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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발효식품의 연구 가능성
원로칼럼_ 발효식품의 연구 가능성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식품공학
  • 승인 2013.07.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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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식품공학

발효식품은 수천 년 이어져온 우리 식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식이요, 반찬이면서 조미원이다. 우리나라 4대 발효식품은 장류, 김치, 젓갈 그리고 식초를 들 수 있으며, 한식의 기본이 되고 있다. 막걸리를 포함한 모든 술은 발효 산물이긴 하지만 알코올음료로 분류돼 음식의 범주에 넣기는 조금 어색하다.

발효식품이란 살아있는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생산한 효소 작용에 의해서 식재료가 어느 형태로든 변화를 일으킨 상태의 것을 말한다. 이들 미생물이나 효소가 작용해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원재료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전혀 희망하지 않은 길로 들어서서 쓸모가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 기준으로 좋게 변하는 것을 발효라 하고, 그 반대 방향을 부패로 분류해 好, 不好를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은 그 뿌리가 모두 전통식품이나 근래 서양에서 전래된 빵, 요구르트와 햄 등 육류 제품도 발효식품으로 분류돼 우리나라와 함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돼 소비자가 선호하는 식품이 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 가운데 장류의 기본이 되는 메주와 어류로 만든 젓갈, 그리고 식초와 김치 등은 모두 자연 발효가 일어나는데, 발효 과정 중 다양한 미생물의 활동에 의해 여러 종류의 새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물질 중에는 김치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젖산)이나 장류나 젓갈에서 감칠맛의 원인물질인 아미노산이나 펩타이드, 식초에서 신맛을 내는 초산 등과 함께 우리 후각을 즐겁게 하는 여러 향기 성분을 만들어 발효식품의 특징적인 맛과 향을 내게 된다. 따라서 발효식품은 미생물과 효소가 계속 활동하는 살아있는 식품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를 일으킨다. 즉, 김치가 시어진다든지 된장과 고추장의 색깔이 변하고, 오래 놓아둔 젓갈의 맛이 좋아지는 것은 모두 계속되는 변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발효식품은 인체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섭취했을 때 소장 내에서 소화기능을 도와주는 효소가 있는가 하면 미생물이 1차분해 해 놓았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타민을 생성하는 등 필수 미량성분을 공급하기도 한다. 특히 콩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분해해 심혈관 질환, 면역기능의 강화, 항암효과가 있는 등 여러 기능이 있는 성분을 새롭게 만들어 내기도 하며, 고추장은 매운맛 원인 성분인 캡사이신에 의해 비만 억제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미생물이 한번 소화시켰기 때문에 발효식품을 먹고 체하는 경우가 없고,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이 증식해 있어 식중독균이 경쟁하기 어려워 식중독을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의 특징은 순수한 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개량식 발효식품과 다르게 수많은 유익한 천연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이들 미생물은 식품의 발효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 특수물질의 생산 등 새로운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 많은 학자에 의해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발효 식품에 들어있는 미생물들이 우리 장내에 들어가 유해 세균의 증식 억제에 관여해 장 건강을 유지하고 이에 따라 우리의 건강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발효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유 있는 근거로 여겨진다. 세상만사가 호사다마라,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곰팡이에 의한 진균독, 식중독 미생물의 혼입, 발효 중 생성되는 유해 화학물질 등은 계속 주의를 해야 된다.

발효식품은 식품 자체와 함께 관여 미생물, 기능성 발효산물 등을 복합적으로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각 분야별로 창조적인 융합연구가 필요하며 젊은 과학자들이 이 분야에 일생을 걸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식품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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