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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평가 도입한다더니 ‘용두사미’에 그쳐
정성평가 도입한다더니 ‘용두사미’에 그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7.15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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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역량강화사업 정성평가 대상대학 대폭 축소 … 커트라인으로만 활용

의욕이 앞섰던 것일까. 교육부가 올해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처음으로 정성평가를 일부 도입했지만 결국 ‘커트라인’을 확정하는 데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면서 처음부터 무리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2013년 교육역량강화사업 1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90개 대학이 1단계 정량평가를 통과했다. 상위 80%에 해당하는 72개 대학은 1단계 평가만으로 선정이 확정됐다. 9개 유형별로 최하위 2개 대학(총 18곳)은 2단계 정성평가를 거쳐 선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사업 공고 때보다는 정성평가를 받는 대학이 대폭 줄었다. 1단계에서 선정대학의 1.2배(96곳 안팎)를 추린 뒤 하위 30%에 해당하는 29곳 안팎의 대학은 정성평가를 실시해 지원대학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당시 계획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97곳보다 줄어든 80여개 대학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어서 결과적으로 정성평가는 선정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커트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홍민식 교육부 대학재정지원과장은 “최종 선정대학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닌데 범위를 넓히면 대학도 부담이 돼 평가 부담 완화 차원에서 2단계 정성평가 대상 대학을 최소화했다”라고 말했다.

정성평가는 대학에서 자체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홍 과장은 “정성평가는 대학의 여건과 특성, 현황, 특이사항 등을 제출받아 정량지표가 갖는 타당도와 충실성, 적실성 등을 보자는 것”이라며 “자체평가 보고서를 받은 뒤 서면평가와 면담 등을 통해 7월말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마다 지표 자체는 비슷할 수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 대학의 노력 이런 것을 보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라고 전망했다.

소명 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표 확인 위주가 되면서 정성평가 도입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은 “웬만한 지표는 공시가 되기 때문에 순위가 알음알음 나오는데, 뒤집히게 되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서남수 장관이 취임하면서 정량평가 위주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말한 상태에서 정책적으로 반영 안 할 도리는 없었을 것이지만 너무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기존 평가의 문제점만 드러낸 측면도 있다. 1단계 평가만으로 선정이 확정된 72곳 가운데 올해 새로 진입한 사립대는 9곳이다. 이 중 7곳이 2012년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가 탈출한 대학이다. 특히 상명대와 그리스도대, 평택대, 대전대, 중부대는 2008년 교육역랑강화사업이 시작된 이후 이번에 처음 선정됐다. 2단계 평가대상 대학에 새로 포함된 5곳 중에서도 3곳이 2011년에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됐다 지난해 벗어난 대학이다. 협성대와 경남대, 고신대가 2단계 정성평가를 통과하면 역시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 선정된다.

앞서 언급한 기획처장은 “(재정지원 제한대학 탈출대학은) 대부분 재정적 여유가 있는 대학들이어서 1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하니까 금방 지표가 올라갈 수 있었다”라며 “지난 정부 때 사용한 지표들이 정부 재정 배분 기준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구조조정에 사용하기에는 타당성이 떨어지거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대 가운데는 지난해 탈락했던 경북대와 전남대, 목포대가 1단계 정량평가만으로 선정이 확정됐다. 부산대는 2단계 평가대상 대학에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2011년까지 4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지만 지난해 평가 때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바람에 불이익을 받아 탈락한 바 있다. 1단계 정량평가를 통과한 35개 국립대 가운데 나머지 31개 대학은 지난해에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던 대학들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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