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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돼지, 돼지-인간 키메라 그 경계는?
인간-돼지, 돼지-인간 키메라 그 경계는?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7.18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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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21. 키메라 동물

인간-돼지 키메라는 인간인가, 돼지인가? 돼지 장기를 인간에 이식해 살아가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돼지-인간 키메라를 먹으면 우리가 먹는 것은 돼지인가, 인간인가?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키메라 동물의 작제에 대한 윤리적 고찰’ 워크숍이 지난 2일 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 홀에서 열렸다.

1961년 처음으로 쥐를 이용한 키메라가 탄생했다.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박재학 서울대 교수(수의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키메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하이브리드(Hybrid)는 두 개체의 생식세포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키메라는 생식세포 이후의 수정란이나 초기 배반을 융합해 만든 세포끼리의 결합이다.

진화생물학자 어네스트 마이어가 정의한 ‘종’이란, 자식을 낳을 수 있고 또 그 자식들이 번식할 능력을 갖고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구성원들을 의미한다. 수컷 당나귀와 암컷 말을 교미해 자식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생식 능력이 없어 당나귀와 말은 같은 종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들은 단지 암컷과 수컷이 섞인 하이브리드라고 한다.

하이브리드와 키메라… 생식 능력 차이

지금까지 수많은 동물의 복제가 이뤄져 왔고 종 내 키메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동물 복제가 한 종간 핵과 난자의 결합이라면 키메라는 개체 간 혹은 이종 간 염색체 내 유전자가 교환되는 것이다. 1984년에는 처음으로 양과 염소를 이용한 종간 키메라 연구가 시도됐다. 2005년에는 야크(yak)와 개 사이에서 종간 핵치환을 한 배(embryo)들에서 0.4%가 배반포 단계로 발달됐다. 이는 꽤 높은 수치로 종간 핵치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로 인해 사람과 다른 동물 사이에서 핵치환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0년 고바야시는 쥐(rat)-생쥐(mouse) 키메라를 통해 유전자 이식의 가능성을 엿봤다. 생쥐는 췌장형성에 필요한 유전자 Pdx1이 부족했다. 이때 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생쥐가 췌장을 완전히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에는 사람과-누드쥐(naked mouse)의 키메라를 조작해 사람의 외이(pinna)가 쥐의 몸에서 자라게 하기도 하였다.

키메라 생쥐, 쥐 한마리에 검은색과 흰색 DNA 형질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 설명 및 출처 = 위키백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는 ‘배아란 인간의 수정란 및 수정된 때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을 말한다’라고 규정한다. 제21조에도 이종 간의 착상 등의 금지에 관한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에서조차 명확하게 체세포에서 유래된 iPS에 대한 금지는 나와 있지 않다. 즉 iPS세포를 이용한 허용과 불허용이 아직 확실치 않다. 최근 나카우치 도쿄대 교수는 iPS세포로 인간의 췌장을 만드는 키메라 돼지를 만드는 시도를 하며 윤리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정규 서울대 교수(의과대)는 「이종장기이식의 현주소」를 짚었다. 이종 간 장기 이식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 이식술은 말기 장기부전증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법이다. 또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1882년 첫 이종 이식이 시작됐다. 그 후 수많은 연구 결과, 오늘날 이종 이식 장기의 공급원으로 영장류가 아닌 돼지를 선택했다.

장기 이식시 장기 이외의 기질 조직과 혈관 등은 공여동물의 것이므로 면역 거부반응에 대한 문제가 있다. 감염에 대한 위험과 윤리적 문제도 있다. 또한 돼지의 장기 이식 시 PERV(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미생물적 문제가 잠재돼 있다.

면역 거부, 감염, 윤리, 바이러스 문제

강경선 서울대 교수(수의대)는 「제 5세대 줄기세포 : 배아에서 피부 섬유아세포까지」에서 줄기세포는 현재까지 총 5세대까지 발전했다고 밝혔다. △1세대 : 암컷과 수컷의 생식세포가 모두 필요 △2세대 : 수컷의 정자가 필요 없음 △3세대 : 암컷과 수컷 어느 생식세포도 필요 없음(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4세대 : 피부세포로부터 완전 분화시킨 세포를 이식 △5세대 : 피부세포로부터 성체줄기세포를 유도 후, 자신이 원하는 장기로 분화시키는 방법을 사용. 강 교수에 따르면, 불과 6개월 단위로 줄기세포 연구의 세대가 변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줄기세포의 5세대에 머물러 있다.  

비과학자의 입장에서 정원섭 건국대 강의교수(철학과)가 「인간 키메라 그리고 다섯 가지 철학적 쟁점」을 제시했다. 첫째,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둘째, 자신이 필요할 때는 이종이식 장기에 대해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지만 건강할 때는 배척을 한다. 셋째, 비교 대상 자체가 인간의 경계선을 불확정 하게 만든다. 돼지 같은 인간, 돼지보다 못한 인간, 돼지보다 더한 인간 등 혼란이 발생한다. 넷째,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의 융합에 대한 논쟁으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훼손이 일어난다. 다섯 번째, 도덕적 지위에 따른 문제가 있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췌장이 아닌 뇌나 성기 관련된 민감한 부분을 키메라하게 되면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어떻게 되는가 △공리주의적 입장에 따라 인간의 생명 연장을 위해 동물을 희생해야 하는가 △이종 간 이식 후 결과는 어떻게 확인 가능한가 △이로 인해 미래에 동물에 대한 관념, 법, 종교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등. 

인간의 생명유지에서 이제는 실험동물의 윤리를 고려하는 시대다.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민감한 문제와 더불어 인위적 생명연장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문학적인 사고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간-돼지, 돼지-인간 키메라 그 경계는’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계속하게 할 것이다.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당면하는 지속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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