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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등재 제도 폐지 않을 듯
학술지 등재 제도 폐지 않을 듯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7.15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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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술지 평가제도 개선방안’ 공청회_ 개선·보완 의견이 다수

2014년 말에 폐지하기로 했던 학술지 등재 제도가 ‘사실상’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5월 121개 대학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정대로 학술지 등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543개 학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폐지 의견은 21.5%에 그쳤다.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문제점을 보완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난 10일 고려대에서 열린 ‘학술지 평가 및 지원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날 학술지 평가제도 개선방안으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등재·등재후보지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그간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보완하자는 내용이다. 2안은 학계 중심의 새로운 평가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등재후보-등재’인 현 틀을 ‘등재-핵심등제’로 변경하자는 게 핵심이다. 3안은 2011년 12월 발표한 대로 등재·등재후보지 제도를 폐지하고 등록제를 운영하자는 안이다.

2안(등재-핵심등재로 재편)은 지금의 등재지와 등재후보지를 통합하고 분야별로 코어저널을 선정하는 안이어서 넓게 보면 1안과 마찬가지로 학술지 등재 제도의 틀은 유지하되 손질하자는 방안에 가깝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한 3가지 개선방안 가운데 2개가 사실상 등재학술지 제도의 틀은 유지하자는 안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공청회를 연 것 자체가 학술지 등재 제도를 당장 폐지하기보다 문제점을 보완·개선하자는 뜻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 그런데도 공청회에서는 ‘왜 예정대로 폐지하고 않고 정책을 바꾸느냐’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토론자로 나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조차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가 아니라 결과”라며 “준비가 미흡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보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 교수는 학술진흥정책자문위원회가 교육부에 학술지 등재 제도 폐지를 건의할 때 자문위원으로 있었고, 관련 정책연구에도 참여한 적 있다.

지난 10일 고려대 LG-포스코 경영관에서 열린 ‘학술지 평가 및 지원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는 통로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최측은 자료집 400부를 준비했지만 추가로 500부를 더 찍어야했다. ⓒ권형진 기자 

다른 토론자들의 생각 또한 1안과 2안으로 모아졌고, 논의는 자연스레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집중됐다.

2안에 찬성한 김경현 고려대 교수(사학과)는 “평가 및 재평가 사이의 기간을 늘리되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라며 “우리 학계의 자생성이 취약한데 KCI 인용지수를 학술지 평가에 도입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박현욱 카이스트 교수(전기·전자공학과)는 “2안과 같은 중간단계를 거쳐 학계나 학회의 자율성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박영준 단국대 교수(법학과)는 1안을 지지하면서도 “학문분야별로 각각 다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외국논문을 30% 이상 게재하라는 것은 법학처럼 지역학적 특성을 가진 학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최태강 한림대 교수(러시아학과)는 “현행 제도를 보완 발전시키는 1안이 바람직하다”라며 “2안의 핵심등재를 1안에 활용해 ‘등재후보-등재-핵심등재’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사실 학술지 등재 제도 폐지는 발표 당시에도 일부 자문위원과 이주호 장관이 너무 급하게 밀어 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이날 첫 번째 토론자로 나왔던 김경현 교수는 이런 비판을 했다. “성급하게도 학계의 현실을 잘 모르거나 외면한 정책입안자들과 일부 동료학자들이 15년 동안 연구재단과 학자들이 함께 만들어 온 제도적 성과를, 문제점과 함께 다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완전히 새 집을 지으려했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기존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는 정도의 개선방안이었다고 생각된다.” 사회를 맡은 우제창 목포대 교수(생명과학과)는 공청회를 마무리하며 “거의 의견이 한 군데로 모이는 것처럼 느꼈다”라고 말했다.

김홍구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등재 제도를 당장 폐지하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현장의 준비 상황이나 의견을 들어보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경우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라며 “공청회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달 안에는 3가지 방안 가운데 정책 방향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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