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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새로나온 책
696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8.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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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공존의 길을 묻다, 강상중 외 지음, 평화네트워크 정리, 서해문집, 368쪽, 18,000원
영토분쟁, 과거사 논쟁, 일본 우경화, 미-중 패권경쟁, 북한의 핵실험 등 혼돈의 동아시아, 평화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12~2013년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지도자가 모두 교체됐다. 이들 새 지도자들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어떤 행보를 펼칠 것이며, 지정학적으로 패권전환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한반도는 이러한 전환기에 어떤 평화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인가. 이 책은 휴전 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동아시아 전문 관료 및 학자, 시민단체 인사 등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아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진단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아시아 시대를 열 수 있는 정책과 비전, 지혜를 탐색한다.

■ 문헌과 주석, 염정삼 외 지음, 소명출판, 399쪽, 29,000원
이 책의 탄생에는 몇가지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질문이 전제돼 있다. 그 시대, 혹은 그 이후에도 이른바 중국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중요하게 간주된 문헌, 혹은 서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문헌을 작성하거나 보존한 저자들과 문헌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문헌 작성과 보존에 필수적인 쓰기의 능력은 사회학이나 역사학, 그리고 사상과 학술의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구에 의해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시대에 글쓰기가 수행됐는가. 서울대 중국어문화연구소 연구총서인 이 책에서 저자들은 문헌학에 반영된 학술의 변천’이라는 타이틀 아래, 『漢書』 「藝文志」와 『隋書』 「經籍志」의 목록 분류체계 및 목록지의 형성을 다루고, 『四庫全書總目』에 반영된 사상사적 고찰, 경전 텍스트와 언어 문자의 관계를 다룬다.


■ 사상이 필요하다, 김세균 외 지음, 글항아리, 336쪽, 15,000원
정치학자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한국 노동운동의 기틀을 마련하고 고민하는 데 매진했음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여러 진보 학술 운동에 참여해 ‘참여적 지식인’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준 김세균 교수와 그의 정치적 교우들이 함께 기획한 2012년 2학기 교양과목 ‘정치와 정치이념’ 당시 열렸던 각 강의를 일반 독자를 위해 재구성함으로써, 근현대 한국 정치사의 정수를 살려낼 두터운 독법을 제안하고, 추락하는 오늘날 한국 정치를 향한 따끔한 조언을 담았으며, 더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논제 아홉 가지를 다뤘다.

■ 시각예술의 의미,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한길사, 528쪽, 28,000원
이 책에 실린 10편의 글 중에는 미술이론의 개론적 성격인 것도 있고 아주 특정한 관심 영역을 다룬 것도 있다. 각각의 글에 얹힌 시간의 역사 또한 고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1950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글 사이에서 미술사적으로 그 중요성의 경중을 가린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글에는 20세기 최고의 미술사학자로 불리는 파노프스키의 미술과 미술사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이 진중하게 담겨 있다.

■ 아듀 데리다,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최용미 옮김, 인간사랑, 285쪽, 17,000원
200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데리다의 ‘독보적 이론’과 ‘현란한 문체’는 존경과 경탄, 의혹과 경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의 죽음을 다룬 <뉴욕 타임즈>의 한 부고 기사에는 기사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4천명 이상의 서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으니, 그를 향한 경탄과 의혹은 여전히 ‘현재형’인 듯하다.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가야트리 스피박 등등이 함께 쓴 이 책이 놓일 수 있는 맥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지식인들의 무지와 편견에 대한 항의인 동시에, 데리다가 남긴 철학적 유산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자 최용미의 말대로 “이 책 안에서 데리다의 죽음은 실로 우리에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과 더불어 희망을 기약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온다.”

■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로버트 트리버스 지음, 이한음 옮김, 살림, 576쪽, 28,000원
‘살아 있는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는 저자의 최신작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첫 저서로, 기만과 자기기만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처럼 “여태껏 그가 내놓은 개념 중 가장 도발적이면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솔직함과 뛰어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특정 정보가 뇌에 전달됐을 때, 우리의 의식은 종종 그 정보를 왜곡하고 편향시킨다.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을 하는 것이다. 거짓기억을 만들어내고 부도덕한 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 해답을 제시한다.

■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김동춘 지음, 사계절출판사, 480쪽, 25,000원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의 시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영광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생을 짓누른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겨져 있다. 이 책은 제주도의 서늘한 풍광 아래에서 검은 핏자국을 남기며 사라져간 사람들, 토벌작전·처형이라는 이름으로 무고하게 살해된 영령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국가와 반공주의의 이름으로 억압되어 있던 학살의 비밀을 끄집어내고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학살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한다. 억울한 죽음과 비통한 슬픔을 남긴 전쟁의 실체와 진실은 무엇인가. 원통한 죽음은 제대로 기억되고 있는가. 이론과 실천의 균형감각을 유지해온 한 사회학자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 자연과 인간: 『세계사의 구조』 보유,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222쪽, 20,000원
2012년 말 국내에 출간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세계사의 구조』를 보유(보충)하는 성격을 띤다. 그동안 철학사 내지 사회사에만 주의를 기울이던 가라타니 고진이 마침내 쓴 ‘생태론’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생태주의는 기존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일단 저자는 핵을 예외로 하면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전지구적인 규모가 아닌 국지적인 규모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이제까지의 환경론(생태론)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국가, 자본, 네이션)를 등한시한 나머지 막연한 근대문명비판으로 귀결되고 말았는데, 저자는 이것들을 천박하고 값싸고 기만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 죽음을 다시 쓴다, 샘 파르니아·조쉬 영 지음, 박수철 옮김, 페퍼민트, 340쪽, 16,000원
이 책에서 저자들은 오늘날의 의사들이 환자의 죽음을 되돌릴 때 동원하는 중환자의학과 소생의학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동시에 죽음이 진행되는 도중과 죽음 이후에 인간의 의식에 일어나는 일을 둘러싼 근원적인 수수께끼를 조명한다. 최근의 과학적 진보가 죽음을 최종적이고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낡은 관념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 프랑스 혁명의 문화사, 육영수 지음, 돌베개, 300쪽, 17,000원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탈취 사건으로 불거진 프랑스혁명은 근현대 혁명의 맏형이자 ‘원조혁명’으로 불린다. 프랑스혁명이야말로 상반된 두 해석 틀(마르크스주의 대 수정주의)이 상호 충돌하면서 역사해석을 더욱 풍부하고도 복잡하게 만든 대표적 사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간 학계의 지배적 이론이었던 정통(마르크스)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수정주의적 해석에 기반을 두고 논의를 전개한다. 그러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혁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정통주의적 시각과 달리 부정적 유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수정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프랑스혁명의 ‘맨 얼굴’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여성, 흑인 등 역사적 소수자의 눈으로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프랑스혁명은 없다는 게 저자의 논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저자의 순수 연구 성과물을 바탕으로 한 작업이어서 우리 독자들의 눈높이에 잘 맞춰 서술한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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