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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도 성숙기에 진입 … 운영시스템 '리셋' 시급하다
고등교육도 성숙기에 진입 … 운영시스템 '리셋' 시급하다
  •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 승인 2013.07.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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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으로 ‘연금 대납’, 무엇이 문제인가

“학생등록금의 사용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대학경영자는 등록금 수입이 학생교육에 직접 사용되고 있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항목은 지출을 제한해야 한다.”
대학은 창조지식기반사회의 주도세력으로서 각종 사회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경제위기, 청년실업문제, 높은 등록금 인상, 창조인재의 육성 등 주요 사회이슈와 관련해 대학은 직ㆍ간접 관계에 놓여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저성장국면에서 투자위축, 실업률, 중산층 붕괴가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버블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학생등록금 인하요구가 절박한 현실이 됐다.

최근 감사원은 학생등록금 인상요인 등에 대한 대학 감사를 실시했고, 과다 예산지출 계상, 기금의 과다적립 등의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교육부는 최근 일부 대학이 사학연금 중 교직원의 개인부담을 학생등록금에서 부담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대학은 외부 감사결과에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유사한 종류의 불합리한 대학운영에 대한 또 다른 지적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대학의 사회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 걱정이 앞선다.

‘반값 등록금’, 대학의 근본적 변화 요구 현상

반값등록금 논란은 일시적 사회현상이 아니고 대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현상이다.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대학은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가. 대학경영자는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지 못하고 언제까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대학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신뢰는 크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학이 사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대학구성원들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대학에 대한 신뢰는 단순한 부정·비리가 없는 윤리경영에서 출발해 대학의 존재이유와 시대적 사명에 맞는 구체적인 역할을 통한 대학 특성화는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는 프로세스가 된다. 하지만 현재 대학경영자들은 시대변화에 따른 대학사명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한 순간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 시간만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2000년 중반이후 고등교육 서비스는 장기간 성장기를 거치고 성숙기에 진입했다. 교육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시대이다. 자진폐교 대학의 증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서비스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구체적 증거이다.

성숙기 시장의 특징은 첫째 교육서비스의 전문화이다. 고객요구와 대학조직의 정체성을 반영한 대학 특성화는 교육서비스의 전문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둘째 외부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더 많이 더 빨리 환경변화에 맞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학구성원의 자기희생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셋째 운용비용의 대폭적인 절감이다. 등록금수입의 한계와 교육의 질적 투자확대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이상의 성숙기 특징을 고려할 때, 대학운영시스템의 리셋을 통한 새로운 출발이 시급하다. 특히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 지출에 대한 의사결정 원칙이 요구된다.

대학은 국가ㆍ지역사회 선도 조직으로 거듭나야

21세기 창조지식사회에서 대학은 국가 및 지역사회를 바른 길로 선도하는 창의·윤리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먼저 대학구성원은 다른 조직 혹은 타인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조직 스스로가 올바른 비전과 전략을 설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기본원칙을 공유해 지속가능한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대학은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를 안정적으로 선도하는 올바른 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가치추구 경영원칙을 설정하고 준수해야 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원칙이 대학의 사회신뢰를 제고하며, 학생등록금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비용절감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제로베이스 예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제로베이스 예산제도는 예산규모의 무질서한 팽창과 경직화를 방지하고자 기득권이나 관습을 고려하지 않는 입장이며, 매년 제로를 출발점으로 하여 과거 실적이나 효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평가해서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둘째 신규 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설정해 고등교육의 질적 경쟁체제에 맞는 예산배분전략을 실시한다. 기존 사업성과가 낮은 분야에 대한 예산은 기본적으로 전액 삭감한다. 즉 대학도 조직으로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재정건전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업성과 중심의 중장기 자원배분전략이 존재해야 한다. 셋째 대학의 비용지출은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학생 교육을 위한 제한된 범위로 경비지출을 한정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경영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 교직원의 편의 및 기득권 유지를 위한 비용지출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사용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비용절감 방안? 제로베이스 예산제도 도입 필요

특히 대학경영의 투명화 및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각종 정보자료의 수집과 활용을 위한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많은 대학들이 도입하고 있다. 또한 매년 지속적으로 고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건물유지관리의 아웃소싱 및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S대는 대학경영센터를 조직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대학의 유휴 공간의 활용을 통한 수익증대 혹은 예산집행 과정에서 비용절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교육시설 및 대학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임대사업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노력하고 있으며, 각종 건물관리 등의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에 대한 성공사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학경영자는 사회 선도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찾기 위해 자발적인 변화관리와 학생등록금 수입의 한계 속에서 선택·집중에 의한 대학특성화, 불합리한 비용절감을 통한 교육서비스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 사학연금 개인부담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학생등록금의 사용범위를 좁게 해석해야 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따라서 대학경영자는 우선적으로 등록금 수입이 학생교육에 직접 사용되고 있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항목에는 지출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비용절감도 분명한 한계가 있으므로 앞으로 대학법인의 수익용 부동산 개발 및 관리를 통한 수익성 확대로 대학재정 기여도를 제고하거나, 대학의 지역사회에 대한 인·물적 기여를 제고해 각종 기부금 모집과 관리에 최선을 다 해서 좀 더 재정수입을 확대해 고등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대학경영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한국대학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단국대에서 부동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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