 하위 15%에 포함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지난 23일까지 소명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표값을 확인하기 위해 (하위 15% 포함된 대학 외에) 추가로 몇 개 대학 정도는 자료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29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열어 201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경영부실 대학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상대평가 … 돌아가며 걸릴 수밖에 없어

올해는 평가방식에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인문·예체능 계열을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로 교내 취업은 취업 대상자의 3%까지만 인정하고 유지취업률을 반영한다. 가장 영향력이 큰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지표의 비중도 각각 5%포인트씩 축소했다. 정원을 감축한 대학에는 정원감축률의 10%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경영부실 대학에는 국가장학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평가 결과 하위 15%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 A대학의 ㄱ아무개 기획처장은 “지표가 특별히 떨어진 게 없고,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도 (하위 15%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라며 “상대평가 때문”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A대학은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에서도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처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충청지역에서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됐던 ㅇ대, ㅅ대가 올해 벗어나면서 다른 대학이 하위 15%에 포함됐다”라며 “모든 대학이 지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도 누군가는 당할 수밖에 없다. 대학 간 폭탄 돌리기는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A대학과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4년제 대학의 한 교수는 “평가 결과를 보면 같은 대학이 두 번 연속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재정지원 제한에 걸렸던 대학이 지표를 올려 벗어나면 다음 해에는 지역 내 다른 대학이 돌아가며 걸리는 식이다. 우리끼리는 다음은 어느 대학 차례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평가결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문제

평가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 대한 불만 가운데 하나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마찬가지로 포뮬러 방식이다. 평가자료가 대부분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법인지표처럼 아예 정보공시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지표도 있고,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당시에는 공시되지 않다가 사후에 공시되는 항목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지표값을 그대로 평가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상대점수인 T점수로 변환해 평가한다는 점이다. ㄱ처장은 “우리 대학의 위치를 정확하기 알기 위해서는 T값을 알아야 하는데, 전국 평균을 알 수가 없어 산출이 안 된다. 정보공시자료를 보고 막연하게 단순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내 성적이 올라도 걸릴 수 있어 내가 성적을 얼마나 올려야 되는지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 지역 대학에서 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 ㄴ교수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되느냐 마느냐가 불과 영점 몇 차이로 갈리는데 평균값을 모르기 때문에 평가 당시에는 정확한 순위를 알기 어렵다. 내년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발표 후에 집계해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봐야 기간이 한 학기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ㄴ교수는 또 “상대평가이고 T값을 반영하기 때문에 80점(최저 점수를 20점, 최고 점수를 80점으로 가정해서 T점수를 산출한다)을 넘어갈 정도까지 투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얼마만큼 해야 할지를 놓고 각종 전술이 난무하고 있다”라며 “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따기 위해 투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인문·예체능계를 취업률에서 제외하는 등 지표 체계에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라며 “취업률 지표의 비중을 줄였다고 해서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등교육의 근본 가치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경계선에 있는 대학들은 아주 작은 지표 변화에도 뒤집어질 수 있다”라며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된 대학이 결과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하는데, 방향성은 예측돼 있었지만 평가를 앞두고 급하게 발표된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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